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레즈비언 부부 '딸' 낳았다…엄지척 "오출완"

자칭 '유부녀 레즈비언' 김규진씨
SNS에 "오출완(오늘 출산 완료)"
벨기에 병원서 정자기증·인공수정

한국에서 최초로 동성 커플의 임신 사실을 알렸던 김규진(32)씨가 출산 소식을 전했다.

김규진씨는 30일 자신의 SNS에 '오출완(오늘 출산 완료라는 뜻)'이라는 글과 함께 병원에서 '엄지척' 하는 사진을 올리며 딸 '라니'를 출산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또 동성 배우자 김세연(35)씨가 탯줄을 자르고 병원 서류 관계란에 '배우자'라고 표시하는 등 동성부부 임에도 보호자의 역할을 다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 6월 자신의 SNS에 "한국 국적 유부녀 레즈비언으로 스스로를 소개한 지 4년이 지났다. 곧 여기에 단어 하나를 추가할 예정이다. 나는 임신 8개월이다"라며 임신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김규진씨와 김세연씨는 2019년 미국 뉴욕에서 혼인 신고를 하고, 같은 해 11월에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리며 정식 부부가 됐다. 이들의 결혼 과정은 2020년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라는 에세이로 출간되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후 이들 부부는 프랑스에 거주하면서 벨기에의 한 난임병원에서 정자를 기증 받아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을 했다.

한국에서 시술받는 것도 고려했지만, 대한산부인과학회 윤리지침상 “정자 공여 시술은 법률상 혼인 관계에 있는 부부만을 대상으로 시행한다”고 되어 있어 국내 시술은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에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대한민국 저출생 대책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베이비샤워 파티를 열며 큰 관심을 받았다. 이 자리에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참석해 생활동반자법에 대한 발제를 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한국에서 법적 부부가 아니기 때문에 부모나 부부로서 법적인 보호나 혜택을 받을 수는 없다. 따라서 김규진 씨는 출산 휴가에 들어가지만, 배우자 김세연씨는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를 쓸 수 없다.

김규진씨는 30일 딸 '라니'를 출생한 후기를 여성동아에 전했다.

김씨는 딸이 "그저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란다. 대한민국에 사는 어린이로서 안전하게 컸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 딸이 '왜 넌 엄마가 2명이야’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면 "네가 속한 곳은 엄마가 둘인 가정이고, 엄마들은 너를 너무너무 원했기 때문에 중요한 결정을 한 거다. 이건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이야기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세연씨 역시 "(딸이)서로를 존중해줄 수 있는 사회에서 컸으면 좋겠다. 이혼 가정이든 재혼 가정이든 조부모 가정이든 가족의 모습은 다양하고, 다양성에 대한 공개적인 토론이 가능한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법적으로 부부 관계가 인정받고, 두 사람 모두가 태어난 아이의 엄마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