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해외에서 살아보기, 이렇게 이뤘습니다

임경욱 2023. 8. 30.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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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해외봉사] 코이카 해외봉사단원 자격으로 필리핀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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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욱 기자]

마닐라 공항을 떠난 항공기는 이내 대류권 상층에서 항로를 따라 구름 위를 나른다. 발 아래는 기상변화가 느껴지지 않아 뭉게구름이 솜털처럼 떠 있다. 7천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나라답게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섬들은 미동도 없이 바다 위에 정박해 있다. 너무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라 아스라이 멀어 그 내막을 속속들이 볼 수 없기에 아름답고 신비롭기만 하다.

숨가쁘게 달려온 지난 시간들이 기창 밖으로 파노라마처럼 스친다. 올 4월 강원도 영월에 있는 코이카 글로벌인재교육원에서 해외봉사단원 기본교육을 1개월간 이수했다. 이어 7월 중순 필리핀으로 출국하여 마닐라에서 5주간의 현지적응교육을 거쳤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25일 1년 동안 봉사활동을 수행하게 될 임지 다바오로 가는 중이다.

직장생활 내내 퇴직 후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오다 우연히 코이카 해외봉사단을 접했다. 금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이 완화될 즈음 공고문이 뜨는 걸 보고, 내 버킷리스트 1순위인 해외에서 살아보기와 맞아떨어져 일사천리로 신청 서류를 준비하여 지원하게 되었다.

꽃샘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영월의 4월은 봉사단원으로 입문하는 내게 설렘과 두려움으로 서성이게 했다. 봉사단원으로서의 기본소양과 현지어 교육 등 꽉 짜여진 바쁜 일상 속에서도 나는 쉬이 내 좌표를 찾지 못하고 머뭇댔다.

남쪽이나 서울에서는 이미 벚꽃이 지고, 철쭉이 앞다퉈 필 무렵인데도 찬바람에 나풀거리는 벚꽃을 보며 아침저녁으로 우리를 서성이는 맹수처럼 교육원 울안에 갇혀 배회했다.

가족을 두고 홀로 멀리 떠나는 다소 이기적인 가책과 혹서의 땅에서 버텨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과 언어도 통하지 않고 봉사활동에 대한 현장경험이 없는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낯선 곳에서 맞게 될 새로운 날들이 영월의 꽃샘추위를 더 춥게 했던 모양이다.

국내교육을 마치고 2개월 보름 동안의 다소 긴 대기시간을 거쳐 출국할 때는 영월의 시간은 이미 아스라이 먼 기억 같았다. 그때 가졌던 설렘이나 두려움은 온데간데없고 이제부터는 현실과 부딪혀 나가야만 했다.

마닐라에 도착하자마자 푹푹 찌는 더위에 입에 맞지 않는 음식과, 온갖 종류의 자동차에 지프니, 오토바이, 트라이시클의 소음과, 그들이 내뿜는 공해 속에서 함께 질서를 유지하며 더불어 살아야 했다.
 
▲ 코이카 필리핀사무소에서 입소식을 마치고 가운데가 김은섭 소장, 좌측 끝이 이형원 부소장, 우측에서 네번째가 필자
ⓒ 임경욱
그래도 5주간 마닐라에서 진행된 현지적응교육 기간은 이 나라에서 가질 수 있는 가장 여유로운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KOICA(한국국제협력단) 해외봉사단의 설립정신을 바탕으로 정신무장을 하게 된 기간이기도 하지만, 필리핀의 특성상 지역마다 다른 현지어를 습득하고, 문화와 전통을 이해하는 한편, 봉사단원 간의 우애를 돈독히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항공기는 어느새 민다나오섬 상공으로 진입한 모양이다. 마닐라에서 다바오까지 2시간의 비행거리가 짧게만 느껴진다. 코이카 해외봉사단은 교육 및 농수산업, 보건, 위생, 농촌개발 등 각 분야의 봉사단원 파견을 통해 개발도상국 경제사회발전에 필요한 기술인력 양성 및 기술이전에 우리의 청장년 인재들이 참여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시류에 따라 청년층은 자꾸 줄어드는 반편, 중장년층이 늘어나는 추세란다.

개발도상국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선진기술을 이전하고, 우리의 개발 경험을 전수해 소득수준 향상 및 생활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봉사단원의 주 임무이다.

또한, 우리나라와 상대국의 역사, 문화, 전통을 교류함으로써 우호협력 관계를 돈독히 하고 양국 국민의 상호이해증진을 도모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아울러 봉사활동 경험을 국내사회에 환원시킴으로써 해외봉사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형성해 국민의식 함양과 국가 브랜드가치를 높여 나가는데 기여할 것이다.

우리 항공기는 다바오국제공항을 목전에 두고 고도를 낮추고 있다. 빈 좌석이 없는 객실에는 외국인이 나 혼자 뿐인가, 그래도 낯설지가 않다. 이곳 다바오 TESDA(기술교육개발청)내 한필직업훈련센터가 내가 일년 동안 머물며 봉사활동을 할 곳이다.

이곳에서는 3년 학위과정과 단기 기술교육과정, 지역사회 기술개발과정 등을 개설하여 운영하며, 학과도 산업자동화, 메카트로닉스 기술, 토목공학 기술, 자동차 기술, 농업 및 생물시스템공학 기술 등 산업전반에 대한 기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나는 농업 및 생물시스템공학 디플로마 과정을 맡았다. 학생 25명을 대상으로 온실원예 중심의 전문지식과 기술을 전수하고, 토양 혼합물 및 유기비료 시용, 온실의 환경적 고려사항, 작물습성 및 관리시스템 등에 대한 내용을 함께 토론하고 공유하게 될 것이다.

내가 그들을 가르치기에는 너무 부족하지만,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방법밖에 다른 방도가 없다. 퇴직 후에 이렇게 먼 타국까지 와 시작하는 봉사활동이니만큼 후회 없는 값진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래서 이들에게 나와 내 나라, WFK(World Friends Korea)를 자랑스러운 표상으로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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