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 "송객수수료 법제화해야"…정부는"자정 노력 먼저"(종합)

이민지 2023. 8. 3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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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업계 "담합이슈 고려, 법제화로 상한선 정해야"
국회입법조사처도 "면세산업 해칠 것…대안 마련해야"
정부 관계자 '난색' …"고민해 나갈 문제"

국내 면세업계가 시장 경쟁력 제고를 위해 송객수수료 한도를 법으로 정해달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여행사 등에 과도하게 지급한 송객수수료는 일찍이 국회에서도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본 사항이다. 면세업계와 국회 모두 송객수수료 손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어 법제화를 통해 정상화 과정을 밟아 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30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국내 면세산업 글로벌 경쟁력 제고 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이민지 기자]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내 면세산업 글로벌 경쟁력 제고 방안’ 세미나에서는 과도한 송객수수료 정상화 문제가 주요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코로나19 기간 면세점은 해외 관광객이 급감하자 따이궁(보따리상)을 통해 제품을 판매해왔다. 따이궁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것인데,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따이궁과 현지 여행사가 수취하는 수수료는 매출액의 절반까지 올라오게 됐다. 실제로 코로나19 이전엔 따이궁(보따리상) 유치를 위해 사용되는 현금이 작아 송객수수료 비중은 단체관광객 매출액 대비 30%대에 불과했지만 2022년엔 52%로 집계됐다.

이 과정에서 국내 면세점들의 체력과 위상은 크게 꺾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면세산업 규모는 12조8800억원으로 세계 면세산업 1위를 기록했지만 지금은 중국에 역전 당했다. 영업이익률은 과거 6%에 달했지만 2020년 -7%를 기록한 이후 현재까지 마이너스 수치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중국은 면세점 육성정책에 힘입어 최근 5년간 23%대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현재 면세업계는 엔데믹 전환 이후 송객수수료를 30~40%까지 낮추기 위해 자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관세청도 과도한 수수료는 면세점 갱신 심사 기준에 반영하겠다고 밝히면서 수수료 경쟁 자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경쟁이 기반이 되는 면세업계에서 업체간 협의로 수수료 완화 움직임을 보일 경우 담합 이슈에 걸릴 수 있어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의 의견이다.

유신열 한국면세점협회장은 “코로나19 기간 중국 현지 시장에서 제품을 팔기 위해선 송객수수료를 높일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며 “지금의 면세 매출 구조는 크게 왜곡돼 법제화로 수수료를 낮추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객수수료 문제는 이달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도 공통되게 지적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과도한 수수료는 면세점간 출혈 경쟁과 한국 면세업계 평판 훼손, 중소면세점 경쟁력 약화를 야기한다”며 “송객수수료 문제를 살피고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날 세미나에서 ‘면세점 송객수수료 실태분석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 주성준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관세법 개정을 통해 여행사에게 유입되는 송객 수수료의 한도를 적정선으로 규제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적절한 송객수수료 한도는 코로나19 이전시기 정상적인 경쟁상황에 해당하는 기간을 추정한 이후 해당기간의 최대 수수료율 등을 상한으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변호사는 "면세점을 규율하고 관세청의 권한을 규정한 관세법을 개정하는 방식이 타당하다"며 "면세업계의 자체적인 시정에 맡긴다면 시장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수준의 출혈경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업계의 송객수수료 법제화 요청과 관련해 정부 측에선 난색을 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영민 기획재정부 관세제도과장은 “법적인 영역으로 정부의 해결을 기대하는 것은 상당히 곤혹스럽다”며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들게 되면 자연스럽게 수수료 압박은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우철 관세청 보세산업지원과장은 “송객수수료 비중이 50%까지 높아졌다는 것은 충격적인 수치이지만 코로나19라는 예외적인 시기에 발생한 현상으로 봐야한다”며 “하나의 현상만으로 (법제화라는)해결방법을 제시하는 것 보다는 다양한 방면에서 고민해 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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