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만 본 게 아니다" 13:1 뚫은 32명…태재대 파격 시작됐다
지난 6월, 학부모 최희영씨는 대학 1학년인 딸로부터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선망하던 대학에 들어간 딸의 갑작스러운 얘기는 청천벽력처럼 느껴졌다. 최씨의 딸은 “이대로 가다간 내 희망과 상관없이 성적 순으로 전공이 정해질 것 같다”며 태재대학교 지원서를 내밀었다. 딸은 “미네르바대학과 비슷한 학교인데, 1기생이 돼보고 싶다”고 했다. 최씨는 예전에 EBS 다큐멘터리에서 본 미네르바대학을 떠올렸다. 최씨는 결국 아이의 손을 들어줬고, 아이는 바라던 대로 태재대 1기 신입생이 됐다.
'한국판 미네르바대'로 불리는 태재대가 30일 서울 종로구 태재대 캠퍼스에서 첫 입학식을 열었다. 2021년 9월,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형 미래 대학을 만들겠다며 태재대 설립준비위원회가 출범한 지 2년만이다. 태재대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해외를 다니며 수업을 진행하는 파격적인 혜택과 정년 없이 전임교원을 채용하는 등 실험적인 행보로 설립 단계부터 주목을 받았다. 염재호 태재대 총장은 “4~5년 안에 우수한 학생들이 하버드·스탠퍼드대 대신 태재대를 오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는 포부를 밝혔다.
명문대 대학생도, 15세 쌍둥이 형제도 입학
태재대를 선택한 학생들의 이력도 다양하다. 남아공 의대에 입학했다가 이탈리아 밀라노 소재 대학에 입학해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는 최모씨, 영국 러프버러대학 재학생인 동시에 축구 심판 자격증을 취득한 김모씨, 연세대 경제학과에 다니다 태재대에 입학한 박모씨 등이다. 김 처장은 “태재대는 사이버대학으로 설립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일반대와 중복 등록이 가능하다”며 “대학 경험이 있던 13명 중 일부는 자퇴서가 아닌 휴학계를 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최연소 합격자는 15세(2008년생)의 이란성 쌍둥이 형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던 형제는 검정고시로 고졸 자격을 취득한 후 올해 6월 한 경연대회 준비 중 알게 된 대학 교수님의 추천으로 태재대에 입학했다. 외국인 학생도 5명이다. 베트남(2명), 튀니지(1명), 카자흐스탄(1명), 이스라엘(1명) 등에서 왔다. 김 처장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의 학생들은 생각보다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미국은 해외로 유학 가는 학생이 극소수라 한국으로 학생을 데려오는 게 쉽지 않았고 러시아는 전쟁 중이라 홍보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향후 이들 국가에 대한 입학 홍보를 강화해 미·중·일·러 학생 비율을 외국인 재학생의 80%까지 높이겠다”고 했다.
실리콘밸리, 도쿄, 홍콩 누비며 수업 듣는다
학생들은 재학 기간 중 서울, 도쿄, 홍콩, 모스크바 등에 위치한 기숙사에서 현장 학습도 한다. 현재까지 채용된 교원은 14명(전임교수 10명, 특임교수 4명)이다. 바이오 공학 분야에 관심 있다고 밝힌 신입생 전모양은 “처음 시작하는 대학이기 때문에 대학의 커리큘럼이 어떻게 진행될 지는 여전히 물음표다”면서도 “토론형 수업이나 미국 실리콘밸리 현장 학습 등 모든 게 기대된다”고 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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