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먹는 치매약 나오나…아리바이오 "美 이어 국내 3상 IND 승인"

이춘희 2023. 8.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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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치매 치료제 'AR1001'
PDE5 억제 기반 다중기전 지향
임상 2상에서 유의미한 효과
3상, 경증·고용량군 약효 입증에 주력

해외에서 잇따라 항체 치매 치료제가 나오면서 치매 정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치열한 개발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먹는 치매 치료제 'AR1001'을 개발하고 있는 아리바이오가 미국에 이어 국내까지 글로벌 임상 3상 '폴라리스(Polaris)-AD'의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으며 '1호 국산 치매 치료제'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아리바이오는 29일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AR1001의 국내 임상 3상 IND 승인을 받았다. 한국 150명을 포함해 미국 600명, 유럽 400명, 중국 100명 등 총 12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IND를 승인받아 환자 투약이 진행 중이다. 유럽·중국에서도 IND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AR1001은 다중기전을 통한 먹는 치매 치료제를 지향한다. 강력한 포스포다이에스터레이스(PDE)5 억제 작용으로 치매 진행 억제와 환자의 기억력과 인지기능을 높이는 효능이 있다는 설명이다. 기전은 크게 3가지다. 우선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핵심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아밀로이드베타(Aβ) 단백질의 세포 내 생성을 억제한다. 현재 치매 치료제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항체 치료제가 뇌 속에 쌓여 세포 밖으로 나온 Aβ를 제거하는 기전이라면 AR1001은 이와 달리 합성의약품(케미컬)이기 때문에 분자 구조가 작아 세포 내 침투 후 자가포식(autophagy)을 통해 Aβ를 제거하고 축적을 억제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마찬가지로 세포 내에서 뇌신경세포 내 신호전달경로(CERB)를 활성화해 독성 세포로 인한 신경세포의 사멸을 억제하고, 새로운 세포로 생성하는 것을 촉진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세포 밖에서 작동하는 기전도 있다. 세포의 증식 또는 분화에 관여하는 윈트(Wnt) 신호전달 체계를 활성화해 신경전달물질이 제 역할을 하도록 해 시냅스의 가소성을 증진하는 것이다.

2상 결과 논란 휩싸이기도… 회사 측 "2상은 탐색적 성격… 환자군·용량 확정해냈어"

앞으로 치매 환자가 지속 증가함에 따라 치매 치료제 시장 역시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치매 환자는 2019년 5500만명에서 2030년 7800만명, 2050년 1억3900만명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시장 역시 제약 전문 리서치 업체 코텔리스에 따르면 2020년 16억달러(약 2조1200원)에서 2030년 57억달러, 2050년 200억달러(약 26조5000억원)로 연평균 2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젠·에자이의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글로벌 빅 파마(대형 제약사)들도 개발한 바이오젠·에자이의 '아두헬름'과 '레켐비', 일라이 릴리의 '도나네맙' 등을 개발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바이오젠·에자이는 지난달 아두헬름의 실패를 딛고 FDA로부터 지난 1월 가속 승인에 이어 레켐비의 정식 승인까지 이뤄냈다. 일본에서도 후생노동성의 전문가 심사 절차를 통과해 이른 시일 내에 최종 승인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국내에서도 지난 6월 허가 신청이 접수된 만큼 조만간 국내 출시도 점쳐지고 있다.

이를 따라잡기 위해 현재 국내에서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 중 가장 임상 단계가 앞서 있는 AR1001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회사 측은 앞선 임상 2상에서 30㎎ 단독 복용군에서 1차 유효성 지표가 '알츠하이머병 평가척도(ADAS)-인지영역(Cog)13' 점수가 26주 차에 3.5점, 52주 차에 5.8점 향상됐고, 특히 경증(mild) 환자군에서는 8.7점까지 향상되는 효과를 얻었다며 임상 3상에서도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란 기대다.

그러나 임상 2상에 대해서는 실험군에서 어느 정도 효능이 나타났더라도 대조군과 유의미한 차이를 확인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하재영 아리바이오 부사장은 "임상 2상은 어떤 용량으로, 어떤 환자에게 약이 잘 들을지 찾는 탐색적 단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2상은 환자는 경증~중등도(moderate), 용량은 10·30㎎을 모두 투약해 타깃하는 그룹을 찾아내고자 했다"며 "경증과 고용량군에서 큰 효과가 있었는데 비해 그룹 간 이상 반응이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증과 고용량이라는 명확한 대상을 특정해낸 만큼 "2상이 끝나자마자 고무적인 결과로 보고 임상 3상도 이대로 끌고 가면 되겠다고 봤다"는 설명이다.

데이빗 그릴리 아리바이오 최고의학책임자(CMO)가 지난 3월28일~4월1일 스웨덴에서 열린 2023 알츠하이머&파킨슨병 콘퍼런스(2023 AD&PD)에서 AR1001의 임상 2상 바이오마커 분석과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아리바이오]

실제로 이번 임상 3상은 55~80세의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 또는 경증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AR1001 30㎎을 투약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1차 유효성 지표도 변경했다. 임상 2상의 1차 지표인 ADAS-Cog13 대신 '치매임상평가척도(CDR)-박스 총합(SB)'이 설정됐다. CDR-SB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치매 신약 가이드라인에서 1차 지표로 가장 적합하다고 제시한 지표로 ADAS-Cog보다 입체적인 인지기능 평가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주요 치매 신약들도 모두 1차 지표로 CDR-SB를 활용한 만큼 진검승부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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