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면세점, 여름 성수기 매출 왜 1조 못 미쳤나

김유리 2023. 8. 3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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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성수기를 맞은 국내 면세점 월 매출이 1조원 아래로 미끄러졌다.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이후 맞은 여름 휴가철에 해외여행 수요가 늘면서 내국인 매출은 코로나19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매출 비중이 절대적인 중국 보따리상(따이궁) 송객 수수료 정상화에 이들의 방문이 줄면서 성수기 효과가 퇴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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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면세점 7월 매출 9909억
지난 1월(7974억) 이후 최저 월 매출
휴가철 내국인 매출↑…고객 비중 다양화에도
절대적 비중 따이궁 매출 감소 큰 영향
세계 면세 순위 롯데·신라 각 3·5위로 하락
매출규보다 체질개선…"자구노력 지원 따라야"

여름 성수기를 맞은 국내 면세점 월 매출이 1조원 아래로 미끄러졌다.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이후 맞은 여름 휴가철에 해외여행 수요가 늘면서 내국인 매출은 코로나19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매출 비중이 절대적인 중국 보따리상(따이궁) 송객 수수료 정상화에 이들의 방문이 줄면서 성수기 효과가 퇴색됐다.

본격 여름휴가철에 돌입한 28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찾은 해외여행객들이 출국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30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9909억원으로 6월 1조708억원 대비 8.06% 줄었다. 국내 면세점 월 매출이 1조원을 밑돈 건 지난 1월(7974억원) 이후 6개월 만이다. 면세업계가 연초부터 추진한 ‘따이궁 송객수수료 줄이기’로 매출 비중이 절대적인 따이궁 매출 감소가 이어진 영향이다.

다만 내국인 매출은 눈에 띄게 늘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내국인 이용객이 139만2884명까지 늘면서 내국인 매출은 2405억원을 기록, 코로나19 본격 확산 직전인 2020년 1월(3230억원) 이후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7월 전체 매출에서 내국인 비중은 약 4분의 1까지 올라섰다.

고객 비중이 따이궁 일변도에서 일본·중화권·동남아시아뿐 아니라 북미·남미·유럽 개별 관광객 등으로 다양화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코로나19 시기엔 따이궁 매출 비중이 95%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7월 기준 중국인 매출 비중은 70~80% 수준으로 줄었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내국인 매출은 6월 대비 약 19% 증가했으나, 외국인 매출의 약 90%를 차지하는 중국인 매출은 오히려 13% 감소했다.

면세업계는 최근 6년여 만에 중국인 단체 관광이 재개되면서 9~10월 중국 연휴와 맞물린 유커(중국인 관광객) 효과가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매출 규모보다 매출처 다변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일 계획이어서, 매출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공통적인 목소리다.

코로나19를 겪은 후 곧바로 이어진 이 같은 체질 개선 노력에 '면세 강국'의 입지는 약화되고 있다. 영국 면세 전문지 무디 데이빗 리포트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세계 면세점 순위에서 롯데면세점은 3위, 신라면세점은 5위를 기록, 직전해 2, 3위에서 각각 1계단, 2계단 밀려났다. 코로나19 이후 2020년부터 한국은 중국 국영면세점그룹(CDFG)에 1위를 뺏기고, 지난해엔 스위스 면세점 기업인 듀프리에게도 2위 자리를 내줬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2021년 7위에서 지난해 8위로 순위가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매출처 다변화 등 건전한 성장을 위한 노력이 효과를 나타내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국내 면세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800달러 수준으로 조정한 면세한도의 추가 상향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면세점 글로벌 순위가 밀리는 게 코로나19 영향이라고 하기엔 다른 나라도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에서 위기의식을 갖고 봐야한다"며 "면세 산업에 특혜를 준다는 식의 시각을 전환해 관광 마중물 산업으로, 외국인 쇼핑 만족도를 높여 '메이드 인 코리아' 콘텐츠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 전환을 한다는 생각으로, 종합적인 계산에 이를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업계 전반이 당장의 매출 감소가 눈에 보여도 송객수수료 인하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매출액 기반 특허수수료 부과 체계를 개선해 업계 부담을 줄이고 면세한도 역시 2000달러 수준으로 눈에 보이는 인상에 나서야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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