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의회 '대만은 독립국가' 첫 공식 언급…외무장관은 중국 갔다
영국 하원이 자국 외무장관의 중국 방문에 맞춰 대만을 처음으로 독립 국가로 공식 언급하는 보고서를 채택했다. 대만은 다음달 유엔 총회를 앞두고 유엔 참여를 주장하는 외교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30일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영국 하원 외교위원회는 이날 공식 채택한 보고서에서 대만을 이미 중화민국이라는 국명을 사용하는 '독립 국가'(independent country)라고 기술했다.
보고서는 "대만이 비록 국제사회에서 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영속 가능한 인구와 정의된 영토, 정부, 다른 국가와 관계 맺을 수 있는 능력 등 이미 국가로 볼 수 있는 모든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영국 정부는 대만을 지지할 만큼 대담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 세계 첨단 반도체의 90%를 공급하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행동과 경제 봉쇄를 막기 위해 영국 정부가 동맹국과 함께 제재를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부터 왕이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의 초청으로 중국을 공식 방문 중이다. 영국 외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2018년 제러미 헌트 당시 외무장관이 마지막이었다.
앨리시아 키언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폴리티코에 "영국 의회 보고서가 대만을 독립 국가로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말했다. 중국 방문에 나선 클레벌리 외무장관을 향해선 "대만의 자결권을 지지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정 중국 국가 부주석은 이날 클레벌리 장관을 만나 "상호 존중과 실무 협력으로 중국과 영국 관계가 새롭게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부주석은 "영국과 중국이 오해를 피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대면 회동을 하는 일은 중요하다"며 "양국 관계에 직면한 도전과 의견 차이를 해결하는 것은 모든 국가에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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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유엔총회 앞두고 "중국에 종속되지 않아" 여론전
한편 대만은 오는 9월 열리는 제78차 유엔 총회를 앞두고 유엔에 4가지 요구 사항을 제시하는 등 대만의 유엔 참여를 주장하는 여론전에 나섰다.
이날 대만 타이완뉴스에 따르면 톈중광(田中光) 대만 외교부 정무차장(차관)은 전날 열린 언론 설명회에서 유엔총회 결의 제2758호에 대한 '잘못된 해석'시정 등 4가지를 유엔에 대한 대만의 요구사항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유엔 결의 제2758호는 1971년 알바니아 대표에 의해 발의돼 가결됐는데, 이 결의 때문에 중국이 유엔의 합법적 대표가 되고 대만은 사실상 유엔에서 쫓겨났다. 2758호는 '유엔에서 합법적인 중국의 대표는 오직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대표임을 인정하며 유엔 및 관련 조직을 불법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장제스(蔣介石) 정권 대표를 즉시 추방한다'는 내용이다.
대만은 이 결의에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언급이 없는 만큼 대만이 유엔에서 배제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톈 차장은 "유엔은 장기간 중국의 압박에 굴복해 2758호를 잘못 해석해왔다"면서 "중화민국(대만)과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은 서로 종속되지 않으며 대만 정부만이 대만 국민을 대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만인 개인과 대만 매체가 유엔 회의·이벤트를 참관·취재할 권리 보장▶대만해협 및 주변 지역에서의 평화 수호를 위해 유엔이 나서줄 것▶유엔이 대만의 의미 있는 참여를 받아들일 것 등도 촉구했다.
대만 정부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다음달 열릴 유엔총회에 맞춰 대사관 격인 미국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부를 중심으로 외교전을 펼칠 방침이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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