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혁명-5·18민주화 단체들 "북·중 영웅 정율성 공원 반대"

황희규, 최경호 2023. 8. 30.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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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혁명음악가 정율성(鄭律成·1914~1976) 역사공원 조성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보훈과 5·18관련 단체 등이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사업 철회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강기정 광주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청사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보훈단체 등 13개 단체가 30일 광주광역시청 앞 도로에서 집회를 열고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황희규 기자


“보훈부 요청 집회?” 강 시장 고발 예고


이들 13개 단체는 30일 낮 12시 광주시청 앞 도로에서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 중단 촉구 집회’를 열고 사업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집회에는 대한민국상이군경회, 4·19혁명 3개 단체(혁명회·희생자유족회·공로자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등 1200여명(경찰 추산)이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민주화 성지라고 부르는 광주에 중공과 북한의 영웅인 정율성 역사공원을 만드는 광주시장은 과연 대한민국 국민인가를 묻고 싶다”며 “학살자를 찬양하고 옹호하는 강 시장은 국민께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보훈단체 등 13개 단체가 30일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 중단 집회를 마친 뒤 성명서 전달을 위해 청사 진입을 시도하면서 청원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황희규 기자


청사 진입하다 대치…1시간30분 만에 성명서 전달


이들은 성명서 발표를 마친 후 “성명서를 강 시장에게 전달하겠다”며 청사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단체 회원과 청원경찰·경찰 등이 50분가량 대치하기도 했다.

이들은 청사 입구에서 “강기정 나와라” “빨갱이 시장 각성하라”고 외쳤다. 이날 집회는 오후 2시10분쯤 김용덕 특수임무유공자회장이 광주시청 관계자와 협의 후 시청 민원실에 성명서를 제출하면서 마무리됐다.

이화종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장은 “오늘 집회는 국가보훈부 요청으로 온 것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일평생 한 것처럼 앞으로도 이 나라를 지키는 데 일조하기 위해 왔다”며 “보훈부 요청으로 오늘 집회를 열었다고 말한 강 시장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광주 동구 불로동 정율성 생가 부지에서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황희규 기자


광주시 “정율성 사업 오해…철회 요구에 유감”


광주시는 보훈단체 집회에 유감을 표하며 정율성 역사공원 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할 계획임을 재차 밝혔다. 광주시는 이날 논평을 통해 “보훈단체가 정율성 역사공원사업 취지와 사업내용을 오해해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 같다"라며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광주시는 또 “정율성 선생은 지난 30년간 북방외교, 한중 우호 교류 등 대한민국 국익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소환된 인물”이라며 “앞으로도 한중우호 교류 사업인 정율성 기념사업을 책임지고 잘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보훈단체 등 13개 단체가 30일 광주광역시청 앞 도로에서 집회를 열고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정율성 공원, 48억원 들여 올해 말 준공


광주시는 사업비 48억원을 들여 올해 말 준공을 목표로 광주 동구 불로동 정율성 생가에 역사공원(878㎡)을 조성하고 있다. 사업비는 전액 광주시 예산으로 이 중 초기보상비(매입비)는 35억원, 공사비는 13억원이다. 역사공원에는 생가를 리모델링하고, 정자와 관리실 등을 설치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정율성 역사공원에 대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대한민국 정체성을 훼손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광주 출신인 정율성은 중국으로 건너가 의열단장 김원봉이 난징에 세운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를 다녔다. 이후 그는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팔로군행진곡)과 북한 군가인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을 작곡했다. 6·25전쟁 때는 중국 인민지원군 일원으로 전선 위문활동을 했으며, 1956년 중국에 귀화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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