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출산율 ‘역대 최저’ 0.7명…상반기 출생아 6.3% 줄어
0.7명. 사상 최저를 기록한 지난 2분기 합계출산율이다. 여성 1명당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가 0.7명이라는 의미다. 올해 상반기로 보면 출생아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줄었다. 올해 출산율이 또 다시 사상 최저를 기록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연말엔 출산율 0.6명대 우려
30일 통계청 인구동향에 따르면 6월에 1만8615명이 태어났다. 지난해 같은 달(1만8915명)보다 300명(1.6%) 감소했다. 지난해 9월 소폭(13명) 증가하긴 했으나 이를 제외하면 월별 출생아 수는 91개월째 감소세다. 6월만 보면 감소 폭이 이전에 비해 크진 않았지만, 올해 상반기 내내 큰 폭의 출생아 수 감소가 이어졌다. 상반기 출생아 수는 12만34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만8488명)보다 8145명(6.3%) 줄었다. 역시 역대 가장 적었다.
합계출산율은 1분기 0.81명에서 2분기엔 0.7명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4분기(0.7명)가 분기별로 봤을 때 역대 최저에 해당했는데 올해 2분기에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통상 연말보다 연초에 아이를 낳는 걸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4분기 출산율은 한 해 중 가장 낮게 나타난다. 지난해 4분기 기록을 올해는 2분기에 세운 만큼 올해 말엔 출산율이 0.6명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분기 출산율은 연간 출산율을 엿볼 수 있는 지표기도 하다. 2017~2019년은 2분기 출산율과 연간 출산율이 똑같았고, 2020년 이후에도 차이는 0.1~0.3명에 불과했다. 1분기는 연평균보다 높게 나오고 4분기엔 낮게 나오다 보니 2분기가 평균치와 비슷해서다. 다만 지난해는 3분기 출산율(0.8명)이 2분기 출산율(0.75명)보다 높게 나오면서 전체 출산율(0.78)이 2분기를 상회했다.
출산율 1위 세종마저 1명 깨졌다
젊은 층이 많고, 보육 인프라가 잘 갖춰져 출산율이 가장 높던 세종시마저 2분기 출산율이 0.94명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2분기(1.09명)보다 0.15명 줄면서다. 지역별 출산율 집계에 세종시가 포함된 2012년 이후 세종의 출산율이 1명 밑으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 1분기엔 2.01명에 달했는데 7년 만에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에 전국 14개 시도 중 여성 1명이 1명 이상을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은 한 곳도 남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인구 유지를 위한 출산율 기준을 약 2.1명으로 본다. 2분기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웃돌면서 인구는 2만7272명 자연 감소했다.
늘어난 혼인, 출산으로 이어질까
그나마 혼인 건수가 늘어난 건 긍정적 신호다. 6월 혼인 건수는 1만6053건으로, 1년 전(1만4897건)보다 1156건(7.8%) 늘었다. 올해 상반기 전체로 보면 1년 전보다 8597건(9.2%) 증가세다. 코로나19로 연기됐던 결혼식이 계속 이어지는 모양새다.
다만 혼인이 늘어난 만큼 출생아 수가 증가할지는 미지수다. 결혼 이후에도 자녀를 낳지 않는 부부가 늘었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청년 비중은 지난해 53.5%에 달했다. 2018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다.
올해도 역대 최저에 무게
올해 상반기까지의 ‘인구 성적표’를 보면 한해 출산율이 지난해(0.78명)보다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더해진다. 정부는 전날 2024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출산·양육 부담을 줄이고 신혼부부 지원을 늘리는 데 저출산 대응의 초점을 뒀다.
이에 대해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모니터링평가센터장은 “문제는 코로나19로 미뤄뒀던 출산이 늘어나야 하는 때인데도 인구 감소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며 “앞으로 출생아 수 감소가 더 가파르게 이어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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