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이어 野도 "자녀수 만큼 소득세 깎자" 입법 검토…정기국회 주목

野, 다음 달 자체 세법개정안 제출 예정
"검토 대상…채택 여부 심도 깊게 논의"
연평균 3조6000억 세수 감소 '숙제'

더불어민주당이 자녀 수가 많을수록 소득세를 깎아주는 입법을 검토 중이다. 이미 여당 소속인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자녀 수에 따라 종합소득세율을 차등 적용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한만큼 국회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다만 강 의원안은 프랑스의 저출산 해법인 'N분의 N승' 조세 제도를 본 떠 만들었는데, 연간 3조6000억원 규모의 세수 감수가 예상되는만큼 재정 당국이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점은 걸림돌이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자녀 수에 따라 소득세를 차등 적용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이용섭 조세재정개혁특위원장은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관련 소득세법 개정안이) 검토 대상에 들어있다"면서 "채택 여부는 특위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2023년 세법개정안'이 최종 의결됐으며 다음 달 1일 정기국회 시작 날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민주당은 정부가 발표한 '2023년도 세법개정안'이 다음 달 1일 정기국회에 제출되면, 자체적으로 마련한 세법 개정안과 함께 국회에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세법개정안 토론회에서는 민주당 조세재정개혁특위 소속 정세은 충남대 교수가 다자녀 가구 지원을 위한 소득세 기본공제액을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 교수는 "물가 인상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한 중산층 이하 직장인, 자영업자, 다자녀 가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기본공제액을 인상하면 소득이 높은 납세자가 더 많은 혜택을 보게 될 수 있으므로 일정한 소득금액 이하의 납세자에게만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자녀 소득세 차등 적용시…5년간 평균 3조6000억원 세수 감소

앞서 강 의원이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자녀 수별로 기본세율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자녀가 1명인 경우 전 구간의 세율을 2%포인트 인하하고, 자녀가 2명인 경우 전 구간의 세율을 3%포인트 인하, 자녀가 3명 이상인 경우 전 구간 세율을 4%포인트 인하한다. 현행 소득세법은 자녀 수와 무관하게 과세표준 구간별로 6~45%의 누진 세제를 적용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이를 비용추계 한 결과, 자녀 수별 소득세율을 차등 적용할 경우 2024년 1조8600억원을 시작으로 2025년 4조5900억원, 2026년 3조9100억원, 2027년 3조8500억원, 2028년 3조7900억원 등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5년 연평균으로는 3조6000억원 규모로, 총 18조원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득세는 국세로, 개정안이 반영될 경우가 세수가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세수 감소는 국가 재정에 크게 무리를 주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소득세는 128조7000억원이 걷혔다. 최근 3년간 소득세 세수 현황은 매년 약 10조원씩 늘어나는 추세여서 일부 세수가 감소한다고 해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백제흠 한국국제조세협회 이사장(전 한국세법학회 회장)은 "출산장려를 위해 쓴 예산이 100조 정도가 된다고 하는데 세수 감소가 있긴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충분히 효익이 더 크고, 세수 감소를 상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가 운용의 묘를 잘 발휘한다면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정부는 이같은 입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최근 '세수 펑크'가 우려되면서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이번 개정안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까지 국세 수입은 178조5000억원으로 작년 대비 39조7000억원(18.2%)이 적게 걷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발표된 세법개정안에는 이번에 발의된 소득세법 개정안은 담기지 않았다"며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