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보]계곡 따라 산길 걷는 '동강-수철' 코스

함양 동강리~산청 수철리
12.1㎞구간, 약 5시간 소요

편집자주 - 지리산은 대한민국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해발 1915m의 산입니다. 산맥이 전남·전북·경남에 걸쳐있는 민족의 영산(靈山)입니다. 21개 구간·20개 읍면·100여개의 마을이 지나는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면 자연과 사람, 영호남의 역사와 마주할 수 있습니다. 총 길이 300㎞로 아버지 품처럼 넉넉한 지리산 둘레길을 소개합니다.

지리산 둘레길 ‘동강~수철’ 구간은 경남 함양군 휴천면 동강리와 산청군 금서면 수철리를 잇는 12.1㎞ 코스다. 약 5시간이 소요되는 이 구간이 난이도는 ‘중’으로 분류된다.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산길을 걷다 보면 4개의 마을을 지나 산청에 이른다.

동강마을은 평촌과 점촌, 기암 등 3개의 자연 마을로 구성됐다. 조선시대에는 면사무소가 있었던 마을로 공무와 지방행정을 수행하던 곳이다. 마을 어귀에는 짚신 만드는 틀을 닮았다는 ‘신틀바위’가 있다.

자혜교를 지나 방곡마을로 발걸음을 옮기면 산청함양사건추모기념공원을 지나게 된다. 한국전쟁 당시 지리산의 빨치산을 없앤다는 이유로 산청의 가현, 방곡, 함양의 점촌, 엄천강 건너 서주마을 주민들 700여명이 무참히 학살됐다. 현대사의 비극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현장이다.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위령탑과 합동묘역 등이 만들어졌다.

방곡에서 저수지를 건너 2㎞쯤 걷다 보면 상사폭포가 나온다.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과 관련된 전설 몇 가지가 전해 내려오는 폭포다. 더운 여름에는 잠시 신발을 벗고 계곡에 발을 담갔다 가는 것도 추천한다.

상사폭포에서 1.87㎞ 떨어진 곳에는 과거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던 고갯마루 ‘쌍재’가 있다. 함양 사람들이 산청 덕산장에 가서 곶감을 팔기 위해 쌍재를 넘었다고 알려졌다. 쌍재 아래에는 보부상들이 쉴 수 있는 마을이 있었다고 한다.

산불감시초소에서는 지리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느낄 수 있다. 왼쪽으로는 산청이, 오른쪽으로는 천왕봉, 중봉 등이 보인다. 초소 앞 데크에는 주변 산자락에 대한 알림판이 있으니 하나씩 확인해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참나무 숲 사이로 가다 보면 고동재에 이른다. 고개 주변의 산줄기가 고동형으로 생겨서 고동재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숲길이 아닌 임도를 따라가면 수철마을 회관 앞 느티나무 쉼터를 만나게 된다. 수철마을은 과거 무쇠로 솥이나 농기구를 만들던 철점이 있어 무쇠점 혹은 수철동으로 불렸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