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진 검찰 '라임 사태' 재수사, 주목해야 할 3가지

김형민 2023. 8. 30.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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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수순을 밟다 최근 다시 시동이 걸린 검찰의 '라임 사태' 수사가 이전보다 강도 높게, 또한 광범위하게 진행될 분위기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전날 라임 사태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을 전부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수사 방향, 범위를 정하진 않았다"며 수사 칼날이 향할 곳을 특정하진 않았다. 라임자산운용의 환매가 중단됐던 시기와 관련해 제기된 각종 의혹 전부를 최대한 살피고 실체를 규명하겠단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약 3년 반 만에 '라임 사태'의 전말이 드러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26일 이복현 금감원장이 서울 양천구 남부지검에서 열린 가상자산합동수사단 출범식에서 현판식 후 수사단 사무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라임 사태'는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대표적인 사모펀드 의혹 사건이다. 2019년 1조6679억원 규모의 환매 중단으로 라임자산운용의 173개 펀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4035명과 법인 581곳이 피해를 입었다. 우리은행(3577억 원), 신한금융투자(3248억 원) 등 금융사가 라임 펀드를 판매했다. 환매 중단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2020년초 검찰 등에 라임과 판매사들을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라임 사태의 주범들 대다수가 구속기소된 뒤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자 지난 6월 수사를 마무리하려 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자산운용 등 3개 운용사 추가검사 결과를 통해 수상한 자금흐름을 발견해 자료를 검찰에 넘기면서 재수사가 본격화됐다.

판 커진 재수사, 로비 의혹 번지나

'라임 사태' 재수사는 금감원과 검찰이 수상한 자금흐름을 다수 발견하면서 촉발됐다. 특히 야당 인사들에게 돈이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돼 정치권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단성한)는 최근 라임펀드가 부동산 시행사 메트로폴리탄 사모사채에 투자한 300억원 중 25억원이 더불어민주당 관련 인사들에게 전달된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이 돈이 수표, 코인 등의 형태로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검찰이 이미 상당 부분을 파악하고 있었고 충분한 조처를 했다"고 말했다. 다만 "어떤 조치인지는 말해주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해당 코인이 존재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수사 상황에 따라 라임 사태는 '정치권 로비' 의혹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수사는 라임과 메트로폴리탄 간의 관계와 관련된 인물들을 밝혀내는 과정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라임이 실제 메트로폴리탄에 투자한 금액은 총 3500억원, 메트로폴리탄의 회장은 라임 사태의 몸통으로 지목된 김영홍(50)이다. 김씨는 현재 수사당국의 포위망을 피해 해외 도주 중이다. 그는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이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피해자들이 서울 양천구 남부지검 앞에서 '검찰의 조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환매 처리 특혜 확인해야

검찰은 라임의 '특혜성 환매', '투자금 횡령'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라임 환매가 중단되기 직전인 2019년 8~9월 농협중앙회(200억원)와 모 상장사(50억원),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2억원) 등 일부 인사들이 투자금을 회수해 갔다. 라임은 이 과정에서 돌려줄 돈이 부족하자 다른 고객들이 투자한 펀드에서 125억원을 끌어다 썼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이른바 '펀드 돌려막기'를 했다는 것이다.

정구집 라임펀드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라임에 처음 투자해 들어갈 때 요건에서부터 특혜가 있었는지 수사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환매 신청 후에 얼마 만에 받아 갔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매 청구가 가능한 개방형 펀드의 경우, 투자자가 환매를 신청하면 돈을 돌려받는 데 한 달 이상 걸린다. 만약 김 의원 등이 환매 신청 후 2~3일 또는 2~3주 만에 돈을 회수했다면 애초부터 환매 때 특별한 조건을 적용해주는 등 특혜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전날 김 의원에게 환매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특혜 여부는 이 검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보, 부당이득금 반환소송 가능

법조계에선 '라임 사태'와 관련해 예금보험공사의 동향도 주목한다. 예금보험공사는 라임의 파산관재인으로, 환매 중단 직전 투자금을 회수한 기관, 인사들 또는 환매가 중단되는 과정에서 부당한 이득을 챙긴 자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을 걸 수 있다. '당신들이 부당이득을 챙겨서 라임이 파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해당 수익을 돌려받고 책임을 묻는 것이다. 검찰 수사가 진전을 보이고 부당이득의 실체가 명확해지면 예금보험공사가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2월 서울회생법원이 라임에 대해 파산을 선고하면서 관재인을 맡았다. 통상 금융회사가 파산을 선고받으면 예금보험공사가 관재인이 된다. 이에 따라 예금보험공사는 라임 재산의 관리처분 권한이 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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