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송세라의 금빛 찌르기 "키 작아도, 드라마 여주인공처럼···"

이형석 2023. 8. 3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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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photo-4551="">여자 펜싱 에페 국가대표 송세라가 지난 24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yonhap>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됐으면 좋겠어요."

여자 펜싱 에페 국가대표 송세라(30·부산시청)는 지난해 초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열혈 시청자였다. 극 중 여주인공 (김태리)이 펜싱 국가대표 출신으로 각종 장비를 착용하고, 훈련하는 모습이 자주 노출돼 관심을 갖고 재밌게 봤다고 한다.

송세라는 "드라마 방영 덕분에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질문과 응원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저는 유명한 선수가 아니지만, 펜싱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yonhap photo-2992=""> 사진=연합뉴스</yonhap>
드라마 주인공(나희도)은 처음 출전한 아시안게임(AG)에서 금메달을 땄다. 송세라도 나희도처럼 작은 키에도 빠른 발을 이용한 '금빛 찌르기'에 도전한다. 송세라는 "주인공에 감정을 이입해 본 적은 없지만, 나 역시 그런 주인공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송세라는 다음 달 개막하는 2022 항저우 AG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도전한다. 이 대회는 그의 첫 AG다. 송세라는 "첫 아시안게임 출전이어서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된다. 열심히 준비해서 정상에 올라서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대회 금메달 45~50개, 종합 순위 3위를 목표치로 내세우면서 송세라를 금메달 후보로 전망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에페 단체전 우승 당시 이혜인, 강영미, 송세라, 최인정(왼쪽부터) EPA=연합뉴스
송세라는 현재 국제펜싱연맹 에페 세계랭킹 5위다. 사브르, 에페, 플뢰레 등 남녀 전 종목을 통틀어 한국 선수 중 랭킹이 가장 높다. 지난해 2월 바르셀로나 월드컵에서 개인전 우승을 차지했고, 7월 카이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선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2관왕에 올랐다. 올해 5월 푸자이라 월드컵에선 당시 세계 1위였던 비비언 콩(홍콩)을 꺾고 우승했다.  

송세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여자 에페 일인자가 됐다. 펜싱 입문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낮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키도 1m64㎝로 작은 편이다. 송세라는 국제대회에서 자신보다 신장이 큰 선수와 맞닥뜨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장이 작으면 팔 길이도 짧을 수밖에 없어 아무래도 조금 불리하다. 송세라는 "키는 작지만, 정상에 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다짐한다. 
사진=연합뉴스
불리한 신체 조건을 빠른 발과 기술, 그리고 훈련으로 극복한다. 송세라는 "내 경기 스타일이 다리를 많이 움직이는 편"이라며 "예전에는 내 키가 작아서 다른 선수들이 많이 무시했다. 그런데 지난해 세계선수권 결승에서도 기술로 우승한 걸 생각하면 키가 작은 게 유리했다고 생각한다. 키가 크다고 잘하는 것 아니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펜싱의 매력으로 "내가 원하는 포인트에서 (공격 성공을 뜻하는 신호인) 불이 들어왔을 때 짜릿함을 느껴 나도 모르게 포효한다"고 말했다. 

다만 송세라는 현재 아킬레스건 부상에 신경을 쏟고 있다. 부상 여파로 그는 7월 열린 세계선수권에선 개인전 9위에 그쳤다. 송세라는 "치료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아킬레스건 부상 회복에는 휴식이 가장 좋지만, (AG를 앞두고) 훈련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비비언 콩(현재 세계 2위)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면서 "나는 AG에 처음 출전하지만, 기량이 많이 올라왔다. 세계 정상에도 섰듯이, 아시아 정상에 서는 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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