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강상우 발탁 '미스터리'…직접 본 적도 없다, 석연찮은 대표팀 승선 배경

김명석 2023. 8. 3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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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엘살바도르 대표팀의 A매치 평가전이 6월 대전 유성구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후반 클린스만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대전=김민규 기자

“직접 본 적은 없는 선수다.”

지난 6월이었다.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 나선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은 안현범(전북·당시 제주)의 발탁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그의 플레이를 직접 본 적이 없는데 대표팀에 선발했다고 직접 인정한 것이다. 승선 자격이 충분한 선수였다고 해도, 감독이 직접 확인하지 않은 선수가 대표팀에 발탁된 절차는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공교롭게도 클린스만 감독은 당시 소속팀에서 공격적인 윙백 역할을 맡던 안현범을 대표팀에선 수비적으로 기용해 논란이 됐다. 클린스만 감독이 ‘선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기 시작한 이유였다.

비슷한 논란이 이번 9월 대표팀 명단에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 슈퍼리그에서 뛰고 있는 강상우(베이징 궈안)의 발탁 배경이 석연찮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KFA)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과 코치들은 강상우의 플레이를 중국에서 직접 확인한 적이 없다. 선수 영상이나 기록 등을 볼 수 있는 플랫폼 와이스카우트 등을 통해서만 강상우를 확인한 뒤 대표팀에 발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KFA가 배포한 대표팀 명단 관련 보도자료에도 ‘강상우는 1년 8개월 만에 복귀했다’는 설명 정도에만 그쳤다. 관련된 클린스만 감독의 코멘트 등 부연은 없었다. 

물론 강상우는 이번 시즌 기록이 좋다. 중국 리그 20경기(선발 15경기)에 출전해 7골을 넣었다. 팀 내 득점·공격 포인트 1위다. K리그에서도 오랫동안 좋은 활약을 펼쳤고, 실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국가대표팀 승선은 분명히 다른 문제다. 영상과 기록만 보고 선발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경기력을 직접 보는 건 필수요소다. 필요하다면 다른 유럽파들에게 그랬듯 클린스만 감독이나 코치진이 직접 만나 면담 등을 거치는 절차가 필요했다. 태극마크의 무게감을 고려하면 당연한 절차였다.

언제든 대표팀 재발탁이 가능할 정도로 꾸준히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던 선수도 아니었다. 강상우는 이번 대표팀 명단 승선이 지난해 1월 이후 무려 1년 8개월 만이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전 감독 시절 한동안 부름을 받은 적이 있지만, A매치 13경기 가운데 단 2경기에만 교체 출전의 기회를 얻는 데 그쳤다. 당시 2경기는 여전히 강상우의 A매치 출전 기록(2경기)에 머물러 있다. 벤투 감독 체제에서도 주전급 자원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지난해 1월 소집을 끝으로 태극마크와 인연이 없었다가, 부임한 지 5개월이 된 클린스만 감독으로부터 깜짝 부름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 1월 축구대표팀 훈련 중인 강상우의 모습. 이 훈련을 마지막으로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하던 강상우는 1년 8개월 만에 A대표팀에 재승선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 6월 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6월 A대표팀 명단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강상우가 '수비수'로 분류돼 소집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건 그래서 더 이해가 어렵다. 물론 그는 국내 무대에서 뛸 때, 그리고 벤투 전 감독 체제에서도 측면 수비 자원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올 시즌 그는 소속팀에서 측면 공격수나 공격형 미드필더 등 측면 수비가 아닌 다른 역할만 맡고 있다. 7골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워낙 멀티 플레이어로 유명하고, 경기 도중 풀백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있었을지언정 이번 시즌 강상우의 포지션을 ‘수비수’로 분류하는 건 분명 무리가 있다. 이미 베이징 궈안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도 강상우는 수비수가 아닌 미드필더로 분류돼 있을 정도다.

이번 대표팀에 소집된 풀백 자원들만 봐도 클린스만 감독이 강상우를 '측면 수비' 자원으로 선발했음을 엿볼 수 있다. 강상우를 제외하면 이번 소집 명단에 오른 풀백 자원은 설영우(울산)와 이기제(수원) 안현범이 전부다. 좌·우측에 각각 2명 이상씩 풀백 자원을 선발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강상우는 이기제와 함께 왼쪽 풀백 자원으로 볼 수 있다. 1년 8개월 만에, 그것도 지난 3월 부임한 클린스만 감독에게 부름을 받은 건 그만큼 최근 기록이 발탁 기준이 됐다는 뜻인데, 정작 소속팀에서 소화하고 있는 역할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소속팀에서 뛰는 포지션과 대표팀에서의 활용법은 다를 수 있다. 소속팀에서 보여준 기량을 바탕으로 대표팀에서 새 활용법을 찾는 건 대표팀 감독의 선택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선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이 뒷받침돼야 한다. 직접 확인조차 못한 클린스만 감독이 강상우에 대해 깊게 알고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미 소속팀에서 공격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선수를 수비수로 분류해 선발한 것만으로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대표팀에 발탁한 것 아니냐’는 의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난 6월에도 직접 보지도 않은 선수를 대표팀에 발탁한 뒤 실전에선 정반대의 성향으로 기용했던 전례가 있으니, 그 의심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가뜩이나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후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등 재택·외유 논란이 거센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대표팀은 뒷전으로 두고 있다는 근무태만 논란으로까지 번진 상태다. 클린스만 감독이 대표팀을 구성하는 절차에 대한 신뢰도는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필이면 대표팀 명단 발표 후 이뤄지던 기자회견마저 없앴으니, 의혹은 꼬리를 물고 논란만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표팀 선발 과정이 반복되는 데다 불통까지 더해진 상태다. 클린스만 감독과 KFA를 향한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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