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불펜 다 뺀 LG, 급할수록 돌아가는 함덕주

배중현 2023. 8. 30.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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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6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투수 함덕주가 6회 등판 역투하고 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3.07.06.


LG 트윈스가 결단을 내렸다.

LG는 29일 함덕주(28)를 1군 엔트리에서 뺐다. 부상이 있는 건 아니다. 염경엽 LG 감독은 "오랜만에 이닝(55와 3분의 2이닝)을 많이 던져서 회복이 조금씩 늦더라. (1군 엔트리 재등록이 가능한) 10일 쉬면 나을 거 같다"면서 "(피로가) 한 번에 훅 오면 (공백이) 더 오래갈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수십 명의 선수가 1·2군을 오르락내리락한다. 함덕주의 엔트리 말소도 특별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LG의 선수단 구성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만약 29일 서울 잠실 두산 베어스전이 우천 순연되지 않았다면 LG는 왼손 불펜 없이 경기를 치러야 했다. 함덕주의 빈자리를 왼손 김윤식으로 채웠는데 김윤식의 보직은 선발. 함덕주가 1군 불펜의 유일한 왼손이었다. KBO리그 10개 구단 중 왼손 불펜이 없는 건 LG가 유일했다.

왼손 불펜을 고집하지 않는 건 염경엽 감독의 야구 철학이다. 그는 "왼손 타자를 잡을 수 있는 투수가 우린 따로 있다. (오른손 투수인) 김진성·유영찬 같은 선수들이 왼손 투수 역할을 하고 있다. (투구) 유형에 상관 없이 왼손 타자에 강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3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6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투수 함덕주가 7회 KT 2사 만루서 조용호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고 들어오며 미소짓고 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3.07.06.


사이드암스로(언더핸드)가 왼손 타자에 약하다는 건 정설에 가깝다. 염경엽 감독은 '확실한 무기'가 있다면 그걸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고영표(KT 위즈)나 임기영(KIA 타이거즈)이 왼손 타자에 약하지 않다"고 했다. 고영표나 임기영 모두 사이드암스로 계통이지만 주 무기인 체인지업을 앞세워 왼손 타자를 효과적으로 상대한다. 세부 지표만 보면 오른손 타자보다 왼손 타자를 더 잘 막기도 한다.

LG는 최근 2위 KT 위즈와의 승차가 좁혀졌다. 쫓기는 입장이 되면서 불펜 의존도를 높일 수 있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는 결정을 내렸다. 그만큼 함덕주를 중요 자원으로 분류한다.

2021년 3월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은 함덕주는 부상 탓에 2021시즌 16경기, 지난해 13경기 등판에 그쳤다. 올해는 다르다. 5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62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반등했다.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 마무리 투수 고우석이 차출되면 그 빈자리를 채울 첫 번째 대안이다.

염경엽 감독은 "나중 게임(후반기 막판)이 더 중요하다. 계속 (안 좋은 상태로) 끌고 가면 싸워야 할 때 데미지를 받을 수 있다"며 "지금의 6경기보다 마지막 30경기가 훨씬 중요하다. 거기서 승부가 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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