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석학 "북핵, 오히려 한반도 안정시켜…비핵화 어렵다"

장희준 2023. 8. 3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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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어샤이머 "北, 핵무기 포기하지 않겠지만
…강력한 美 확장억제로 사용하지 못할 것"
석학들 "대화 노력해야"…이중접근法 강조

미국의 석학이 북한의 핵무장으로 한반도가 오히려 안전해졌다는 견해를 밝혔다. 북한이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전제하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선 미국의 확장억제가 '균형'을 이뤘다는 진단으로 풀이된다. 세계 각국의 전문가는 한·미·일 3국 공조가 안보 협력은 물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오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존 미어샤이머 미국 시카고대 정치학과 석좌교수는 3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3 한반도국제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대다수의 관측자는 북한의 핵무장이 동북아 지역 불안정의 원인이라고 여기지만, 이는 틀렸다"며 "오히려 핵무장한 북한은 핵무기가 없는 경우보다 한반도를 안정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북핵-美 확장억제 균형…"北, 핵무기 포기 안해"

존 미어샤이머 미국 시카고대 정치학과 석좌교수가 3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3 한반도국제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장희준 기자 junh@

그는 "상당수는 북한이 한국에 핵무기가 없다는 점을 악용해 핵을 강압의 수단으로 사용할 것이라 믿고 있지만, 이런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핵무기는 궁극적인 억지 수단이긴 하지만, 평시에 적을 강압하는 데엔 쓸모없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핵을 위협의 수단으로 쓸지언정 실제로 사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이어 "일부는 북한이 핵무기로 대남 군사적 이점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에 주둔한 미국의 대규모 병력과 그 가족을 고려하면 이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더욱이 미국은 확장억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했는데,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면 미국이 핵무기로 보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는 충분한 억지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한미가 지난 18년 동안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북한은 강대국에 둘러싸인 위험한 지역에 있으며, 악화된 미·중-미·러 관계를 볼 때 압박이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비핵화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로 한반도에서 핵무기가 사라진다면 재래식 전쟁이 안전한 옵션이 될 것인데, 재래식에 대한 억지는 핵 억지를 달성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평가했다. 즉 북한의 핵 보유에 맞선 미국의 확장억제로 한반도는 안정적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핵이 사라지면 재래식 무기를 동원한 남북 충돌, 나아가 전쟁 발발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는 견해다.

"대화 노력해야…제재 해제 같은 인센티브 필요"

각국 정부 관계자와 석학들이 3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3 한반도국제포럼'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협력'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사진=장희준 기자 junh@

이어진 세션에선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협력'을 주제로 자유토론이 진행됐다. 김우상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미어샤이머 교수와 안킷 판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 아키야마 노부마사 일본 히토츠바시대 법학과 교수, 청샤오허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토마스 쉐퍼 전 주북 독일대사,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센터장이 참여했다.

일본의 아키야마 노부마사 교수는 "북한이 핵개발에 진전을 보이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핵 주변국의 위협이 일한 양국에 강하게 각인됐다"며 "이는 미국과의 동맹을 통한 확장억제의 신뢰성에 의문을 불러일으켰고, 결과적으로 일본과 한국에서 핵 공유 및 핵무기 보유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 안보계에선 북한의 비핵화가 과연 현실적인 목표인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 입장에선 한·미·일 3국이 억지력 강화에 더해 제재 압박으로 북핵 위협을 해결하고자 하는 접근 방식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오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병행하는 '이중 접근'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청샤오허 교수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오지 못하고 있는 '담대한 구상'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은 이명박 정부 시절 '비핵·개방·3000'과 비교할 때 조금 더 야심차고 구체적"이라며 "식량 프로그램을 비롯한 다양한 상응조치를 포함하고 있으며, 한국의 경제력·기술력을 활용한 비핵화 추진 의지가 담겼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구상의 실현은 '북한의 호응'이라는 한 가지 전제조건에 달려 있는데, 북한은 지금까지 어느 나라와도 핵 협상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려면 국제사회가 확고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협상 테이블로 나올 수 있는 (유엔 제재 변화를 포함한) 충분한 인센티브를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반도국제포럼은 2010년부터 통일부가 개최해온 1.5트랙 국제회의다. 각국 정부 관계자와 석학 등으로부터 의견을 받아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목적이다. 올해 행사는 '북핵, 인권, 그리고 통일'을 주제로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협력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실효적 방안 ▲한반도 통일을 위한 국제협력 등 세션으로 진행된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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