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보다 나은 지지력, 부모를 위한 영화 처방전

이유정 2023. 8. 3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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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왔습니다] <지지해 주는 부모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 를 펴내며

[이유정 기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난 후 얘기하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이미 그 영화를 본 사람들 또는 영화를 함께 본 이들과 말이죠. 주로 그 대상은 가장 가까운 영화 친구인 남편입니다. 자칭 타칭 시네필인 우리 부부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나올 때마다, 때로는 커피숍에서 때로는 맥줏집에서 또 산책하며 영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맞아, 맞아!" 공감하며 죽이 잘 맞는 때도 있는가 하면, 서로의 의견을 이해할 수 없어 티격태격하는 날도 많아요. 하지만 늘 영화 속 인물들과 함께였습니다. '왜 그때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때 다른 환경이 주어졌다면' '그때 주인공 주변에 누구라도 있었더라면'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영화 속 인물들을 우리의 토론에 초대하곤 했죠.

영화 속 인물들과 함께 여러 시간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들이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은 교육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수영을 정말 좋아하지만 대회에선 늘 4등만 하는 <4등>의 재상이가 그랬고, 천재 피아니스트였던 <샤인>의 데이빗도 마찬가지였죠. 결국 재상이는 수영이 싫어졌고 데이빗은 정상적인 삶조차 살기 힘겨워했습니다.
 
 <지지해 주는 부모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 표지
ⓒ 믹스커피
 
아이러니한 건 이 모든 게 '부모의 사랑'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자녀를 너무 사랑하는 마음에, 가장 빠르고 좋은 길로만 가게 하려 모든 걸 도와주고 싶었던 부모의 마음 말이죠. 잘못된 사랑의 표현이 아이를 지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반면 성공을 자랑한 이들도 있습니다. 전국 꼴찌 수준의 문제아였던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의 사야카는 명문대에 합격했고, <트루 스피릿>의 제시카는 전 세계 최연소로 요트를 타고 단독 세계 일주에 성공하기도 했죠. 이들에겐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동기를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스스로 두 발과 두 손을 움직여낸 것이죠.

스스로 하는 아이를 위한 부모의 역할

우리는 모두 한때 '아이'였습니다. 성인이 되어 부모가 된 이들 또한 모두 아이였습니다. 어린 시절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걸 두려워하는 아이였을 수도 있고, 시험 기간에 불안에 떨며 잠 못 이루는 아이였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공부 좀 하라거나 책상에 좀 붙어 앉아있으라고 부모님께 잔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 아이였을 수도 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부모님의 잔소리가 별로 효과적이지 못했습니다. 경험적으로 알고 있죠. 오히려 따뜻한 사랑과 관심, 든든한 지지를 원했던 마음을 기억할 것입니다. 어느샌가 부모님과 대화하는 게 부담스럽고 어색해져 회피한 기억도 있습니다. 사실 부모님과의 따뜻한 소통과 부모님의 진심 어린 이해를 바라고 있었던 것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교육을 공부하고 생각할 때면 늘 그 기억들을 잊지 않으려 했습니다. 이솝우화의 유명한 이야기 '바람과 태양의 대결'을 떠올려봅니다. 바람은 강하지만 나그네의 옷을 강제로 벗길 수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나그네가 옷깃을 더욱 여미도록 만들었죠. 반면 태양의 따뜻함은 나그네가 스스로 옷을 벗게 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나그네의 옷은 결국 나그네 스스로 벗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바로 이 힘, '스스로 움직이는 힘'에 주목해 보기로 했습니다. 교육 전문가로서 교육에 대한 저의 생각을 영화 전문가인 남편과 함께 영화 이야기들로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아이는 스스로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부모의 역할은 대신 움직여 주거나 등을 떠미는 게 아니라, 스스로 움직이는 아이를 조력하고 지지하는 것이죠.

아이를 교육한다는 건 아이가 변화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 변화는 누군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게 아니죠. 변화의 당사자가 직접 두 눈과 두 뒤로 보고 들으며 생각하고 손과 발을 움직여 해내야만 합니다. 나비가 되기 위해 누에고치를 뚫고 나오는 것이나 병아리가 알을 직접 깨트리고 나오는 것처럼, 아이 또한 스스로 해내야 배울 수 있습니다.

부모와 아이를 위한 영화 처방전

이 책은 아이를 교육하며 부모가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과 궁금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왜 집중을 잘하지 못할까?' '왜 책상에 앉는 걸 싫어할까?' '머리는 좋은 것 같은데, 왜 성적은 잘 나오지 않을까?' '누구는 공부를 재밌어서 한다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걸까?' '어릴 때부터 올바른 공부 습관을 들여줘야 한다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 스스로 공부를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등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속 시원히 물어볼 곳 없는 질문들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으면 했습니다.

아울러 아이를 교육하면서 만나는 궁금증이나 문제들을 영화 속 상황에 빗대 담아내려 했습니다. <4등>과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를 비롯해 <해리 포터> <퍼시 잭슨> 시리즈 등의 하이틴 판타지, <사도> <킹스 스피치> 등의 역사물, <닥터 스트레인지> <레디 플레이어 원> <엣지 오브 투모로우> 등의 블록버스터, 그리고 <인사이드 아웃> <쿵푸팬더> <언어의 정원> 등의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교육적 메시지를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5월 4일부터 7월 13일까지 13회에 걸쳐 '우리 아이를 위한 영화 처방전'이라는 제목으로 남편과 함께 <오마이뉴스>에 시리즈 연재를 했습니다. 이 책의 근간이자 마중물이 되는 콘텐츠로 일종의 출간 전 연재물인데, 조회수가 엄청 높진 않았지만 꽤 많은 분이 찾아와 읽어 주셨죠. 그 설렘으로 힘겨운 원고 작업을 끝까지 해낼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도 여력이 되는 대로 연재를 이어가 볼 생각입니다. 

영화는 허구지만 현실에 기반하기에 보여주는 방식이 '얼마나 현실에 가까운가'와는 별개로 현실에 있는 문제와 세계를 반영합니다. 누군가가 마주하거나 고민했던 상황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해결하는 과정을 짧은 시간에 쉽게 만나볼 수 있을 것입니다. 등장인물들이 문제를 마주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온전히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환경과 주변 인물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좋은 참고가 될 것입니다.

'아이를 제대로 교육할 수 없으면 어쩌지' 하고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변화는 어려운 일이지만, 교육은 변화시키는 일 그 자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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