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먹여살린 광고 시장, 법에 막히고 AI에 쫓겨난다
구글과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성장을 이끌었던 광고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장기간의 글로벌 경기침체와 광고 규제가 이유다. 여기에 각 사가 앞 다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인공지능(AI) 역시 광고 시장을 축소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EU 광고 규제 시작…미국, 한국도 발의
지난 25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은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정식 시행했다. 이 법안은 빅테크 기업이 민감한 개인 정보를 활용해 이용자에게 맞춤형 광고 및 게시물을 노출하는 것을 제한한다. 맞춤형 광고가 사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정당한 대가 없이 돈벌이에 활용되고 있다는 판단에서 만들어졌다. DSA를 위반할 경우 연간 매출액의 최대 6%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지난해 매출이 339조원인 것을 고려하면 조 단위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은 광고 수익에 기반해 성장해 왔다. 전체 매출 가운데 광고 비중은 80% 내외를 차지한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까지 빅테크의 광고 매출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거나 역성장하기 시작했다.
구글의 경우 2015년 전체 매출에서 광고 비중이 90%에 가까웠으나, 지난해 80% 아래로 떨어졌다. 경기침체가 주원인이었다. 여기에 광고 사업의 핵심이었던 맞춤형 광고에 대한 규제까지 더해지며 광고 매출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맞춤형 광고에 대한 규제는 미국과 한국에서도 논의되고 있다. 미국 하원은 개인 정보를 광범위하게 보호하는 ‘연방 개인정보 보호 법안(ADPPA)’을 지난해 6월 발의했다. 기업이 수집하는 정보의 종류, 목적, 보관 방법을 공개하고 이용자에게 해당 정보를 삭제할 권리를 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내에선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디지털 서비스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률’을 발의했다. 사업자가 온라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이용자의 인터넷 방문 기록이나 검색 기록 등을 활용한다는 사실을 이용자에게 동의를 받도록 한다. 모두 맞춤형 광고 시행을 까다롭게 만드는 법안이다.
광고 매출 반등 주역 AI…오히려 발목
광고에 대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빅테크가 꺼내든 카드는 AI다. 광고에 AI 기술을 활용하며 이전보다 광고 도달률 등을 높이며 광고 시장은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
구글의 경우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연속으로 광고 매출이 감소했다. 하지만 2분기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3.2% 성장했다. 구글은 AI 기술을 광고 영역에 접목한 성과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2~4분기에는 광고 매출에 타격을 받으면서 적자를 기록한 메타 역시 AI를 활용한 광고 효과를 톡톡히 봤다. 메타는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는데, 매출이 10% 이상 증가한 건 2021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침체된 광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AI가 다시 발목을 붙잡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앞 다퉈 개발에 열을 올리는 생성형 AI 때문이다. 생성형 AI의 핵심은 이용자의 질문에 최적의 답변을 내놓아, 검색을 통해 자신이 원하던 정보를 찾던 여러 과정을 단축시키는 데 있다. 반대로 말하면 생성형 AI가 최적의 답변을 내놓을수록 기존 검색 과정에서 노출되던 수많은 광고들이 설자리를 잃는 다는 것이다.
구글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AI 챗봇 ‘바드’를 고도화시키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와 비슷한 기술을 적용한 검색엔진 ‘빙’의 새 버전을 내놨다. 생성형 AI 고도화에 열중할수록 기존 수익모델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검색 광고 등 기존 사업 모델의 비중을 낮추는 대신 생성형 AI를 활용한 서비스 개발로 수익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초거대AI ‘하이퍼클로바X’를 기업간거래(B2B)를 활용해 수익을 내겠다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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