'나홀로 호황' 미국 식어가나…구직 확 줄었다, 소매업체 역성장

안효성 2023. 8. 3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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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속 ‘나홀로 호황’을 누렸던 미국 경제도 식어가는 것일까. 미국의 고용 지표와 소비 관련 지표가 일제히 하락했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미국인이 생활필수품 외에는 씀씀이를 줄이며 전자제품과 스포츠용품 소매 기업의 매출도 역성장하고 있다.

미국 소매업체 풋락커 등은 지난 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일제히 감소했다. 지난 16일 실적을 발표한 풋락커는 배당삭감 등을 발표했다. AP=연합뉴스.

지난 29일(현지시간) 미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7월 구인 건수는 882만7000건으로 2021년 3월(840만건) 이후 처음으로 900만 건 이하로 하락했다. 2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빌 애덤스 코메리카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직으로 임금을 올릴 기회가 줄어들며 향후 임금 상승이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신재민 기자

이날 발표된 소비 관련 지표도 후퇴했다. 미국 민간경제연구기관 ‘컨퍼런스 보드’가 내는 8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106.1로, 전달(114)보다 크게 떨어졌다. 대이나 피터슨 컨퍼런스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자리가 줄어들고, 이자율은 상승하고, 고가 품목의 가격 더 비싸지고 있다는 것을 소비자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식어가는 고용과 소비는 미국 소매업체 매출에서 엿볼 수 있다.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지며 꼭 필요한 데만 돈을 쓰다보니, 일부 업체의 매출은 마이너스로 뒷걸음질쳤다. 이날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미국 전자제품 판매점인 베스트바이 매출은 1년 전보다 7.22% 감소했다.

뿐만 아니다. 베스트바이보다 먼저 실적을 발표한 스포츠용품 판매점 풋락커(-9.88%)와 백화점 메이시스(-8.39%), 마트체인 타깃(-4.85%) 등도 일제히 역성장을 기록했다. 메리 딜런 풋락커 최고경영자는 “고객들이 재량 소비에 신중을 기하며 매장 방문객 감소나 낮은 구매 전환율 등의 문제가 2분기에도 지속됐다”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팍팍한 살림에 소비도 양극화되고 있다. 생활필수품을 싸게 파는 월마트나 할인 판매 전문점인 TJX 컴퍼니 매출은 전년보다 각각 5.88%, 7.73% 늘었다.

닐 손더스 글로벌데이터 전무는 “소비자들이 식료품과 생필품 지출을 우선시하며 식료품 시장 점유율이 높은 월마트의 매출은 증가했고, 재량소비재를 많이 파는 타깃은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며 “월마트 매출 증가는 강한 소비가 아닌 소비자가 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향후 민간 소비 전망도 밝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쌓아둔 초과 저축액이 고갈되고 있는데다, 오는 10월부터 코로나19로 2020년 3월부터 중단됐던 학자금 대출 상환도 다시 시작된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학자금 대출 상환이 시작되면 소비자 지출이 매달 90억 달러(약 12조원), 연간 1000억 달러(약 133조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마이클 피델케 타겟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는 수천만 가구의 예산에 추가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 감소 우려에 관련 회사의 주가도 지지부진하다. 나이키 주가는 지난 9~24일까지 11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1980년 상장 후 최장 기간 연속 하락 기록을 세웠다. 이 기간 10.99% 하락하며, 시가총액 184억5000만달러(24조4800억원)이 증발했다. 타깃 주가는 올해에만 주가가 16.8% 하락했고, 풋락커도 50.5%가 떨어졌다.

김경진 기자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금리 인상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는 데다 저축 고갈 등으로 빠르면 올해 4분기부터 미국의 소비가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며 “미국 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가 줄어들면 기업이 투자를 예상보다 빠르게 줄여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의 냉각 신호에도 채권과 주식시장은 오히려 상승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지표금리인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금리)은 29일 전일보다 0.08%포인트 하락한 4.12%를 기록했다. 채권은 수익률이 하락할수록 가격은 상승한다. 이날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1.45%, 나스닥 지수는 1.74% 상승하며 장을 마감했다.

금융 시장이 소비 심리 위축 등에 덜 흔들리는 건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이 한 풀 꺾인 영향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현재 기준 금리(연 5.25~5.5%)보다 높을 것이라는 전망은 45.5%로 지난 28일(57.3%)보다 10%포인트 이상 줄었다. 반면 현재 기준금리와 같거나 낮을 것이라는 전망은 42.4%에서 54.5%로 늘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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