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현장] "동기 이정효 감독은 색을 내고 있고, 나는 데생을 시작한 단계" 임관식 감독이 그리는 안산
[풋볼리스트=안산] 조효종 기자= 임관식 감독은 안산그리너스에서 자신이 구상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29일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와~스타디움에서 하나원큐 K리그2 2023 29라운드를 치른 안산이 부천FC1995에 1-2로 패했다. 안산은 전반 이의형, 조수철에게 연속 실점을 허용한 뒤 후반 김경준의 득점으로 한 골 쫓아갔다.
임 감독 부임 후 두 번째 경기였다. 전남드래곤즈 수석코치를 맡고 있던 임 감독은 지난 16일 안산 감독으로 정식 선임됐다. 대학 감독, 프로 코치 등 지도자 경험이 많지만 프로 구단 감독직은 이번이 처음이다. 27라운드 충남아산과의 경기에서 감독 데뷔전을 치른 것을 시작으로 프로 감독 첫 발을 내딛고 있다.
임 감독은 한국 축구계에 족적을 남겼고 현재도 곳곳에서 한창 활동 중인 1975년생이다. 2002 월드컵 멤버인 안정환, 이을용 등을 비롯해 주승진 수원삼성 수석코치, 임중용 인천유나이티드 전력강화실장 등이 동기, 친구 사이다. 네이버 밴드를 통해 지금까지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는다. 안산 부임 소식이 전해진 후 축하도 받았다.
올 시즌 K리그1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인 이정효 광주FC 감독도 1975년생 친구다. 동기 중에서도 임 감독과 이 감독은 특히 접점이 많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부산아이파크에서 함께 선수 생활을 했다.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비슷한 시기에 대학 감독을 맡았다. 임 감독은 호남대, 이 감독은 아주대를 지도했다. 2005년 전남에서 코치로 다시 한번 같은 팀 생활을 했고, 이후 다른 길을 걷다가 P급 지도자 교육을 함께 받았다.
임 감독은 먼저 프로 감독으로 나서 자신의 색깔을 내고 있는 친구에게 존중을 표했다. 부천전 사전 인터뷰에서 이 감독에 대해 "K리그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함께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하는 편이다. 날을 샐 수 있을 정도다. 이정효 감독은 이미 자신의 색채를 선보이고 있고, 나는 데생을 시작한 정도다. 존중하는 친구다. 잘 지켜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부임한지 이제 갓 2주가 지나는 시점, 임 감독도 점점 안산에 자신의 축구를 입히고 있다. 결과는 연패였지만 두 경기 경기력은 준수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하려는 축구가 무엇인지 설명한 대로 경기장에서 보여주고 있다.
경기에 앞서 임 감독은 부천전 콘셉트에 대해 "'공을 조금 더 소유하자'는 것이다. 점유율을 높일 수 있으면 좋고, 되도록 마무리까지 하자고 했다"고 간단하게 설명했다. 선수들은 임 감독의 주문을 그라운드 위에서 이행했다. 이날 안산은 점유율 62%를 기록했다. 지난 충남아산전 50%보다 향상된 수치였다. 슈팅도 많았다. 전후반 각각 9회씩, 총 18회를 기록했다. 상대 부천(7회)의 두 배 이상이었다. 안산의 직전 5경기 평균 슈팅 수가 6.2회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역시 눈에 띄게 상승했다.
경기 후 임 감독은 결과에 대한 아쉬움 이전에 선수들의 노력에 만족스러워했다. "오늘 콘셉트에선 득점 이전까지의 과정, 빌드업을 통해서 최전방 슈팅 지역까지 어떻게 갈 것인지, 얼마나 빠르게, 어떻게 지속적으로 갈 것인지가 포인트였다"며 "진 것만 빼고는, 선수들이 준비한 것을 충실히 해줬다. 아니, 그 이상을 해줬다"고 경기를 평가했다.
좋은 경기를 결과까지 이어가기 위해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는 결정력이다. 결정력은 임 감독 부임 이전부터 꾸준히 이어진 안산의 문제이기도 하다. 안산은 28라운드까지 슈팅 당 득점이 K리그2 12위(0.083)였고, 유효슈팅 당 득점은 리그 최하위(0.16)였다.
임 감독은 이에 대해 "공격에서 이 정도 퍼포먼스를 보였다면, 공을 소유하고 경기를 운영했다고 하면 조금 더 날카로운 마무리가 필요하다. 문전에서의 능동적인 움직임이나 기술은 개인 능력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것마저 컨트롤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답변했다.
장기적으로 임 감독이 안산에서 표현하고 싶은 색깔은 빠르고 강렬한 축구다. 더욱 빠르게 공수를 전환하고, 그 전에 더욱 빠르게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다. 임 감독은 "압박의 기준을 만들고 싶다. 김천상무 시절 시도해 본 적이 있다. 워낙 수준이 높은 선수들이라 그런지 표현해 내더라. 자신 있다. 다른 팀 못지않은, 다른 팀보다 더 빠른 압박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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