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 취소에 AG까지…이제부터 ‘뎁스 싸움’

지난달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7회 내린 비로 중단돼 있다. 뉴시스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치열한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었다. ‘소수 정예’ 1군 주전만으로 버티긴 불가능한 일정이다. 후보 선수부터 퓨처스리그(2군) 자원까지 각 팀의 뎁스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KBO 리그 1군 엔트리는 등록 인원 기준으로 28명이다. 이는 9월마다 33명으로 늘어난다. 시즌 내내 체력이 떨어진 선수들을 빠듯한 경기 일정에서 보호하기 위한 ‘확대 엔트리’다.

매년 시행되는 확대 엔트리지만 올해는 그 무게가 남다르다. 예년과 다른 점이 두 가지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우천취소 문제다. 늦여름 비가 30일에도 이어지면서 올 시즌 비 등을 이유로 취소된 경기가 75경기를 넘어섰다. 지난 시즌엔 9월 13일 기준으로 50경기였다.

제때 못 치른 경기가 많다는 건 잔여 시즌이 한층 빡빡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더블헤더, 월요일 경기 등 세부적인 대체 방식은 다르지만 꾸준히 경기에 나서는 주전 멤버들에게 부담이 간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피로에 따른 부상을 방지하고 체력을 안배하기 위해선 ‘스타팅 멤버’ 외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두 번째 변수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발탁된 장현석(LA 다저스)을 제외하곤 23명의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소속팀을 비운다. 대표팀에 선발된 만큼 저마다 팀에서 한 자리씩 꿰차고 있는 자원들이다. 리그에 남은 선수들의 부담이 커지는 건 불가피하다.

이들 변수는 한 가지 결론으로 귀결된다. 지금의 마운드·타선이 시즌 종료 시까지 꾸준히 유지될 순 없다. 선수단 뎁스가 여느 때보다 훨씬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이미 일부 구단에선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현실화했다. 시즌 내내 선두 LG 트윈스의 외국인 1선발 역할을 해온 애덤 플럿코는 골반 타박상 진단을 받아 로테이션에서 빠졌다. 앞으로 4~5주는 결장이 불가피하다. 그에 앞서 KIA 타이거즈 선발투수 마리오 산체스도 팔꿈치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했다.

잠시 ‘쉬어가는’ 선수도 적지 않다. 어깨 염증으로 한 차례 등판을 거르게 된 KIA 이의리, 담 증상으로 로테이션을 정상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 데이비드 뷰캐넌 등이 그렇다.

가뜩이나 변수도 많은데 최근 리그 구도는 혼전 양상이다. 한때 정규리그 우승이 유력해 보였던 LG가 최근 주춤한 사이 2위 KT 위즈가 최근 10경기 8승 2패를 거두며 무섭게 따라붙었다. 두 팀의 격차는 30일 전까지 4.5경기에 불과했다. 중위권에선 KIA와 두산 베어스가 가을야구 티켓을 두고 반 경기 이내 접전을 펼치고 있다. 1일 확대 엔트리 시행과 함께 각 팀 사령탑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