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우습게 보면 큰일… 이틀만에 지분 7%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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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치면 산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생각이다.
지분을 결집해서 한 목소리를 내면 회사의 체질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DI동일 소액주주들이 결집한 이유는 회사의 가치가 저평가돼있으며, 그 원인이 외부요인이 아닌 DI동일의 지배구조에 있다고 판단해서다.
향후 회사 측의 입장에 따라 결집한 지분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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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치면 산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생각이다. 지분을 결집해서 한 목소리를 내면 회사의 체질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그동안 흩어져있어 주주로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개인 투자자가 결집하면서 회사에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 개인 투자자는 단기 차익만 추구하는 존재로 여겨졌지만, 최근 중장기 목표를 세우고 결집해 최대주주 입장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주요 투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I(디아이)동일 소액주주 지분이 7%가 넘게 결집했다. 2대주주인 서민석 DI동일 회장의 지분(5.93%)를 가뿐히 제쳤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αCT)’에 따르면 29일 오후 주주 590명의 주식 183만1766주가 결집됐다. 본격적으로 모집을 시작한 지 이틀 만에 모인 지분이어서 업계 관계자들도 놀라운 속도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DI동일 소액주주들이 결집한 이유는 회사의 가치가 저평가돼있으며, 그 원인이 외부요인이 아닌 DI동일의 지배구조에 있다고 판단해서다. DI동일은 섬유제품에서 전체 매출의 45%가 나오는 섬유기업이지만 국내 배터리용 알루미늄박 최대 업체인 동일알루미늄을 보유하고 있어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 손꼽힌다. 관련 매출 비중이 43%로 적지 않다. 29일 종가기준 DI동일의 시가총액은 5716억원으로 배터리 관련주들이 조단위 기업가치로 시총 상위를 점령한 것과는 온도차가 있다.
이달 초 에코프로 매도 리포트를 발간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유명해진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DI동일은 저평가라고 봤다. 한 연구원은 “배터리용 알루미늄박 사업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최대 1조원까지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DI동일 소액주주들은 지난 3일 사측에 소액주주연대를 설립했음을 알리고 전자투표 도입과 자사주 전량 소각, 주주명부열람을 요청하는 내용 증명을 보냈다. 내달 8일 관련한 첫 만남이 예정돼 있다. 향후 회사 측의 입장에 따라 결집한 지분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분 3% 이상이면 임시주주총회를 요구할 수 있다.
경영진의 횡령이나 배임으로 거래가 중단된 회사의 경우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비료 제조업체 ‘대유’ 소액주주 연대는 지난 28일 지분 12.03%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대유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김우동 조광ILI 회장의 배임 혐의로 주권 매매가 정지돼서다. 회사 정상화를 통해서 투자금을 지키기 위해서다. 지난달 24일 소액주주연대는 김우동 대표의 해임 건을 비롯해 새로운 이사진을 선임하는 안을 9월 임시주총에 상정해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지난 5월 한국거래소의 거래정지를 번복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이화그룹(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의 소액주주도 비슷한 상황이다.
성공 사례도 있다. 국내 골판지 1위 제조업체 아세아제지는 지난달 12일 공시를 통해 배당확대와 자사주 취득, 자사주 소각, 중·장기적인 IR활동 등을 담은 주주환원책을 세웠다고 밝혔다. 앞서 아세아제지 소액주주는 헤이홀더를 통해 지분 6% 이상을 결집했다. 주주가치 제고안을 요구함과 동시에 과거 일부 경영진이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아 회사에 손실을 끼쳤던 사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내용증명을 발송하기도 했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소액주주의 행동주의는 과거 ‘승산 없는 싸움’으로 여겨졌지만 이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소액주주 제안의 가결률이 점점 높아질 것”며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활성화로 소통과 결집이 쉬워진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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