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그곳]정권 따라 오락가락 30여년…'새만금'의 눈물
尹정부 출범 후 기업 투자유치 줄이어
잼버리 실패 후 예산삭감·기본계획 재수립 지시
국내 최대 간척사업인 새만금 개발 사업이 또다시 위기에 놓였다.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이후 정부가 새만금 간척지 개발을 위한 기본계획(MP)을 전면 재수립하기로 결정하면서, 진행 중인 사업은 물론 당초 개발 계획 일정이 모두 불투명해졌다.
새만금 개발사업은 정부가 1970년대 초반 세계적 식량 파동을 극복하고자 '옥서지구 농업개발계획'을 수립한데서 출발한다. 1987년 식량 자급 확대를 위해 서울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달하는 4만100㏊ 부지와 담수호를 새로 만들어 개발하는 '새만금 간척종합개발사업'을 발표하고 1991년 11월 첫 삽을 떴다. '새만금'이라는 지명은 전북 지역 곡창인 김제 만경평야의 금만(金萬)에서 따왔다.
2004년이면 완성될 것으로 보였던 간척 사업은 여러 변수에 맞닥뜨렸다. 우선 쌀 소비량 급감 등 식량 수요 변화로 간척지를 모두 농업용지로 조성하는 게 타당하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양한 생물의 보고인 갯벌을 매립하는 사업을 두고 환경단체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8월 사업 중단을 요청하는 취지의 소송이 제기되면서 대규모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3월 대법원이 '새만금 간척은 공익에 부합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0년 전북 군산에서 부안을 잇는 33.9㎞의 세계 최장 방조제가 세워지고 공사가 재개되고 매립 중인 간척지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2007년 농업용지 72%, 비농업 용지 28%로 토지 이용구상이 변경됐고, 2008년엔 다시 내부토지개발 기본 구상을 바꿔 농업용지를 30%로 대폭 줄이고 나머지 용지를 산업·관광·에너지 용도 등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같은 해 '새만금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정부 주도 사업 추진을 위한 국무총리 소속 새만금위원회가 발족했다. 2011년엔 전체 사업 내용을 아우르는 새만금 기본계획이 확정되면서 개발 방향이 더욱 구체화했다. 사업 규모가 커진 만큼 기간도 대폭 늘려서 2050년까지 단계별 로드맵을 만들어 도로와 항만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내용을 계획에 담았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에는 부처별로 나뉜 새만금 개발을 맡을 새만금개발청이 문을 열었고, 이듬해에는 글로벌 경제협력·자유무역 중심지 조성을 뼈대로 한 기본계획 변경도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8월에는 세계잼버리 개최지로 새만금이 확정됐고, 잼버리 용지 매립과 활용 방안 등이 기본계획에 포함됐다. 2018년에는 새만금개발공사가 설립돼 기본계획 변경에 따른 도시조성과 용지 분양, 재원 마련 등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새만금을 찾아 "기업이 바글거리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이후엔 대대적인 민간투자가 이뤄졌다. 윤 정부 출범 이후 약 일년간 새만금 국가산단에는 6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다. 투자진흥지구 지정을 통한 규제 완화와 속도감 있는 인프라 구축 덕에 기업 투자가 이어졌고, 이차전지 특화단지로도 지정돼 미래 산업 중심지 도약까지 넘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달 1~12일 진행된 세계 잼버리 대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새만금 개발을 둘러싼 정부와 정치권의 분위기가 또다시 달라졌다. 착공을 앞둔 국제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 적정성이 도마 위에 올랐고, 급기야 정부 예산안에서 새만금 관련 예산이 무려 70% 넘게 삭감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최근 새만금의 명확한 목표 설정을 위해 국토부와 새만금개발청에 기본계획을 다시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묻기 위한 계획 재수립은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지만, 여당에선 '전라북도가 잼버리를 이용해 예산을 끌어와 새만금 사업을 추진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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