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의 신(信)] 양의지 "내 성공률 60%...공 배합은 투수와 신뢰 쌓는 과정"
안희수 2023. 8. 30. 07:29
양의지(36·두산 베어스)는 ‘곰의 탈을 쓴 여우(곰·탈·여)’로 통한다. 영민하고 현란한 ‘수 싸움’ 능력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현재 KBO리그 넘버원 포수는 단연 양의지다. 최근 10년(2013~2022) 동안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7번이나 수상했다. 이미 김동수(현 SBS 스포츠 해설위원)와 함께 역대 최다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우승 청부사’로도 손색이 없다. 2015·2016시즌 두산, 2020시즌 NC 다이노스 소속으로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이끌었다. 2016년과 2020년에는 KS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포수로 두 차례 KS MVP 오른 선수는 양의지가 역대 최초였다. 현재 ‘국가대표팀 주전 포수’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도 양의지다. 그는 2009년 이후 열린 국제대회에 6번이나 참가했다. 이 기간 리그 포수 최다 기록이다.
한국 야구 포수 계보를 잇는 레전드 진갑용(현 KIA 수석 코치)은 “허를 찌르는 공 배합으로 타자를 꼼짝도 못 하게 만드는 승부를 자주 보여줬으니, 곰·탈·여라는 말을 듣는 게 아닐까.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쌓인 경험을 제대로 활용하는 포수가 양의지”라고 했다 다른 레전드 김동수도 “일단 영리한다. 투수를 편안하게 만드는 능력도 최고”라고 평가했다.
양의지는 2016 KS에서 두산의 역대 KS 최소 실점(2점) 신기록을 이끌기도 했다. 두산 사령탑 시절이었던 2010년, 양의지를 주전 포수로 만든 김경문 전 NC 감독은 2016 KS에서 자신이 이끄는 팀(NC)을 가로막은 ‘제자’ 양의지에 대해 “리그에서 투수 리그가 가장 뛰어난 포수”라고 인정했다.
2022시즌이 끝난 뒤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양의지는 친정팀 두산에 복귀해 2023시즌을 치르고 있다. 중위권 전력으로 평가받던 두산은 지난달 창단 최다 연승(11승)을 기록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양의지가 가세한 효과를 자주 언급한다.
양의지는 자신을 향한 높은 평가에 대해 “아직 선수로 뛰고 있기 때문에 은퇴한 뒤에 제대로 받는 게 맞을 것 같다”라고 말을 아꼈다. 변칙적인 공 배합을 잘 구사하는 포수로 인정받는 점에 대해서도 “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건 기본이다. 그렇게 했던 것인데 조금 더 주목을 받는 것 같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공 배합 성공률에 대해 묻자 양의지는 “’투수 공의 제구가 됐다’는 전제로, 내 사인이 의도한 결과로 이뤄질 확률은 60% 정도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예상보다 박한 자기 평가. 이에 대해 양의지는 “‘10번 중 6번은 맞을 자신이 있다’라는 의미도 아니다. 확신을 갖고 투수에게 (구종 또는 로케이션) 사인을 내도 틀릴 때가 많다. 야구를 결국 사람이 한다. 때로는 실수를 하고, 때로는 원래 실력보다 더 힘을 낸다. 데이터가 커버할 수 없는 게 많다고 자주 느낀다. 그래서 공 배합 자체보다 항상 물음표를 갖고 여러 상황을 대비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의지는 지난 2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며 전력 분석 자료가 담긴 테블릿 PC를 지급받고, ‘공부 삼매경’에 빠진 바 있다. 투수의 무실점 투구를 이끈 뒤에도 “데이터대로 사인을 냈다”라고 말할 때가 많았다.
양의지 특유의 똑똑한 공 배합은 데이터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실전 적용 능력이 더해진 것으로 보였다. 그런 양의지가 ‘인간학’적인 접근을 자주 한다. 공 배합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도 타자 분석이나 승부 결과보다 투수와의 호흡을 먼저 언급했다. 그는 “서로 맞지 않아서, 한 쪽이 발을 맞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능력을 갖고 있는 투수와 포수가 나서도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다”라며 “때로는 공 배합 능력이 부족한 포수가 똑똑한 투수를 만나서 좋은 경기를 치를 때도 있다. 투수와 포수가 서로를 이해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양의지는 타자의 당일 컨디션을 확인하는 노하우를 묻는 말엔 “그건 내 성향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라고 웃어 보이더니 “솔직히 나는 사람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타자의 자세, 대응하는 모습을 봐온 게 계속 쌓이다 보니, 차이가 생기면 의구심을 갖는 것이다. 물론 틀릴 때도 많지만, 의도적으로 (타자나 경기 모습을) 많이 보기 위해 노력한다.
포수로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언제일까. 양의지는 “긴박한 상황, 승부처에서 투수와 과감한 승부를 합의하고,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을 때 ‘이 맛에 야구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내 공 배합에) 남들(타자)이 못 치면 항상 재미있다”고 말했다.데이터 분석 자료가 많아지고, 타자와 투수 사이 승부 트렌드가 변할 때마다 양의지는 즐겁다. 그는 “이전엔 레벨(수평) 스윙을 더 강조했는데, 지금은 어퍼컷 스윙으로 타구 발사각을 높이려는 타자가 많다. 그렇게 스윙 궤적이 달라지면, 투수가 어디에 던지면 좋을지, 어떤 공을 던지면 통할지 생각해야 한다. 팀 투수들이 현재 어떤 공이 제일 좋은지도 고려해야 한다”며 “공 배합은 그냥 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마치 훈수를 두는 것처럼 ‘저 배터리 생각이 나와 같았다’ ‘나는 맞았고, 저 포수는 틀렸다’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할 때도 있다”라며 웃었다. 실제로 지명타자로 나서 벤치를 지키거나, 다른 팀 영상 자료를 볼 때 그렇게 한다고.
양의지는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이끄는 포수로도 정평이 났다. 특히 NC로 이적한 뒤 보낸 지난 4시즌(2019~2022) 유독 두드러졌다. 이적 초기에는 양의지 특유의 ‘4차원’ 공 배합 리드를 따라가지 못했던 젊은 투수도 있었다. 실제로 NC 투수 신민혁은 데뷔 첫 선발 등판이었던 2020년 8월 13일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양의지의 사인에 몇 차례 고개를 흔든 바 있다.
양의지는 “투수와 신뢰를 쌓는 모습 과정을 만드는 게 포수의 임무다. 젊은 투수와도 당연히 생각이 안 맞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안타나 홈런을 맞을 수도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으로 사인을 내면 항상 결과가 안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결과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사인을 내려고 한다. 투수로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 있게 공을 던지는 것이다. 공 배합보다 그런 점을 더 많이 얘기해 주는 편”이라고 했다.
양의지는 종종 자신의 사인에 머뭇거리는 투수를 향해 오른쪽 손은 가슴 쪽으로 가리키며 ‘믿어라’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한다. 자신이 결과에 책임을 진다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양의지는 “나는 젊은 선수들에게 지나간 일에 대해 잔소리하는 편이 아니다. 과거나 현재보다 더 나아질 수 있는 미래를 강조한다. 더 좋은 선수가 돼 맞이할 수 있는 야구 선수로서의 인생에 대해 얘기를 해주는 편”이라고 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어선 양의지는 젊은 포수들이 실력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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