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위기 자각… 부흥운동 새 장 열다
올여름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이철 목사)는 어느 때보다 뜨겁고 분주했다. 기감 주최로 열린 ‘2023년 하디 영적각성 120주년 기념성회’가 지난 17일부터 시작돼 24일 경기도 성남 선한목자교회(김다위 목사)에서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특별히 이번 성회는 하디 선교사(Robert A. Hardie·1865~1949)의 발자취를 따라 부산 강릉 대전 수도권에서 순차적으로 열렸으며, 이를 위해 준비위원회(위원장 이현식 목사)가 올 초 일찌감치 꾸려졌다. 25일 준비위원회 이인선(열림교회) 사무총장과 함께 이번 기념성회의 이모저모를 살폈다.
이인선 사무총장은 “성회를 준비하면서 120년 전 하디 선교사의 성령체험과 영적각성, 회개로부터 시작된 부흥이 침체 된 한국교회에 영적 새바람을 일으켜 회복과 부흥의 기회가 되기를 갈망하며 기도했다”며 “각 권역별 성회가 진행되는 동안 성령체험과 영적각성, 회개가 일어나는 모습을 보게 돼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인선 사무총장에 따르면, 이번 성회는 전국 감리교 11개 연회가 모두 참석한 말씀과 찬양, 기도가 어우러진 기감의 ‘영적각성 축제’였다. 네 번의 성회가 릴레이로 열리는 동안 준비위원회도 바쁘게 움직였다. 모든 성회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매성회마다 이현식 준비위원장은 환영사를, 이철 감독회장은 설교 말씀을 전했다.
첫 번째 성회는 하디 선교사가 첫발을 디딘 부산에서 열렸다. 지난 17일 온누리교회(박성수 목사)에서 열린 성회에는 삼남연회 및 호남특별연회 성도들이 참석했다. 이현식(진관교회) 준비위원장은 “성회를 통해 한국 감리교회의 내적 체질이 바뀌어 사회에 대한 교회의 영적 권위가 회복돼 교회가 사회의 ‘희망’의 근거가 될 수 있기를 기대 한다”고 개최 소감을 밝혔다. 이어서 이철 감독회장은 “감리교회가 하디 선교사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은 부흥 운동의 대역사를 오늘날 재현하려는 간절함 때문이다”며 성령 부흥 운동 재현의 필연성을 강조했다.
두 번째 성회는 지난 20일 강릉중앙교회(박태환 목사)에서 동부연회 및 충북연회 성도를 대상으로 열렸다. 이날 쏟아지는 비를 뚫고 모인 약 1200명의 참가자들은 뜨겁게 눈물로 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이현식 준비위원장은 “강원도는 하디 선교사의 주 선교 지역이며, 이곳 강릉중앙교회는 하디 선교사가 세웠으며 훌륭한 역사를 간직한 교회로 여기서 성회를 열게 돼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세 번째 성회는 지난 22일일 대전 한빛교회(백용현 목사)에서 남부연회, 충청연회 성도들을 대상으로 열렸다. 평일 저녁 본당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의 기도는 저녁 10시가 돼서야 멈췄다. 백용현 목사는 ‘하나님의 등불은 꺼지지 않았다’(삼상 3:1~3) 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전하며, “어린 사무엘이성전에서 기도하다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사무엘의 시대를 시작하게 됐다. 시대가 아무리 타락할지라도 하나님의 등불은 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지막 성회는 ‘하디 영적각성의 날’인 지난 24일 선한목자교회(김다위 목사)에서 열렸다. 서울연회, 서울남연회, 중부연회, 경기연회, 중앙연회 성도들이 3500석의 예배당을 가득 채웠으며, 유튜브 생중계 동시 접속자는 6000여 명을 기록했다.
이현식 준비위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준비위원회의 한 가지 목표는 성령께서 이끌어가는 충만한 성회가 되도록 하는 것 이었다”며 “120년 전 하디에게 기름을 부어주셨던 것처럼, 11개 연회 안에서 한 사람의 하디가, 교회 안에서 한 사람의 하디가 세워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말씀을 전한 이철 감독회장은 ‘생명 얻는 회개’(행 11:15~18)라는 제목으로 “성령은 사람을 바꾸고 변화시키는데 무엇보다 생명을 얻는 회개를 준다”며 “오직 성령으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뀌고 새롭게 되는 것처럼, 다시 성령의 역사가 일어나야 하고, 예수 그리스도로 돌아가야 교회에 희망이 있다”고 밝혔다.
네 번의 성회를 통해 모인 참가자들은 영적각성운동 선포문, 총력전도운동 선포문, 100년 기도운동 선포문 등 총 세 가지의 ‘하디영적각성 120주년 기념성회 비전선포’를 함께 낭독했다.
“우리는 한국교회가 처한 현실이 영적 위기임을 자각하고 성령 충만과 회개를 통한 영적각성운동을 선포한다…” “우리는 복음으로 이 시대를 변화시키고 영혼을 구원하기 위한 영적대각성운동으로서 총력전도운동을 선포한다…” “우리는 영적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의 현실을 직시하며 거룩하고 성결한 삶을 회복하는 영적대각성운동으로서 100년 기도운동을 선포한다…”는 내용이었다.
성회는 마무리됐지만 앞으로 기감의 ‘신앙운동’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다음달 1일 저녁 7시 대전 한빛교회에서 열리는 ‘100년 기도운동본부 발대식’을 시작으로 ‘100년 기도운동’과 ‘200만 총력전도운동’이 진행된다. 이인선 사무총장은 “이번 하디 성회는 단순한 일회성 대형집회가 아니었다”며 “4번의 성회를 통해 말씀과 기도로 연합하고, 함께 구체적인 결단을 내렸으며, 실천으로 이어지는 동력도 얻게 됐다. 앞으로 다시 한번 한국교회가 부흥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신앙에세이 대상 임성준 군
이번 기념성회에서 다음세대 부흥을 위한 공식 일정으로 소개된 ‘2023년 청소년기름부음캠프’(청기캠)에는 전국 180교회 2800명이 참여했다. 이번 기념성회 준비위원회 공동부위원장이자 청기캠 대표를 맡고 있는 서길원(빛가온교회) 목사는 “이번 대회를 통해 다음세대들에게 회개의 불씨를 점화했다”며 “그들을 통해 학교에 기도모임이 만들어지는 등 세상에 거룩한 영향력을 비추는 청소년들이 세워지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청기캠에 참여한 학생 전원은 ‘신앙 에세이’를 작성했으며, 대상 임성준 학생을 비롯해 12명의 학생이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다음은 임성준 학생의 신앙 에세이 중 일부>
제가 가장 방황하고 힘들었던 때는 고3 시기인 올해였습니다. 교회보다는 학교, 교회 봉사보다는 공부를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저를 위해 기도해주신 어머니, 선생님, 친구들 덕분에 한 학기를 무사히 잘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교회에 집중하게 되면서 주님께 네 가지 결단을 드렸습니다. 첫째로, 하나님께서는 저에게 방사선사라는 꿈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주님이 어디 대학을 보내시든, 또는 앞으로 저의 삶에 어떤 길을 인도하시든 주님을 원망하지 않고, 주님이 저를 인도하시는 그 길을 따라가겠다고 주님께 결단했습니다. 두 번째는 우리 가정을 주님 앞으로 나오게 하는 믿음의 통로가 되겠다고 결단했습니다. 제가 믿음의 통로가 돼서 사랑하는 아버지와 형도 같이 예배드리는 때가 오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학교에서 장학금 20만 원을 받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장학금 신청서를 쓰기 전까지 자발적으로 십일조를 내겠다고 결단했지만, 장학금 신청서를 쓰면서 스스로 받게 된 첫 장학금은 모두 주님 앞에 헌금하기로 결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제가 살고 있는 제천시내 다음세대 부흥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기로 결단했습니다.
대상 목원대 3년 김예람 양
마지막 성회 날 ‘소설 하디’ 독후감 시상식이 열렸다. 하디 정신을 다음세대로 잇기 위한 취지의 독후감 공모에는 기감 소속 교회 어린이와 청장년 총 150명이 참여했다. 대상인 감독회장상은 김예람(목원대학교 3학년·빛가온교회)학생이 차지했다.
김예람 학생은 “나의 삶에도 회개가 터져 나온다면 어떨까. 하디의 삶 속에서도 회개의 기도를 이끌어 내셨던 성령님께서 나의 삶에서도 동일하게 이루어 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김예람 학생의 소설 하디 독후감 중 일부>
로버트 하디는 대체 어떤 신앙을 가지고 있었길래 “떠나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어떻게 곧바로 순종할 수 있었는가의 대한 의문이 생기게 됐다. 그는 아내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중 우연히 부모님의 유언이 떠올랐다고 한다.
“세상의 가장 유익한 존재가 돼라” 이것이 바로 로버트 하디 선교사 부모님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그리고 그는 가족을 잃은 아픔을 가지고 의대에 진학하기로 결단했으며, 부모님의 유언대로 살아가고자 해외 사역을 지원했다.
그는 고린도전서(10:33) 말씀을 붙잡고, 당시 일꾼이 너무 부족했던 조선에 들어오게 된다. 나는 이 대목에서 아주 간단하지만 중요한 포인트를 발견했다. 그는 십계명의 말씀처럼 부모를 공경했으며, 부모가 자신의 영적 지도자임을 기억하며 하나님의 말씀으로 여기고 선교사의 여정을 떠나게 된 부분이다. 부모님의 유언을 자신의 평생 사명으로 여겼다는 것이 나에게는 큰 감동이고 또 한편으론 도전으로 다가왔다.
박성희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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