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퍼팅 그린은 골프 세상의 사회간접자본이다

이은경 2023. 8. 30.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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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전북 순창에 있는 금과CC는 아홉 홀짜리인 비정규홀 골프장이다. 이런 골프장을 흔히 ‘파3’라고 부른다. 엄밀하게 따지면 금과CC는 파3 골프장은 아니다. 드라이버 티 샷을 시원하게 칠 수 있는 파4 홀이 세 개나 되니 말이다. 금과CC는 뱁새 김용준 프로가 이따금 연습을 하러 가는 곳일 뿐이다. 은근슬쩍 하는 홍보라고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며칠 전 이른 새벽에 금과CC에서 라운드를 하다가 기가 막힌 일을 겪었다. 앞 팀 플레이어가 풀 카트를 끌고 퍼팅 그린을 가로질러 가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풀 카트(Pull Cart)란 캐디백을 얹어서 손으로 끌고 다니는 작은 손수레를 말한다. 금과CC 같은 비정규홀 골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이다.

세컨 샷을 하려고 기다리던 뱁새가 ‘어! 어!’ 하는 사이 그와 그가 끄는 풀 카트는 퍼팅 그린 위를 유유히 지나 다음 홀로 사라졌다. 뱁새가 퍼팅 그린에 도착해서 보니 풀 카트 바퀴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뱁새는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일을 저지른 앞 팀 플레이어는 다음 홀에서 태평하게 티샷을 하고 있었다. 순간 뱁새 머릿속은 복잡했다. 앞 팀 플레이어에게 따져야 할까? 아니면 친절하게 가르쳐줘야 할까? 뱁새는 꾹 참고 라운드를 마치고 골프장 관리자에게 고자질 했다. 퍼팅 그린에 난 바퀴 자국 사진도 보여주면서. 관리자는 “초보라 몰라서 그런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얼굴이 굳어갔다. 안 그렇겠는가? 퍼팅 그린을 좋은 상태로 유지하려고 골프장 운영자가 얼마나 애를 쓰는데.  

작고 이름 없는 골프장이라도 마찬가지이다. 주차장으로 걸어오다가 그 앞 팀이 저기 앞 홀에 있는 것을 보았다. 한 바퀴 더 도는 모양이었다. 뱁새 말을 듣고 코스를 둘러보던 관리자에게 그 팀과 플레이어를 귀띔했다. 관리자는 팔을 걷어붙이고 잰 걸음으로 그 홀로 갔다. 그 뒤로 어떤 일이 벌어졌느냐고? 뱁새도 모른다. 바로 골프장을 나왔으니까. 

사진=게티이미지

골프 코스에서 가장 중요한 구역은 어디일까? 참고로 골프 코스는 1번 티잉 구역, 2번 일반 구역, 3번 페널티 구역, 4번 벙커, 5번 퍼팅 그린으로 나눈다. 아웃 오브 바운드(OB) 구역도 있지 않느냐고? 무얼 좀 아는 독자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OB 구역은 코스로 치지 않는다. 코스 밖이니까. 골프 코스의 다섯 가지 구역 중에 가장 중요한 구역이 어디인지 꼽아보기 바란다.

잘 몰라도 출제자의 의도를 생각하면 답을 맞힐 수 있다. 여태 퍼팅 그린에 낸 바퀴자국 이야기를 왜 했겠는가? 그렇다. 정답은 퍼팅 그린이다. 골프 코스에서 가장 중요한 구역은 퍼팅 그린이다. 골프장뿐 아니라 골퍼 입장에서도 그렇다. 

퍼팅 그린이 매끄럽다면 코스 내 다른 부분의 상태가 최상이 아니라고 해도 라운드 하는 맛이 난다. 심지어 코스가 모래 범벅이어도 빠른 퍼팅 그린이 맞아준다면 기분이 반쯤 풀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골프장 경영자와 코스 관리자는 퍼팅 그린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쓴다. 날아드는 공을 피해가며 퍼팅 그린에서 피치 마크를 수리하는 골프장 직원이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골프장이 퍼팅 그린에 얼마나 정성을 쏟는지를. 

퍼팅 그린을 좋은 상태로 지키는 것은 골프장 책임만은 아니다. 플레이어도 퍼팅 그린을 지키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한다. 골프 코스를 보호할 의무는 골프 규칙도 명시하고 있다. 

유명한 스포츠 용품 업체가 골프화 새 모델을 출시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생산을 중단한 적이 있었다. 징이 없이도 미끄러지지 않게 골프화 바닥을 디자인한 모델이었다. 나오자마자 불티나게 팔렸다. 뱁새도 한 켤레 샀다. 그런데 곧 생각하지도 않은 문제가 터졌다. 신발이 골프장 잔디 바닥과 너무 밀착한 나머지 퍼팅 그린을 찢어놓기 십상이었던 것이다. 이미 사용을 금지한 금속 징 박은 골프화는 거기다 대면 점잖은 것일 정도였다. 골프장은 하나 둘씩 해당 모델 착용을 금지했다. 뱁새도 그 신발을 몇 번 신지도 못하고 내팽개쳤다.   

그 모델이 아니라도 플레이어가 신발로 퍼팅 그린을 상하게 하는 일은 흔하다. 발을 질질 끄는 습관이 있는 골퍼라면 주의해야 한다. 특히 새 골프화를 신을 때는 더 그렇다. 

같은 자리에 오래 서 있기만 해도 퍼팅 그린은 다친다. 그러니 홀 아웃 했다면 퍼팅 그린 밖에 머무르는 것이 좋다. 다른 플레이어가 퍼팅 할 때 깃대 시중을 드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다음 홀로 이동할 때도 가능하면 퍼팅 그린 밖으로 걷는 것이 멋지다. 멋진 골퍼라면 조금 돌아가더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

연습 그린에서도 한 자리에서만 계속 퍼팅 연습을 하면 못 쓴다. 무심코 짓이긴 퍼팅 그린에 코스 관리자 가슴이 내려 앉을 것이다. 초보를 벗어났다면 슬슬 피치 마크도 수리해야 한다. 퍼팅 그린에 볼이 떨어지면서 만드는 자국이 피치 마크이다. 흔히 볼 마크라고 잘못 말하는 데 피치 마크가 맞는 말이다. 이미 몇 회 전에 틀리기 쉬운 골프 용어 정리했는데 기억하는가? 애독자라면 지나간 칼럼도 곱씹어 읽어 보기 바란다. 

화가 난다고 퍼팅 그린을 클럽으로 내려찍는 인간은 골퍼 축에도 못 드니 상대할 것도 없다. 공식 대회라면 즉시 퇴장이다. 클럽 회원이라면 퇴출을 당해도 싸다. 퍼팅 그린은 골프 세상에서 사회간접자본과 같다. 퍼팅 그린을 함부로 대하는 골퍼는 어떤 사람일까? 사회간접자본을 망가뜨리는 자의 됨됨이는 물어보나 마나이다. 이런 사람은 라운드에 초대하지도 말고 초대받아도 가지 않는 것이 지혜롭다.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김용준 KPGA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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