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점이 60점도, 58점도 됐다...금감원이 임의로 건드린 CPA점수
과목 평균 ‘59점’을 받은 수험생의 점수가 갑자기 합격선인 60점으로 올라 합격자가 되거나, 혹은 58점으로 내려가 불합격자가 되는 시험이 있다. 정부 당국에서 가채점을 해보니 합격자가 많이 나올 듯하면, 채점 기준을 바꿔 점수를 낮추는 시험이 있다. 선발 인원을 정해놓지 않는다고 했지만, 4대 대형 회계법인의 수요에 맞춰 비공개로 사실상의 합격자수를 정해놓은 시험이 있다. 모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주관 및 감독하는 공인회계사(CPA) 시험 얘기다.
감사원은 2023년 CPA 2차 시험 결과 발표(31일)를 하루 앞둔 30일 이같은 내용의 ‘공인회계사 선발시험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금융위 정기감사 중 발견된 사항으로, CPA 시험 일정에 맞춰 감사결과 일부가 먼저 공개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공인회계사 시험이 이렇게 무분별하게 관리됐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공인회계사 시험은 진입규제 완화 필요성에 따라 2007년부터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혼합해 합격자를 선발하고 있다. 객관식 상대평가인 1차 시험 통과자를 대상으로 주관식과 서술형으로 이뤄진 2차 시험(세법·재무관리·회계감사·원가회계·재무회계)을 진행한 뒤 모든 과목 60점 이상 득점자는 제한 없이 합격시키는 방식이다. 다만 그해 당국이 설정한 최소 선발인원 대비 절대평가 합격자가 부족하면 총점 순(상대평가)으로 나머지 합격자를 채운다. 하지만 감사 결과 실제 선발방식은 이와 거리가 멀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금융위는 공인회계사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지난 4년간(2018년~2021년) 최소 선발인원을 사실상의 선발 목표 인원으로 관리했다. 2020년 최소선발 인원을 1100명으로 해두고, 실제 선발인원도 1110명을 뽑는 식이었다. 2020년~2022년의 경우 “4대 회계법인 외에서 실무수습을 하면 회계사 역량이 약화된다”는 이유로 4대 법인 채용계획 수준에 따라 최소 선발인원을 1100명으로 동결했다. 금융위는 2022년 시험의 경우 회계사 공급이 부족하다는 자체 판단 하에 “법령에 위반된다”는 금감원의 검토 의견에도 유선으로 “1300명 수준으로 선발하라”고 합격자수를 지정해 요청키도 했다.
선발 인원을 정해놓으니 채점 기준도 뒤틀렸다. 금감원은 채점 과정에서 채점위원에게 응시생 20%를 대상으로 먼저 가채점을 요구해 합격자수를 추정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예상 합격자수가 금융위가 정한 최소 선발 예정인원에 근접할 때까지 채점 기준을 2~3번씩 변경하도록 했다. 그 결과 출제와 가채점, 본채점 때의 채점기준이 모두 달라졌다. 예를 들어 가채점 결과 특정과목의 평균 점수가 60점을 상회하면 채점 기준표에 있던 부분점수를 없앴고, 반대로 특정과목 평균이 60점보다 낮으면 기준표에 없던 부분 점수를 신설했다.
금감원은 채점 방식 변경으로도 합격자수를 맞출 수 없게 되면 점수를 또 한번 변경했다. 금감원은 채점위원에게 합격선에 1점 모자란 59점대 합격자를 대상으로 점수를 60점으로 올려 합격선에 올리거나, 58점으로 내려 불합격자가 되도록 요청했다. 평균 60점 이하 득점자의 경우 상대평가를 적용해 총점 순으로 선발하면 됐지만, 금감원은 채점 기준에 대한 이의 방지와 동점자 문제 등 합격자 수 관리를 하려 이런 방식을 택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채점의 오류가 있는 경우도 있어 재채점을 통해 점수가 일부 변경됐을 뿐 임의적으로 점수를 올리거나 내린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감사원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명확한 기준 없이 수험생의 점수가 임의대로 변경된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59.9점을 받은 수험생을 60점으로 올리고, 59.1점을 받은 수험생을 58점으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 점수와 상관없이 임의대로 점수를 변경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채점위원들은 감사원 조사에서 “금감원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감사원 관계자는 “추가 조사를 통해 이 부분을 더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같은 감사원 감사 결과를 받아들여 31일 발표하는 올해 CPA시험에선 법령에 따라 별도의 점수 조정 없이 합격자를 선발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한 수험생의 반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별도의 수사의뢰는 하지 않았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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