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떠올리게 한 명장면…현대제철 정규리그 ‘대역전 우승’

김명석 2023. 8. 3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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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시청과의 WK리그 정규리그 최종전을 먼저 마친 뒤 화천KSPO-수원FC위민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인천 현대제철 선수단. 사진=중계화면 캡처
인천 현대제철 선수들. 사진=대한축구협회

여자 실업축구 최강팀인 인천 현대제철이 WK리그 11년 연속 정규리그 1위에 올랐다. 세 팀이 우승 경합을 벌인 최종전. 가장 불리한 위치였던 현대제철은 먼저 경기를 마친 뒤, 다른 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는 두 팀의 경기를 스마트폰을 통해 지켜봤다. 극적인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선수들은 펄쩍 뛰며 기쁨을 만끽했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 포르투갈전 당시 벤투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 명장면이었다.

현대제철은 지난 29일 인천 남동아시아드 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제철 2023 WK리그 21라운드에서 서울시청을 6-0으로 대파했다. 이날 승리로 현대제철은 승점 42(13승 3무 5패)를 기록, 화천 KSPO(승점 41)와 수원FC 위민(40)을 끌어내리고 1위로 정규리그를 마쳤다. 지난 2013년부터 11년 연속이다.

사실 이번 시즌 현대제철은 시즌 내내 부침을 겪었다. 일찌감치 독주 체제를 이어가던 예년과 달리 늘 순위가 처져 있었다. WK리그의 흐름도 마침내 바뀌는 듯 보였다. 실제 현대제철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정규리그에서 단 1패만 당했지만, 올해는 5경기나 졌다. 현대제철이 정규리그에서 5패를 당한 건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정규리그 1위가 걸린 최종전에서도 가장 불리한 위치였다. 화천 KSPO(승점 40)와 수원FC 위민(39)이 1, 2위였고, 현대제철(39)이 3위였다. 우선 서울시청을 꺾고, 맞대결을 펼치는 화천 KSPO와 수원FC 위민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서울시청을 이기더라도 다른 두 팀의 경기에서 승패가 갈리면 현대제철은 정규리그 1위에 오를 수 없었다. 

우선 정규리그 1위를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스스로 맞췄다. 정설빈과 장슬기가 2골씩 몰아치며 서울시청을 6-0으로 대파했다. 남은 건 같은 시각 열리는 화천 KSPO와 수원FC 위민의 경기 결과였다. 먼저 경기를 끝낸 현대제철과 달리 화천 KSPO와 수원FC의 경기는 추가시간이 진행 중이었다. 선수들과 코치진은 그대로 그라운드에 머무르며 두 팀의 경기를 지켜봤다. 

화천 KSPO와 수원FC의 결과는 2-2 무승부. 현대제철이 정규리그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유일한 경우의 수였던 결과가 나왔다. 그라운드에 모여 두 팀의 경기를 지켜보며 결과를 기다리던 현대제철 선수들은 극적인 정규리그 1위 탈환의 순간을 만끽했다. 

지난해 12월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전 포르투갈전 승리 후 우루과이-가나전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선수단. 사진=게티이미지

지난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과 오버랩되는 장면이었다. 당시 벤투호는 조별리그 탈락의 위기에 몰려 있었지만, 포르투갈을 2-1로 꺾은 뒤 같은 시간에 열린 우루과이-가나의 경기 결과를 기다렸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다른 팀 결과를 지켜봤다. 우루과이가 가나에 2골을 넣는데 그치면서 한국은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다. 그라운드에 모여 다른 팀 경기를 지켜보다 환호하고, 슬라이딩 세리머니로 끝난 이 장면은 카타르 월드컵 명장면 베스트 10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정규리그 1위에 오른 현대제철은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오는 11월 4일 정규리그 2·3위인 화천 KSPO와 수원FC 위민이 단판 승부로 플레이오프를 펼친다. 챔피언 결정전은 7일과 11일 홈&원정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대제철이 챔피언결정전마저 정상에 오르면 11년 연속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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