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퇴사'에 반격…이젠 기업들이 '조용한 해고' 나섰다 [세계 한 잔]
미국 등의 글로벌 기업에서 최근 '조용한 해고'(Quiet Cutting)와 '조용한 고용'(Quiet Hiring)이 퍼지고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 서구의 젊은 직장인 사이에 퍼졌던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에 대응한 기업들의 새로운 경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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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모기업, 해고 등 구조조정 비용만 6조원
지난 5월 팬데믹 종식 선언 후엔 상황이 역전됐다. 이젠 기업들이 조용한 해고(Quiet Cutting)에 나서는 모양새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 등 글로벌 기업에선 직원 성과가 저조할 경우 업무 재배치 등을 통해 직원 스스로 퇴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면서 조용한 해고의 확산이라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글로벌 스포츠용품업체 아디다스, 포토샵·PDF로 유명한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 클라우드컴퓨팅 기업 세일즈포스, IBM 등이 이 전략을 썼다. 해직 근로자의 재취업·창업을 돕는 컨설팅업체 '챌린저 그레이&크리스마스'의 앤디 챌린저 부회장은 WSJ에 "직원 재배치는 최근 기업에서 (감원 대신에) 많이 쓰이는 전략"이라고 전했다.
기업 입장에서 조용한 해고는 채용·해고·재채용에 드는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돕는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의 경우, 지난해 해고한 직원 퇴직금을 포함해 지난해 4분기에만 42억 달러(약 5조5000억원)의 구조조정 비용을 썼다. 이처럼 전면적인 구조조정에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상당수 기업이 돈이 덜 드는 직원 재배치 방식에 관심을 보이고 있단 얘기이다. 포브스도 "조용한 해고는 기업이 구조조정 효과를 보면서도 대량 감원을 피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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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고용'도 트렌드…기존 직원에 역할 맡겨
실제로 최근 2년간 두 번의 업무 재배치를 받은 IBM 직원 매트 콘래드(34)는 WSJ에 "회사가 '당신이 해고되지 않게 최선을 다했으니, 당신도 최선을 다해 일하거나 아니면 다른 일을 알아보라'고 말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조용한 해고가 직원에게 불안감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회사 입장에선 진정성을 담은 조치라는 평도 나온다. 제너럴모터스(GM), 마이크로소프트(MS)의 기업 경영 코치인 로베르타 매튜슨은 WSJ에 "기업 입장에서 업무 재배치는 해당 직원에게 '이게 해고 대신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조치'라는 신호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급여나 업무 레벨이 현재보다 과도하게 낮은 직책으로 재배치되거나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도는 부서로 이동했다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WSJ은 당부했다. 컨설팅 회사 콘페리의 글로벌 인재개발 리더인 나오미 서덜랜드는 "직원들은 재배치 사유와 함께 재배치가 자신의 커리어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관리자에게 구체적으로 문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신에 따르면 재배치에 직원이 불만을 갖더라도 법적으로 구제받을 길은 거의 없다. 블랜차드&워커의 안젤라 워커 변호사는 "다만 재배치가 인사 보복성 조치였고 업무적으로 차별을 받았다는 걸 직원이 입증할 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등 서구 기업에선 조용한 해직과 함께 조용한 고용도 새로운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다. 신규 풀타임 직원을 채용하지 않고 기존 근로자의 역할을 전환해 필요한 업무를 맡기는 식이다.
또한 정규직 대신 단기 계약 직원을 뽑아 업무를 주는 방식도 포함된다. 리서치업체 가트너의 에밀리 로즈 맥래 연구원은 CNBC에 "올해는 조용한 고용이 미국 내에서 주류로 부상할 것"이라면서 "일부 업계에서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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