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마가 먹다 남긴 썩은 고기, 자연 '핫스팟' 만든다…생태계 유지
아메리카 대륙의 포식자인 퓨마는 단독 생활을 한다. 먹이를 잡아도 혼자서 다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썩은 고기를 남기면, 까마귀나 곰 같은 청소부 동물이 와서 나머지를 먹어 치운다. 퓨마가 내놓는 썩은 고기가 ㎢당 매년 44.1㎏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툰드라의 붉은여우는 동굴에서 산다. 매년 새로 굴을 파기보다는 계속 사용한다.
여우 굴 주변에는 수풀이 무성하다. 바로 '툰드라의 정원'이다.
여우가 버린 찌꺼기와 배설물 덕분에 식물이 잘 자란다. 여우가 반복적으로 영역을 표시하는 곳, 딱 그곳에서만 식물이 섬처럼 눈에 띄게 자라기도 한다.
늑대는 하천을 막아 댐을 쌓는 비버를 공격한다. 비버가 연못을 만드냐, 만들지 못하느냐에 따라 하천의 경관도 달라진다.
이처럼 포식자는 생태계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초식동물이 과도하게 번성해 숲이 망가졌는데, 육식동물인 포식자가 들어와 초식동물을 잡아먹으면서 숲이 되살아났다…."는 식의 전통적인 포식자의 역할, 즉 먹이사슬을 통해 먹이의 숫자를 조절하는 것 외에도 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생태계 자원 불균등하게 배분
포식자가 생태계 내에서 이곳저곳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시·공간적으로 연결해주는 역할, 이른바 '패치 간접 효과(patchy indirect effects, PIE)'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포식자가 생태계의 자원을 시·공간적으로 불균등하게 배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의미다.
'패치'는 생태계 전체에 골고루 분포하는 것이 아니라 누덕누덕 혹은 띄엄띄엄 일부분에만 분포하는 것을 말한다.
연구팀은 크게 이 패치 간접 효과를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생태계 내 '인기 장소' 만들기
거기서 동물들이 남은 고기를 두고 경쟁을 벌이기도 하고, 벌레가 꼬이면 이를 찾아 다른 생물이 몰려들기도 하고, 찾아왔다가 기생충에 감염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상호작용이 벌어진다.
부패한 사체는 토양으로 스며들고, 식물 성장을 촉진하게 된다. 수십 년 후 몇 그루의 큰 나무가 자라는 토대가 되기도 한다.
두 번째는 남은 먹잇감을 포식자가 자신의 동굴이나 둥지로 옮기는 경우 거기에도 생태학적 핫스팟이 만들어진다.
포식자의 배설물과 부패한 사체 찌꺼기가 계속 쌓이면 해당 지점의 생태학적 변화가 나타난다.
연안의 물개 서식지나 바닷새 둥지 주변에 나무나 잘 자라고, 인근 바닷속에 해초가 잘 자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를 곰이 잡아먹고 일부를 숲에 버리면 나무가 잘 자라는 것도 중요한 사례다.
생태계 경관 급변 방지하기
앞에서 본 것처럼 비버가 댐을 쌓아 하천 흐름을 막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비버와 같은 '생태계 엔지니어'를 포식자가 공격해 죽이고 나면, 서식지 경관은 천천히 비버가 없었을 때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다.
연구팀은 "생태계의 생산성이나 회복률, 회전율이 낮은 고위도 섬지방이나 툰드라 같은 곳에서는 포식자의 패치 간접 효과가 훨씬 중요할 수 있다"면서 "육상 생태계뿐만 아니라 해양 생태계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래의 사체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때 나타나는 현상도 크게 보면 패치 간접 효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전통적인 포식자의 역할과 이런 패치 간접 효과가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체 불가능한 포식자의 기능
개별 포식자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사람이 복제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포식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궁극적으로 서식지 파괴, 인간의 침입, 사냥과 밀렵, 기후 변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포식자 개체군을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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