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평가' 회계사 시험에 '고무줄 점수' 적용한 금융위

감사원, 금융위원회 정기감사 보고서 공개
합격수 관리 위해 59점을 60점으로, 58점으로

절대평가로 선발해야 하는 공인회계사를 금융위원회가 목표 인원을 미리 설정해 상대평가처럼 선발제도를 운영했다는 감사원 지적이 나왔다. 공인회계사 시험은 진입규제 완화를 위해 선발인원을 정하지 않고 과목별 60점을 넘으면 합격하는 제도로 바뀌었지만 채점기준과 시험점수 등을 임의 변경했다.

감사원은 30일 금융위 정기감사 중 우선처리 사안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2004년 '공인회계사법 시행령'을 개정에 따라 2007년부터는 절대평가로 법령이 개정됐다"며 "그 이후에도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상대평가처럼 목표 선발인원을 정해두고 그에 맞춰 채점기준, 시험점수를 임의로 변경하는 등 법령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했다"고 공개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금융위는 공인회계사 진입 규제를 완화하라는 권고에 맞춰 지난 2004년 '공인회계사법 시행령'을 개정해 2007년부터는 5과목 모두 60점 이상을 받으면 합격하는 절대평가 제도로 조정됐다. 하지만 금융위는 상대평가처럼 목표 인원을 미리 설정했다. 감사원은 "금융위는 공인회계사 수요가 증가하고, 중소·중견 회계법인과 비회계법인이 채용난을 겪는 상황을 알면서도, 최소선발예정인원을 4대 회계법인 채용계획 수준인 1100명 수준으로 동결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시험을 관리하는 금감원은 법규 위반 소지 등의 의견을 제시했지만 금융위는 당초 방안대로 '적정 합격자 수'를 정해 금감원에 참고 자료로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는 출제, 가채점, 본 채점의 채점 기준이 임의로 변경됐다. 감사원은 "세법의 가채점 평균이 60점을 크게 상회하면 부분점수 불인정 등으로 평균 점수를 낮추고, 원가 회계의 가채점 평균이 60점보다 높으면 당초 채점 기준을 완화해 가채점 평균 점수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감원은 채점을 완료한 뒤 응시생 이의 제기 방지 및 합격자 수 관리 등을 위해 합격 기준(60점)에 근접한 59점대 답안지를 모두 골라냈다"며 "59점대 점수를 60점대로 올려 합격시키거나 아니면 58점으로 낮출 것을 채점 위원에게 요구했고 이에 따라 점수가 상·하향 조정됐다"고 부연했다. 결과적으로 예상 합격자 수가 금융위가 정한 합격자 수에 근접할 때까지 채점 기준을 변경하고 다시 채점하게 한 셈이다.

이에 감사원은 금융위에 공인회계사를 선발할 때 수요를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절대평가 등 관련 법규의 취지에 맞추라고 통보했다. 또한 금감원에는 공인회계사 시험관리가 투명하고 신뢰성 있게 이뤄지도록 출제 및 채점 방식 등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전달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