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한국형 자산 인출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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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구의 3분의 1은 소위 베이비 붐 세대.
미국의 재무설계사 윌리엄 벤겐이 주창한 방법론으로, 퇴직 시점인 초년도에는 보유자산의 4%를, 그다음 해부터는 물가상승률(4%+물가상승률)에 맞춰 인출하면, 30년간 자금 고갈 없이 쓸 수 있다.
베이비 붐 세대의 퇴직으로 표현되는 인구구조의 극적인 변화로 인출 전략이 자산운용에서 중요한 과제로 등장했음에도 이에 대한 논의조차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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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구의 3분의 1은 소위 베이비 붐 세대. 1차, 2차 베이비 붐 세대의 숫자를 합치면 총인구의 34%(1650만명)를 차지하는 거대 인구 집단이다. 이들 중 앞선 세대는 이미 퇴직 대열에 들어섰고 뒷세대들도 차근차근 그 대열에 접어들고 있다. 베이비 붐 세대의 퇴직은 정부 재정에서부터 고용 구조 그리고 복지 정책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그 강도는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다. 특히 개인적 차원에서는 자산운용 방식에서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난다.
시간이 흐를수록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과 같은 소득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보유 자산의 가치와 활용도가 중요해질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퇴직 이후에도 높은 소득을 올리겠지만 여기에 해당하는 퇴직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퇴직 후 자산운용의 과제는 두 가지이다. 먼저 수명이 길어진 만큼 자산을 성장시켜야 한다. 만일 자산 성장 없이 돈만 빼서 쓰면 그 고갈 시점이 빨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은퇴 파산이다. 또 하나는 그 자산에서 지속적으로 인출해서 생활비로 조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자산을 성장시키면서 인출도 해야 하는 두 개의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지금까지 이뤄진 많은 논의가 주로 자산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꿔 말하면 돈을 버는 것에만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보유 자산에서 현금을 인출해 생활비로 조달해야 한다. 그렇다고 있는 자산에서 무작정 돈을 빼서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출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인출 전략으로 가장 유명한 것이 ‘4% 규칙’이다. 미국의 재무설계사 윌리엄 벤겐이 주창한 방법론으로, 퇴직 시점인 초년도에는 보유자산의 4%를, 그다음 해부터는 물가상승률(4%+물가상승률)에 맞춰 인출하면, 30년간 자금 고갈 없이 쓸 수 있다. 여기에는 미국의 주식과 채권에 절반씩 투자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매우 단순해 보이는 방법이지만 4% 규칙의 핵심은 자금 고갈과 인플레이션이란 두 가지 변수를 고려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선진국에서는 4% 규칙 이후 다양한 인출 전략이 논의되고 있고 윌리엄 샤프 같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도 이 주제를 연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출 전략에 대한 논의는 걸음마 단계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베이비 붐 세대의 퇴직으로 표현되는 인구구조의 극적인 변화로 인출 전략이 자산운용에서 중요한 과제로 등장했음에도 이에 대한 논의조차 없는 상황이다. 나라마다 조금씩 연금 제도에 차이가 있고 또 문화도 다르기 때문에 한국형 인출 전략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필요가 있다.
리스크 관리에 대한 인식도 더욱 더 넓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주로 투자와 관련된 리스크만 강조되어 왔지만 이제는 시퀀스 리스크와 장수 리스크까지 포함된 리스크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시퀀스(sequence) 리스크란 수익률의 순서로 인해 큰 영향을 받는 것을 말하는데, 특히 퇴직 이후 10년의 운용 성과가 향후 노후 생활비를 조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단기적으로는 인출 전략과 장수리스크와 시퀀스 리스크를 모두 고려하는 종합적인 리스크 관리 전략에 대한 인식 개선과 교육이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애플리케이션(앱)과 같은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내게 맞는 인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요구된다. 이제 단순히 돈을 많이 모으겠다는 데서 벗어나 어떻게 쓸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는 시대라는 것을 받아야 들여야 할 때이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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