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구인, 2년4개월만 최저…고용시장 '재균형'에 연착륙 기대감

서지원 2023. 8. 3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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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미국의 한 식당에 구인 표지판이 붙어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에서 지난달 구인 규모가 2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고용시장의 열기가 다소 냉각될 조짐을 보였다. 시장의 관심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행진이 멈출지에 쏠리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7월 민간기업 구인 건수는 882만7000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3월(840만건)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면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예상치(950만건)도 크게 밑돈다. 구인 건수는 고용 지표의 선행 지표 격으로 여겨진다.

김영옥 기자

직장을 그만두는 자발적 퇴직자 수는 354만 명으로 전월보다 25만3000명 줄었다. 퇴직률(전체 고용 대비 퇴직 건수)은 2.3%로 2021년 1월 이후 가장 낮았다. 이직과 취업에 관한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약해졌다는 의미다. 이에 관해 코메리카의 빌 애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직으로 임금을 높일 기회가 줄면서 몇 달간 임금 인상은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WSJ은 "지난달 감원·해고 규모(160만 명)는 큰 변동이 없었다"며, 지난 1년간 월별 해고 건수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기업들이 해고를 자제하면서 인력 재배치 등 다른 방법을 택한다는 얘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비하면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데다가, 소비 회복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미국 고용시장이 '재균형'을 찾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뉴욕 브린 캐피탈의 콘래드 드콰드로스 수석 경제 고문은 "고용시장은 여전히 빡빡하지만 과잉 수요는 감소하고 있다"며 "실업률을 높이지 않으면서 고용시장이 재조정되고 있다는 주장이 많다"고 말했다. 이는 "고용시장이 차가워졌지만, 얼어붙진 않았다"는 WSJ의 진단과 맥락이 같다.

고용시장의 균형은 물가 상승률 둔화와 경제 연착륙에 청신호로 풀이된다. 사람을 구하기 어려우면 임금은 높아지고 생산량은 줄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어서다. 이에 관해 뉴욕 포워드 본즈의 크리스토퍼 럽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시장이 서서히 냉각되고 있으며, 이는 대규모 일자리 손실을 촉발하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연착륙 사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시장은 Fed가 9월에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구인과 퇴직 건수의 감소는 Fed가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을 포기할 수 있을 만큼 고용시장이 냉각되고 있다는 기대감을 키웠다"고 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따르면 9월에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은 30일 현재 86.5%로, 하루 전(78%)보다 높아졌다.

미국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다만 고용시장의 추세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고용시장 분석회사인 라이트캐스트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레일러 오케인은 "(이번 통계는) 고용시장 냉각에 정말 좋은 신호"라면서도 "Fed가 새 데이터를 환영할 것 같지만, 임무를 완수했다고 선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고용시장 과열 완화가 지속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나온다면 이 역시 통화정책의 반응을 요구할 것"이라고 지난 26일 잭슨홀 미팅에서 말했다. Fed는 9월 금리 결정 전까지 발표될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와 고용 지표 등을 살필 예정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의 경제 성장이 물가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경계론도 여전하다. 트럼프 정부에서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회장을 역임한 캐빈 하셋은 "높은 성장률과 에너지 가격이 촉발한 또 다른 인플레이션 충격이 올 것"이라며 "Fed가 금리 인상 기조를 더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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