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업들, 중국에 투자하기 너무 위험하다 느껴"…美, 中에 직격탄

주미 中대사관 반박…"美 기업 7만개 中에 남기 원해"

지나 러몬도(왼쪽) 미국 상무장관이 2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창 국무원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중국을 방문 중인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미국 기업에 중국이 ‘위험한 곳’이 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러몬도 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미·중 관계회복 기대감이 나오기도 했으나, 오히려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는 관측이나온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러몬도 장관은 29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상하이로 이동하는 열차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너무 위험해졌기 때문에 투자할 수 없다는 말을 기업들로부터 많이 듣고 있다”며 “모두가 중국 사업장을 매각하거나 중국에서 제품을 위탁 생산할 경우 대체재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내에는) 전통적인 우려가 있고, 완전히 새로운 우려들이 있는데 이들이 합쳐져 중국을 투자하기에 너무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몬도 장관은 지적재산권 도용과 중국 기업과의 불공정한 경쟁 등 기존의 문제 외에도 중국이 최근 시행한 방첩법의 모호함과 같은 요소들이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며 “아무 설명이 없는 엄청난 벌금, 불분명하고 미국 사회에 충격을 준 방첩법 개정, 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은 우리가 대응해야 하는 완전히 새로운 수준의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기업들이 다른 기회나 다른 국가, 갈 수 있는 다른 곳 등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몬도 장관의 작심 발언은 두 나라가 무역갈등 완화방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그는 이날 리창 국무원 총리, 허리펑 경제부총리와 잇따라 회동했다. 러몬도 장관이 “세계는 우리가 문제해결을 위해 함께 나서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자, 리 총리는 “건전한 경제·무역관계는 양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맞받았다.

러몬도 장관은 허 부총리와 만나 “미국은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추구하거나 중국의 경제발전을 저해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역시 미국에 첨단기술 수출통제를 줄이고 대중국 투자제한 조치를 철회하라고 요구했으나, 러몬도 장관은 이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일축하며 "국가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협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연이은 미·중 최고위급 대화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러몬도 장관은 미 기업에 위험이 될 수 있는 조치나 제재 등의 시정을 요청했지만, 중국은 의미 있는 화답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특히 미국 반도체업체 마이크론을 겨냥한 중국 정부의 판매금지령에 대해서는 “마이크론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합리적인 설명이 없었다”며 “그들이 그렇게 하면 우리는 맞서 싸울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중국은 해외 기업들의 시장접근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높은 수준의 개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대변인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7만개의 미 기업들은 중국에 남기를 원했다”며 “거의 90%는 수익성이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