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26분' 토트넘, 풀럼과 1-1로 비기고 승부차기 패배…우승컵 하나 8월에 날아갔다 [리그컵 리뷰]

김현기 기자 2023. 8.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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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토트넘이 2023/24시즌 첫 패배를 떠안았다. 손흥민 등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벤치 대기하다가 후반 교체로 들어간 가운데 치른 리그컵에서 같은 프리미어리그 구단 풀럼에 승부차기로 패했다. 일단 우승컵 하나가 8월에 날아갔다. 

토트넘은 30일 영국 런던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2023/24 리그컵 2라운드 원정 경기 풀럼전에서 전후반 90분을 1-1로 비긴 뒤 곧바로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3-5로 패했다.

토트넘은 앞서 새 시즌 프리미어리그 3경기에서 2승1무(승점 7)를 기록하며 3위에 자리잡는 등 시즌 초반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개막전 브렌트퍼드 원정 경기에서 난타전 끝에 2-2로 비긴 토트넘은 이어진 2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홈 경기에서 파페 사르의 선제골과 상대 수비수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의 자책골을 묶어 2-0 완승을 거두고 파란을 일으켰다.


3라운드 본머스와의 원정 경기에서도 신입생 제임스 매디슨의 선제골, 그간 임대 신분으로 뛰었다가 올 여름 완전이적에 성공한 데얀 쿨루세브스키의 추가골이 터지면서 다시 한 번 2-0 승리를 챙기고 맨시티(승점 9)에 승점 2 뒤지면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승점 7)에는 다득점에서 밀린 3위로 올라서 모든 이들의 예상을 깨트렸다. 토트넘의 초반 질주는 특히 간판 공격수이자 프리미어리그 리빙 레전드였던 해리 케인이 독일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상태에서 이뤘기 때문에 더욱 가치를 높게 인정받았다.

하지만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로테이션을 꺼내든 풀럼전에선 달랐다. 홈팀의 날카로운 역습에 번번히 수비가 뚫리는 등 고전하다가 결국 러시안 룰렛 같은 승부차기에서 무릎을 꿇었다.

리그컵 2라운드에선 총 48팀이 싸웠으며 승리하는 24팀이 3라운드에서 합류하는 프리미어리그 상위 8팀과 합쳐 32강전을 벌인다. 이후에도 토너먼트 방식을 통해 내년 2월25일 최종 결승전을 치른다.

토트넘은 지난 2007/08시즌 이 대회 우승을 차지했으며 이는 공식 대회 마지막 우승이기도 하다. 16년 만에 우승에 도전했으나 첫 판에서 지며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토트넘에 올 시즌 남은 대회는 프리미어리그와 FA컵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대항전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8위에 그친 터라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등에 모두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이날 토트넘은 리그컵을 통해 후보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승리까지 챙기기 위해 파격적인 라인업 변화를 단행했다. 토트넘 새 사령탑인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본머스전과 비교해 선발 명단 9명을 바꾸는 파격적인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우선 골키퍼 장갑을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14경기에 출전한 프레이저 포스터에게 맡겼다. 포스터는 이번 시즌 이탈리아 국가대표 굴리에모 비카리오가 오면서 계속 후보에 머무르고 있으나 지난 시즌까지 주장을 역임하며 골문을 지켰던 위고 요리스는 제쳐 2번 골키퍼임을 알렸다.

백4는 왼쪽부터 벤 데이비스, 미키 판더펜, 다빈손 산체스, 에메르송 로얄로 짜여졌다. 레프트백 데스티지 우도지 대신 데이비스가 기회를 잡았으며 주장 완장까지 차게 됐다. 산체스는 러시아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이적을 거부한 뒤 토트넘에 남아 주전 다툼 중인데 일단 백업 1순위로 뛰며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나름대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판더펜은 백4 중 유일하게 프리미어리그 3경기에 이어 리그컵까지 뛰게 됐다. 올 여름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에서 이적한 그는 비교적 늦게 토트넘에 입성했음에도 빠르게 자신의 실력을 드러냈다. 라이트백 에메르송은 페드로 포로와 경쟁 중이다. 브렌트퍼드전에서 골을 넣으며 환호했으나 수비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 아래 2라운드부터 포로에 밀린 상태다.

중원 3명은 전부 바뀌었다. 우선 지난 시즌 주전이었던 덴마크 국가대표 피에르 에밀-호이비에르가 나선다. 호이비에르는 과거 바이에른 뮌헨 2군 시절에 사제의 연을 맺었던 에릭 턴하흐 감독 부름에 따라 맨유 이적설이 나도는 중이다. 올리버 스킵도 선발 출격한다. 스킵은 브렌트퍼드전에 선발로 나섰다가 맨유전에서 후반 교체투입되더니 본머스전에선 아예 결장하는 등 입지가 불안하다. 미드필드 마지막 한 자리는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출신 히오반니 로셀소에게 돌아갔다. 지난 시즌 스페인 비야레알로 임대를 다녀온 그는 이적과 잔류의 갈림길에 선 상태다.

전방 스리톱에선 브라질 공격수 히샤를리송이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에 이어 이번에도 선발로 뛴다. 앞서 3경기 무득점에 그치는 등 지난해 여름 토트넘에 온 뒤 30경기 1골이라는 최악의 골결정력을 드러내고 있으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해리 케인 빈 자리에 뛰는 그의 공격력을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했다. 히샤를리송은 2~3라운드에서 후반 이른 시간 교체아웃되는 등 체력적으로도 아직 뛸 만하다.

히샤를리송의 왼쪽엔 손흥민 대신 이반 페리시치, 오른쪽엔 쿨루세브스키 대신 마노르 솔로몬이 뛴다. 페리시치는 왼발 크로스가 빼어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나름 인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솔로몬은 이적 뒤 첫 선발 출격을 통해 경쟁력 입증에 나선다.

선발 명단 9곳에 변화가 이뤄지면서 손흥민은 벤치에 대기하게 됐다. 손흥민을 비롯해 비카리오, 크리스티안 로메로, 우도지, 이브 비수마, 매디슨, 사르, 쿨루세브스키 등 본머스전 선발 출전 멤버 8명이 뒤에서 출격을 준비한다. 그리고 19세 공격수 데인 스칼렛도 후보 명단에 포함됐다. 포로는 이날 출전 명단에서 아예 제외됐다.



맞서 싸우는 풀럼 역시 선수 변화를 주긴 했으나 토트넘 만큼 대거 바꾸진 않았다. 풀럼은 마렉 로닥 골키퍼를 비롯해 안토니 로빈슨, 팀 림, 이사 디오프, 케니 테테가 백4를 이루며 해리슨 리드와 주앙 팔리냐가 더블 볼란테를 이룬다. 아다마 트라오레와 톰 케어니, 보비 데코르도바-레이드가 2선을 꾸린다. 로드리고 무니스가 원톱 출격한다. 직전 프리미어리그 경기 아스널전과 비교하면 5명이 바뀌었다.

토트넘은 이날 출발이 좋진 않았다. 홈팀은 전반 6분 로빈슨이 왼쪽 골라인 부근까지 치고들어간 뒤 크로스를 올려 반대편에 있는 무니스가 헤더로 상대를 처음 위협했다.

결국 전반 19분 기분 나쁜 선제 실점을 하고 말았다. 케어니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토트넘 선수 2~3명을 달고 드리블하다가 낮은 크로스를 올렸는데 이게 판더펜 뒷발 맞고 방향이 바뀌면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페리시치가 재빨리 골문 안으로 뛰어들어가 걷어냈으나 이미 볼이 골라인을 넘은 뒤였다. 토트넘은 브렌트퍼드전 이후 두 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으나 공식전 3번째 경기에서 실점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주전 선수들을 더 많이 투입한 풀럼의 주도권 쥐기를 계속 됐다. 전반 23분엔 로빈슨의 왼쪽 측면 크로스를 리드가 문전에서 헤더로 연결했으나 골문을 벗어났다. 다만 이 때도 문전으로 뛰어드는 리드를 토트넘 수비수들이 놓쳐 위협적인 상황을 내줬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는 듯 굳은 표정으로 선수들에게 더 뛰어줄 것을 주문했다.

토트넘은 전반 31분엔 울버햄프턴에서 풀럼으로 이적한 트라오레의 우직한 돌파에 수비라인이 뒤로 밀려 또 한 번의 위태로운 찬스를 내줬다. 트라오레의 패스를 무니스가 받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반박자 빠른 오른발 대각선 슛을 날렸으나 포스터가 왼발로 간신히 걷어내 실점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반면 토트넘은 상대 견고한 수비를 뚫지 못해 하프라인 부근에서 볼만 돌리다가 소유권을 내주는 일이 적지 않았다. 전반 36분엔 페리시치가 전방에 볼을 뿌렸으나 호흡이 맞지 않아 아무도 이 볼을 받지 않고 골라인 아웃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텔레비전 중계 카매라는 벤치를 비추며 최근 프리미어리그에서 2승1무를 기록 중인 주전 선수들의 투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암시하기도 했다.

전반 37분엔 히샤를리송이 로셀소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재빠른 오른발 슛을 날렸으나 상대 수비에 바로 막혔다. 이어진 코너킥도 허무하게 마치는 등 토트넘은 공격을 전혀 풀어가지 못했다.

전반 41분엔 상대에 대한 전방 압박을 통해 히샤를리송이 아크 왼쪽에서 좋은 프리킥 찬스를 만들어냈으나 페리시치의 오른발 킥이 상대 수비벽을 맞아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기회를 또 다시 날렸다.

토트넘은 오히려 전반 정규시간 종료 직전에 추가골을 내주고 후반을 맞을 뻔했다. 트라오레의 오른쪽 돌파 뒤 크로스를 무니스가 방향 바꾸는 헤더로 연결해 골문으로 빨려들어가는 순간 포스터가 간신히 오른손으로 쳐낸 것이다. 전반전에선 실점 외엔 가장 위협적인 찬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풀럼 입장에선 아까운 장면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공격진에 변화를 줬다. 로셀소를 빼고 공격수 스칼렛을 집어넣어 투톱 형태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는 후반 11분 동점골이 터지면서 어느 정도 성공했다.

후반 들어 다소 분위기를 바꿔 홈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던 토트넘은 후반 10분이 막 지났을 때 왼쪽 측면에서 페리시치가 올린 오른발 크로스가 반대편 골문 앞에 있던 히샤를리송에 정확히 배달됐다. 토트넘 입단 뒤 그렇게 부진하던 히샤를리송도 이것 만은 놓칠 수 없었다. 문전에서 머리로 받아넣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히샤를리송은 지난 4월30일 리버풀전 이후 처음으로 골 맛을 봤다.

원정팀은 상대의 역습에 다시 고전하며 후반 19분 데코르도바-레이드에 페널티지역 왼쪽 기습적인 왼발 슛을 내줬으나 볼이 골문 왼쪽 옆그물을 흔들면서 1-1을 유지했다. 후반 23분에도 데코르도바-레이드가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정확한 머리받기로 연결했으나 그 전에 풀럼의 다른 선수 반칙이 선언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경기가 막판으로 향하면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드디어 에이스 카드를 꺼내들었다. 벤치에서 경기를 묵묵히 지켜보던 손흥민을 비롯해 사르, 쿨루세브스키를 한꺼번에 투입한 것이다. 후반 27분 히샤를리송과 페리시치, 스킵이 빠지면서 3명이 승리를 위한 조커로 들어갔다. 손흥민은 최전방 공격수를 맡게 됐으며 쿨루세브스키가 오른쪽 날개에 자리잡았다. 솔로몬이 오른쪽에서 왼쪽 측면으로 자리를 바꿨다.

풀럼 역시 선수 교체를 했다. 후반 16분 트라오레 대신 해리 윌슨이 들어가더니 후반 32분엔 데코르보다-레이드 대신 안드레아스 페레이라, 리드 대신 루크 해리스가 들어갔다. 풀럼도 주전급 선수를 투입해 토트넘에 맞대응했다.

기존 주전들이 들어가면서 토트넘의 공격은 더욱 강해졌다. 손흥민은 스트라이커 자리에 서면서도 사실상 프리롤 역할을 했는데 후반 35분 아크 정면에서 왼쪽 측면에 있던 솔로몬에게 패스를 내줬고, 솔로몬은 이를 오른발 대각선 슛으로 연결해 로닥이 깜짝 놀라게 하는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토트넘은 후반 37분 잉글랜드 국가대표 공격형 미드필더 매디슨을 투입하면서 솔로몬을 뺐고, 손흥민은 다시 측면으로 이동했다.

주전들이 투입되면서 경기는 더욱 붙이 붙었다. 후반 정규시간이 끝나기 직전 페레이라의 페널티지역 오른쪽 왼발 슛을 토트넘 골키퍼 포스터가 걷어내자 토트넘도 문전 공략에 이은 스칼렛의 슛으로 받아쳤다. 후반 추가시간 6분이 흘렀을 땐 스칼렛의 전진 패스 때 이를 받다가 반칙을 얻어낸 매디슨이 아크 정면에서 좋은 직접 프리킥 찬스를 얻어냈으나 그가 직접 찬 슛이 상대 수비벽을 맞고 나와 아쉬움을 삼켰다.

결국 전후반 90분이 1-1로 끝났고 대회 규정에 따라 연장전 없이 바로 승부차기가 시작됐다.

풀럼 1번 키커 페레이라가 성공한 가운데, 토트넘에선 주장 손흥민이 첫 키커로 나섰다. 손흥민은 하늘을 바라본 뒤 오른발로 낮게 깔아찼다. 로닥이 방향은 읽었으나 속도가 느려 손흥민도 승부차기를 성공시켰다.

두 팀 2번 키커인 히메네스와 쿨루세브스키도 무난히 차 넣은 가운데, 3번 키커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윌슨의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들어갔으나 토트넘 키커 산체스의 킥은 로닥에 완전히 읽혀 잡힌 것이다.

이어진 4번 키커에선 팔리냐와 매디슨이 모두 킥을 성공시켰으며, 홈팀 5번 키커로 나선 테테가 골문 한 가운데로 침착하게 차 넣으면서 결국 토트넘은 3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사진=연합뉴스, 토트넘 SNS, 풀럼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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