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굴욕…100만원짜리 종이 드론에 전투기 5대 당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종이 드론’(cardboard drones)을 이용해 러시아 비행장에서 5대의 전투기를 손상시켰다고 밝혔다.
29일(이하 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지난 26일 현지 매체인 키예프 포스트에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비행장에서 미그-29기 1대와 수호이-30 전투기 4대를 공격했다”며 “2개의 ‘판치르’(Pantsir) 지대공 미사일 발사대와 S-300 방공 시스템 일부도 손상시켰다”고 전했다.
보안국은 “이번 공격에 동원된 종이 드론은 모두 16대였고, 이중 3대가 격추 됐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공군의 동향을 전하는 친(親)러 블로거 ‘파이터바머‘(@Fighterbomber)는 텔레그램에 “이번 공격은 호주가 제공한 종이 드론을 사용한 첫 공격”이라며 “이 드론들의 엔진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만약 전기가 동력이라면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출발했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호주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에 “러시아 비행장 공격에 사용된 건 호주산 종이 드론이다”고 전했다.
이 주장이 전혀 설득력 없는 건 아니다. 호주 정부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에 매달 100대가량의 드론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포브스와 인더스트리 탭 등 외신은 지난 4월 최근 호주기업 SYPAQ시스템스가 ‘PPDS(Precision Payload Delivery System)’라는 이름의 종이 드론을 우크라이나군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종이로 만들어진 이 드론에는 길이 약 2m인 직선형 주날개가 달렸으며 전방에는 프로펠러 1개가 구성됐다. 자율로 비행하는 종이 드론은 원격 조종이 필요치 않고 위성항법장치(GPS)를 사용해 움직일 수 있다.
종이 드론은 박스 형식으로 배달돼 현장에서 쉽게 조립할 수 있고, 전파를 통과시켜 레이더망에 피하기 유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대 항속 거리가 120㎞에 달하며 최대 적재 중량도 5kg으로 탄약, 식량, 의약품을 공중 수송하거나 적진에 소형 폭탄을 투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종이 드론의 값은 한 대당 670~3350달러(약 86만~430만 원) 수준이다. 전장에 대량 소모되더라도 아군의 전쟁 수행 능력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SYPAQ 측은 종이 드론에 관해 “발사대를 이용해 튀어 오르듯 공중으로 이륙하기 때문에 활주로는 필요 없다”라며 “러시아군이 처음에 겉모습만 보고 비웃을 수 있으나 그 웃음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이뤄진 공격에 이 드론이 정확히 어떻게 사용됐는지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밝히지 않았으나 친 러시아 블로거는 “폭발물을 실은 드론과 빈 드론을 결합해 사용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코르보의 기체 구조가 레이더를 회피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쿠르스크 상공과 약 240㎞ 떨어진 브라이언스크에서 두 대의 드론을 격추했다고만 밝혔을 뿐 비행장의 피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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