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영화제의 고민, 관객 증가 반가운데 예산 마련 부담

성하훈 2023. 8. 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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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지역영화] 수도권 중심 벗어나 지역문화 활성화 기여

[성하훈 기자]

 8월 23일~28일까지 개최된 24회 대구단편영화제
ⓒ 대구단편영화제 제공
 
서울 이남 최대의 독립영화제로 자부할 만큼 활발한 지역 독립영화 창작 활동을 내세우는 24회 대구단편영화제가 지난 28일 경쟁작 시상을 끝으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6일간의 행사 기간 극장을 찾은 관객이 2천 명에 달할 만큼 단편영화의 향연에 관객의 관심은 뜨거웠다.

코로나19로 인해 주춤했던 영화제들이 대부분 정상화 된 가운데, 최근 지역 독립영화제의 관객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 전체 한국영화 관객 수가 코로나19 이전에 아직도 한참 못 미치지만, 지역의 작은 영화제를 찾는 관객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지역의 독립영화제는 주로 여름과 늦가을에 집중돼 있는데, 여름에 개최되는 영화들의 선전이 눈에 띈다. 20년을 넘는 전통의 정동진독립영화제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등도 예년보다 많은 관객이 찾았다. 지난해부터 6월 말로 개최시기를 옮긴 광주독립영화제는 보기 힘들었던 매진 상영이 생길 정도였고, 새로운 창작 활동이 꿈틀대면서 보는 영화에서 만드는 영화로 성장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지역 독립영화제의 활성화는 수도권 중심의 창작 환경에서 벗어나 지역의 활동을 넓힌다는 점에서 좋은 현상이다. 꾸준히 지역에서 활동하는 독립영화인들이 뿌리를 내리면서 영역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경우도 최근 힘을 받기 시작하면서 인근의 소도시에서 상영회 등이 늘었고, 창작 활동도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지역 독립영화제의 여건이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 허리띠를 몇 번은 졸라매야 하는 예산에 개인의 역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 등은 이들의 성장을 더디게 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지역 독립영화제의 연대는 필수가 됐다.

지난해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서 진행된 지역독립영화협회들의 명랑운동회는 지역독립영화인들의 교류에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지역영화의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영화제 활성화를 위해 각자의 처지와 고민을 나누고 대안 마련을 모색하는 자리가 근래 들어 부쩍 늘어나는 모습이다. 

차별성과 재정이 고민
 
 8월 24일 대구 YMCA 청소년회관에서 열린 대구단편영화제 포럼 지역 '영화제의 역할과 의의'
ⓒ 성하훈
지난 24일 오후 대구 YMCA 청소년회관에서 열린 대구단편영화제 포럼은 지역영화제의 의의와 역할을 주제로 지역의 소규모 영화제가 처한 현실을 점검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대구를 중심으로 부산, 광주, 인천의 독립영화제 관계자들이 참석해 지역 영화의 고민을 나눴다.

권현준 대구영상미디어센터장의 사회로 열린 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대구단편영화제 이승우 사무국장은 "지역영화제의 태동은 수도권 편중 영화제작 현실에 대한 반발, 독립예술 영화의 소외, 지역 영화문화의 지체, 독립영화 소개 플랫폼의 절대 부족에서 출발했다"며 주류 영화산업의 반대편에 자리하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이승우 사무국장은 "지역영화제의 경우 대부분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재정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가성비 좋은 문화행사로서의 효용이 지원을 유지하는 강력한 동인이다"라고 분석하면서 "대구단편영화제의 경우 가장 고민하는 지점은 차별성과 재정문제"라고 토로했다.

비슷비슷한 성격의 영화제들이 많다 보니 대구단편영화제만의 색깔과 개성을 확립하는 일이 무척이나 어렵고, 재정문제도 만만치 않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올해 영진위 지원사업 탈락의 여파로 예산 수립과 운용에 차질이 생겼다"며 "매해 2000만 원 이상 지원받던 예산이 사라지면서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고충을 전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순학 전 광주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기회의 발판으로서 지역영화제를 이야기했다. 지역영화 현황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로서 지역에서 제작된 영화를 통해 지역영화 관객을 확장하는 사례를 전하면서, "관객으로 왔다가 이듬해 직접 만든 영화를 상영하며 게스트로 재방문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영화제가 재밌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과 함께 관객 참여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아울러 재정문제에 대해서는 재원 구조 다각화를 위한 기초 데이터 확보를 제시했고, 지역영화제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로컬시네마 확장, 우수 지역영화제 노하우 학습 등도 과제로 제안했다.
 
 24회 대구단편영화제 포럼 참석자들
ⓒ 성하훈
 
재정문제는 대부분 영화제의 공통사안이었다. 오민욱 부산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부산시의 예산 삭감을 지적했고, 여백 인천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시민들의 동의 속에 지역영화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구축할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을 전했다.

앞서 지난 8월 19일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의 지역영화제를 주제로 한 대담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진주같은영화제를 개최해 온 김민재 미디어센터내일 대표는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13회 이후 멈춘 영화제 재개가 지역의 무관심 속에 어려운 상황을 토로했다.

목포 대담에서는 강진에서 독립영화 상영회를 개최하고 있는 관객이 공동체 상영을 위한 활동을 전해 신선함을 안겨주기도 했는데, 독립영화제 관계자들은 적극적인 연대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지자체 지원 중요하나 간섭 시도는 안돼

지역영화제의 경우 지역의 환경과 독립영화인들의 역량이 좌우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지역적 특성과 대내외적인 여건 등에서 발생하는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창작 활동에 대한 열의가 있는 지역은 조금만 지원을 받으면 성장이 두드러지는데, 독립성에 대한 의지가 약한 지역은 지원이 없으면 금방 시들고 만다.
 
 8월 17일~20일까지 개최된 10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심야 야외상영 모습
ⓒ 성하훈
 
그렇더라도 영진위의 지원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올해 10회를 맞이한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나 12회였던 광주독립영화제가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영진위의 지원사업이 큰 효과를 발휘했다. 물론 지역 독립영화인들의 열정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요소들이다.

반면 대구단편영화제는 올해 영진위 지원사업에서 탈락하면서 상당한 부담을 안아야 했다. 20년이 넘는 역사성과 함께 다른 지역보다 월등한 창작 활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구시가 지원하는 1억 미만의 적은 예산으로 2600만 원의 상금까지 감당해야 했다. 

모든 영화제가 다 지원받을 수는 없지만, 영진위 지원사업 심사에서 효율적인 배정은 중요성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내년 영진위 예산이 크게 깎인다는 소문에 지역 영화인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도 그만큼 절박한 처지를 반영하고 있다. 

지역영화제에서 지자체의 지원 역시 매우 중요한 부분이나 지자체장의 수준이나 문화적 관심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본질을 훼손하려는 시도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최근 인천여성영화제 프로그램에 간섭해 영화제의 본질을 훼손하려 했던 인천시나, 강릉과 평창영화제를 사실상 없애버린 강원도와 강릉시, 고창농촌영화제의 지원을 끊어 중단시킨 고창군의 태도 등이 대표적이다. 문화예술의 기본원칙을 무시하고 지역영화제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후진적인 행태들이었다. 

대구단편영화제 이승우 사무국장은 "영화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궤를 함께하는 후원단체의 부재는 앞으로도 계속 우리가 직면해야 할 고질적인 위협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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