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이창호, 한국판 하빕을 꿈꾼다
[김종수 기자]
▲ 이창호는 테이크다운 이후 상위포지션에서의 파운딩 공격이 특기다. |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
한국 참가자 중 유일하게 'Road to UFC 시즌 2' 결승에 진출한 '블랙홀' 이창호(29)에 대한 격투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이창호는 지난 27일(한국시간)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있었던 'Road to UFC' 시즌' 2 밴텀급 준결승에서 다얼미스 자우파스(23·중국)를 3라운드 3분 35초 TKO로 꺾고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역전승이었던 만큼 더욱 짜릿했다. 이창호는 1, 2라운드 다얼미스에게 고전했다. 특히 자신의 장기인 그래플링 영역에서 열세에 몰렸다는 점에서 당혹스러움이 더 컸다. 먼저 테이크다운 당하는가 하면, 상대를 그라운드로 끌고 간 상태에서도 되레 포지션을 역전당하기까지 했다. '코리안 하빕'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는 경기 내용이었다.
하지만 투지의 이창호는 끝까지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패색이 짙은 3라운드에서 투혼을 보여주며 끝내 경기를 뒤집었다. 다얼미스의 체력이 빠질 때까지 쉴새없이 밀어부친게 컸다. 거듭된 압박과 공방전 속에 다얼미스는 지쳐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1, 2라운드 끊임없이 엎치락뒤치락 진흙탕 싸움을 벌인 성과였다.
이창호는 타격으로 압박을 한 뒤 케이지로 밀려난 다얼미스의 백포지션을 장악하고 그라운드로 끌고갔다. 다얼미스가 필사적으로 다시 일어나봤지만 이창호의 개미지옥에 빠져 다시금 그라운드로 끌려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이창호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백마운트 포지션을 장악한 상태에서 무자비한 그라운드 앤 파운드 공격을 퍼붓었고 지켜보던 레퍼리는 결국 TKO를 선언했다.
이창호는 승리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초반 화력이 강한 상대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커리어에서 한 번도 3라운드까지 간 적이 없었다는 부분을 주목했고 그래서 장기전을 목표로 했다. 초반에 밀렸을 때도 전혀 주눅들지 않았던 이유다. 상하이 퍼포먼스 체급 1등으로 중국에서 소문난 레슬링 강자라고 들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고 3라운드에 무조건 피니시할 생각이었다"며 역전승의 비결을 밝혔다.
더불어 테이크다운 때 덧걸이를 반복한 부분과 전 UFC 라이트급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세리머니를 따라한 이유에 대해서는 "스크램블 상황이나 넘어져서 엎치락뒤치락 하는 걸 좋아해서 일부러 상대 체력을 빼려고 그렇게 했다. 하빕같은 경우는 롤모델이다. 그처럼 압도적인 그래플러가 되고싶다"고 답변했다.
결승에서 맞붙게될 상대인 샤오롱(25·중국)에 대해서는 "웰라운더 스타일로 알고있지만 이번 상대보다 약하다고 생각한다. 준비만 잘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이번 오프닝 라운드 때부터 내 이름이 언급이 잘 안 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내 이름만 유일하게 끝까지 살아남은 만큼 아쉽게 탈락한 선수들 몫까지 어깨에 메고 힘내서 우승까지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이창호는 집요할 정도의 끈질긴 압박으로 상대를 그라운드로 데려가 상위 포지션에서 펀치를 날리며 압박하는 그라운드 앤 파운드가 장기다. 한 번 잡히면 도저히 빠져 나올 수 없기 때문에 '개미지옥'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지난 5월 28일 중국 UFC 퍼포먼스 인스티튜트 상하이에서 있었던 오프닝 라운드에서도 라나 루드라 프라탑 싱(26·인도)을 상대로도 인상적인 기량을 선보였다.
▲ 동체급 베테랑이자 선배 코리안 파이터 강경호는 이창호의 우승을 점치고 있다. |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
한편 UFC 밴텀급에서 활약 중인 코리안 파이터 '미스터 퍼펙트' 강경호(35)는 이번 대회 결과를 누구보다도 잘 맞추며 족집게 도사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준결승에서도 이창호와 함께 반대편에서는 샤오롱의 결승 진출을 전망한 바 있는데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일본 UFC 해설자 미즈가키 타케야는 카미쿠보 슈야(30·일본)의 결승 진출을 전망했으나 보기 좋게 틀리고 말았다.
강경호는 체력과 근성을 앞세운 이창호의 그래플링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변수가 많은 토너먼트 특성상 압도적인 타격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은 이상 아무래도 그래플링이 안정적인 쪽이 유리하다. 더불어 이창호는 타격도 준수한지라 경쟁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옵션이 많다는 평가다.
'Road to UFC'는 아시아 정상급 MMA 유망주들이 참가하는 8강 토너먼트로 우승자는 UFC와 계약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이번 시즌 2에서는 플라이급(56.7kg), 밴텀급(61.2kg), 페더급(65.8kg), 라이트급(70.3kg) 등 4개 체급에서 총 32명이 참가해 8명이 결승에 진출한 바 있다.
국내선수로는 다섯 명이 이번 준결승에 도전했으나 이창호을 제외한 다른 네 명은 탈락했다. 3명의 코리안 파이터는 중국 선수들에게 만장일치 판정으로 무너졌다. 플라이급 최승국(26)은 지니우스위에(23·중국)에, 페더급 김상원(29)은 이자(26·중국)에게 라이트급 김상욱(29)은 롱주(23·중국)에게 모두 판정패했다. 라이트급 박재현은 하라구치 신(24·일본)의 레슬링에 밀려 역시 판정으로 졌다. 이창호의 행보에 더욱 많은 관심이 몰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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