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첫 고비?…4년 만에 '투수들의 무덤'으로 간다
메이저리그(MLB)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 쿠어스필드는 '투수들의 무덤'으로 통한다. 해발 고도(약 1.6㎞)가 높고 공기가 건조해 타구 비거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른 구장이라면 펜스 앞에서 잡힐 타구도 쿠어스필드에서는 담장을 넘어가 홈런이 된다.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은 다음 달 2일 오전 9시 40분(한국시간) 쿠어스필드에서 열리는 콜로라도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선다. 류현진의 쿠어스필드 등판은 2019년 8월 1일 이후 4년여만이다. 개인 4연승에 도전하는 그가 올 시즌 첫 고비를 맞닥뜨렸다.
쿠어스필드는 류현진에게도 악몽의 장소다. 그는 쿠어스필드 통산 6경기에서 1승 4패, 평균자책점 7.09로 부진했다. 26과 3분의 2이닝을 던지는 동안 26점(21자책점)을 내줬다. 3경기 이상 등판한 빅리그 야구장 중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6경기에서 홈런 8개를 맞아 피장타율도 0.667에 달한다. 류현진이 몸담았던 LA 다저스와 토론토의 홈구장을 제외하면, 쿠어스필드에서 내준 홈런 수가 가장 많다. 볼넷도 12개를 허용했다. 3경기를 더 치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홈구장 체이스필드(15개)에 이어 공동 2위다. 실투를 피하려다 제구가 흔들려 볼넷이 많아진 모양새다.
류현진은 빅리그 2년 차였던 2014년 쿠어스필드 첫 등판에서 6이닝 2실점으로 잘 던졌다. 그러나 3년 뒤인 2017년엔 3경기에서 10과 3분의 2이닝 동안 17실점(12자책점) 하면서 3패만 떠안았다. 2019년 첫 등판이던 6월 29일 원정 경기에선 4이닝 동안 홈런 3개 포함 9안타를 맞고 7실점으로 무너지기도 했다.
류현진은 그 후 심기일전했다. 한 달여 만에 다시 쿠어스필드 마운드에 올라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공 80개를 던지는 동안 장타는 하나도 맞지 않았고, 볼넷도 하나만 내줬다. 홈런 공포증을 극복한 그 경기가 류현진과 쿠어스필드의 마지막 기억이다.
류현진은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을 이겨내고 돌아온 올 시즌, 평균자책점 2.25(24이닝 6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자책점 6점 중 절반인 3점이 솔로 홈런 세 방으로 나왔다. 느린 직구나 커브는 한가운데로 몰리는 순간 장타로 연결되기 쉽다. MLB 투수 중 구속이 가장 느린 편인 류현진에게는 '홈런 공장' 쿠어스필드 등판이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상황도 좋지 않다. 토론토 주전 3루수 맷 채프먼과 주전 유격수 보 비셋이 나란히 부상으로 이탈했다. 류현진은 득점과 수비에서 승리의 '지원군'이 돼줄 동료 두 명 없이 어려운 출발선에 서게 됐다.
그러나 류현진에게는 세월이 남긴 '믿을 구석'이 있다. MLB가 감탄하는 핀포인트 제구력과 능수능란한 완급조절 능력이다. 구속은 4년 전보다 더 떨어졌지만, 류현진의 두뇌는 더 영리해졌다. 과거 류현진의 '천적'이었던 놀런 아레나도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떠난 지 오래다.
'위기'로 보이는 쿠어스필드 원정은 어쩌면 더 견고해진 그를 입증할 '기회'일 수도 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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