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해방에 선구적 역할
[김삼웅 기자]
▲ 이종일 선생이 창간한 <제국신문> |
ⓒ 묵암 이종일 선생 기념사업회 |
만민공동회는 독립협회의 군권과 민권을 수호한 최상 최대의 좋은 예이다. 이상재와 윤치호와 장지연과 내가 주재한 것이다. 여성회원 김 여사 등의 경우는 제국신문에서 여성들에게 사회참여를 역설했기 때문이다.
요즈음 여성들이 방속에 갇혀 있는 습속은 이제 반드시 깨어 버려야 한다. 여성의 재능은 잠재적인 자본이며 그들의 능력이 깊은 물속에 파묻혀 있으므로 이 재능을 발휘하도록 하고 국력을 배양하는 길에 쓴다면 우리 나라의 발전은 확실한 데도 다수의 정부 고위관리들은 이런 일조차 알지 못하니 통탄할 노릇이다. (주석 29)
그의 선각적 활동 중에는 여성에 대한 인식이 대단히 앞서 있다는 점이다. 1800년대 후기 조선사회는 여전히 남성위주의 주자학적 관습에 젖어 있었다.
▲ 묵암 이종일 선생 |
ⓒ 묵암 이종일 선생 기념사업회 |
그는 대한제국이 부강한 문명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계몽이 필요하고 여기에는 여성의 개화가 함께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 기조를 동학사상에서 찾았다.
여성개화의 시초를 말한다면 동학사상에 기인한다. 그러나 체계적으로 전 국민 각계각층에 인식되지는 못했다. 요사이 활약 중인 찬양회는 여성들이 여성해방을 절규하고 교육문제를 제기한 데서 중대한 의미를 나타냈으니 교육은 곧 여성의 계몽과 사회참여의 가장 빠른 길이다. 이것은 또한 동학사상에서 기원한 것이며 또 이것이 여성의 내부적 발전사관을 제시하는 것이다. (주석 30)
사회 일각에서 남녀평등론이 제기되고 여성해방이 운위되고 있었으나, 여전히 남성들은 첩을 얻고 기생들이 생업으로 존재하였다. 여성해방론자 중에도 첩과 기생은 해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었다. 그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강고한 남존여비사상의 잔재를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대한의 인구를 대략 2천만으로 추산할 때 남녀별로 구분하면 여자는 2천만 명의 10분의 8, 9가량이 될 것이다. 여성 중에는 농민의 집 여성이 반수가량 될 것이며 관인과 선비와 상민집 여자가 각각 그의 10분의 1씩 될 것이다. 그러나 농민의 집 여인들은 거의 모두가 곡식 찧기와 길쌈하기, 또는 그 남편의 농사수응 들기에 겨를이 없다. 그 남편은 낫 놓고 'ㄱ'자도 모르는 형편이다.
관인과 선비와 양반의 부자집 여성들은 분성적(粉成赤:분화장)이나 하고 깊은 규방에 들어 앉아 조석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 가난한 집 여자도 또한 바느질이나 하며 겨우 연명하되 그 부형과 남편 된 사람들의 말이 여자들은 아무 것도 모르니 옷이나 꿰매고 밥이나 짓되 덕이 있으면 쓸 만하고 아는 것이 많으면 쓸모없다고 하며 고담(古談) 책조차 읽지 못하게 했다.
그러므로 여자들이 글을 안다는 것은 천 명에 한 명도 안되고 편지를 서로 주고 받을만큼 글자를 아는 이도 천 명에 한 명 꼴도 못됐다. 더욱이 서책을 많이 읽어 능통한 이는 전국에 한 명도 없다.
이는 대한제국이 남자는 귀하게 여기고 여자는 천하게 여겨서 여자를 노리개로 보기 때문이다. 여자도 또한 자기의 권리를 잃어버려 스스로 남편의 하수가 되어 수응만 듣고 학문을 하려는 뜻은 전혀 없다. (주석 31)
그는 여성교육을 역설했다. 직접 쓴 『제국신문』의 사설에서는 여성이 학문을 해야 함을 주창하고 그간의 잘못된 습속을 비판하였다.
이제 여성교육의 이해를 따져보면 첫째 어머니로서 학문이 없으면 그 자식을 잘 기르지 못할 것이며 자식을 잘 가르치지 못하면 불학무식해서 한 가정의 파탄은 물론 한 나라의 국세도 쇠퇴할 뿐 아니라 온 인류사회에 큰 폐단이 생기고 말 것이다. 또 여자가 학문이 없으면 사회의 유용한 일을 할 수 없으며 다만 남자에게 의지하여 벌어다 주는대로 먹고 입기나 할 것이다. (주석 32)
주석
29> 앞의 책, 1898년 10월 31일자.
30> 앞의 책, 1899년 5월 31일자.
31> 앞의 책, 1899년 4월 27일자.
32> 『제국신문』, 1906년 4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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