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은둔형 외톨이' 대책 마련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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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안전한 나라다.
한국은 위험한 나라다.
한국은 안전한 나라인가, 위험한 나라인가.
한국이 다시 안전한 나라가 되는 길, 정부가 제대로 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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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안전한 나라다. '여행하기 좋은 나라, 밤중에 밖을 걸어 다녀도 괜찮은 나라, 카페에서 자리에 핸드폰을 놔두고 화장실을 다녀와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나라다. 단, 잠금장치로 단단히 잠가둔 자전거는 예외다.
한국은 위험한 나라다. 백 명이 넘는 사람이 하룻저녁에 도심 한복판 상업지구에서 압사하는 나라,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가 우려되는데도 제때 통제하지도 구조하지도 못해 십여 명이 죽는 나라, 대낮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흉기로 목숨을 위협받는 사건이 수시로 벌어지는 나라다.
한국은 안전한 나라인가, 위험한 나라인가. 최근에는 사건 사고, 재해가 빈번했다. 특히, 불특정 다수를 향한 흉악범죄들을 보면, 세계 어느 나라와 견줘도 뒤지지 않던 안전한 나라라는 명성은 빛이 바랬다.
왜 이런 사건들이 자꾸 벌어지는가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 중에 최근 많이 보이는 단어가 '은둔형 외톨이'다.
지난 5월 과외 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정유정은 가족·친지와 교류가 없이 수년간 실업 상태에서 고립 생활을 했다. 7월 신림동에서 흉기 난동을 벌여 4명의 사상자를 낸 조선은 무직에 알코올 의존자였고, 8월 초 경기도 성남시 분당 서현역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을 벌여 14명의 사상자를 낸 최원종도 대인기피증으로 학교를 자퇴한 뒤 사회와 단절된 자였다. 8월 17일 신림동 공원 살해범 최윤종도 은둔 생활자로 드러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3년 5월 발표한 ‘고립·은둔 청년 현황과 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에는 만 19세에서 34세 청년기 인구 중 3.1%, 33만4000명이 고립 청년이었다. 그런데 2021년에는 코로나19와 취업난 등의 영향으로 5%, 53만8000명까지 급격히 늘어났다.
이들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것도 현실이다. 경제적 불평등과 소외, 경쟁이 심화하고, 배려와 화합보다는 각자도생 이기주의가 판치는 게 우리 사회 현실이다. 사회 안전망 바깥에 있는 이들이 극단적 분노, 파괴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국가적 지원, 사회복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은둔형 외톨이를 위한 온라인 상담창구의 지속적인 운영과 진로 탐색 지원 등 이들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한 단계별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구멍이 뚫린 민생치안 체계를 다잡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 지난 21일 경찰청은 4∼18일 보름간 다중밀집 장소 4만7260개소를 순찰해 흉기 관련 범죄 227건을 적발하고, 정신질환자 총 640명을 정신병원에 응급입원시켰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기간에 벌어진 신림동 사건은 막지 못해 '보여주기식 치안 활동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 부처 간 여전한 엇박자도 문제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23일 '묻지마 범죄' 범정부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치안 공백은 없다'는 자체 해명이 무색하게 7500~8000명 규모로 의무경찰 채용을 국방부 등과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다음 날 한덕수 총리가 경찰 인력의 현장 중심 재배치 후 필요시 의경 재도입 검토로 입장을 바꾸자 윤 청장의 발언이 백지화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있는 경찰력의 효율적인 운용 방안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한국이 다시 안전한 나라가 되는 길, 정부가 제대로 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김종화 콘텐츠 매니저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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