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경의 오아시스] 행복한 사회 위한 버킷리스트

2023. 8. 30.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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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의한 '경제활동이 가능한' 나이를 넘어선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가 1000만명에 달한다.

우리 사회 5명 중 1명은 은퇴자인 셈이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영유아 사망률 감소가 기대수명을 크게 늘렸고 우리 사회의 인구 구조를 젊게 만들었다.

따라서 고령자가 좋은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생산적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정책을 우리 사회가 버킷리스트에 담아 카트와 같은 일반 서민과 동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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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의한 ‘경제활동이 가능한’ 나이를 넘어선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가 1000만명에 달한다. 우리 사회 5명 중 1명은 은퇴자인 셈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퇴직 후 삶에 대한 조언을 제공하는 생애설계 프로그램이 여기저기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행복한 노후를 위한 희망 사항을 작성하고 실천해 보라는 조언이 사람들 사이에 회자된 지도 꽤 됐다.

생각난 김에 2007년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 주연한 영화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다시 찾아봤다. 살아온 배경은 다르지만 병실을 함께 쓰게 된 노년의 두 환자, 자동차정비사 카트와 백만장자 사업가 잭이 의기투합해 각자 하고 싶은 일들에 함께 도전하는 이야기다. 극적 효과를 위해 영화는 시한부 환자라는 설정을 두고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지만 죽는 시기만 다를 뿐 우리 모두 시한부 환자이기에 카트와 잭의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해서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특히 이집트 피라미드를 바라보며 카트가 잭에게 건넨 말은 많은 여운을 남긴다. 천국에 들어가기 전에 신은 우리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고. “삶의 기쁨을 찾았는가.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었는가.” 영화는 노년의 두 신사가 버킷리스트를 실행하면서 삶의 의미를 되찾고 가족, 친구와 기쁨을 나누는 여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 밖 현실은 쉽지 않다. 삶의 기쁨을 찾기에는 우리 사회의 노인 빈곤율이 너무 높고, 가족 및 이웃과 단절된 절망한 노인들의 자살률도 아주 높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삶의 기쁨을 찾는 여정을 오롯이 개인의 능력과 책임으로 돌렸다.

그런데 신이 묻는 두 가지 질문은 애초부터 질문이 하나가 아니었을까. 내 삶의 기쁨을 찾는 것과 다른 사람과 기쁨을 나누는 것이 독립적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 영화 속 잭과 같은 백만장자를 현실의 우리가 곁에 둘 가능성은 너무 낮다. 이제는 개인에게 열심히 준비해 삶의 기쁨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훈계할 것이 아니라 5명 중 1명이 은퇴자로 구성된, 늙어가는 이 사회가 잭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

우리 사회 65세의 기대여명은 21.6년. 정년 60세를 기준으로 하면 남은 기간 26년. 2021년 통계청이 발표한 55~79세 대상 경제활동 조사에 따르면 그들 중 48%만이 연금을 수령하고 있고, 평균 퇴직 나이는 법정 정년 60세보다 11년이나 빠른 49.3세로 나타났다. 이제 은퇴 후 인생 설계는 더 이상 남은 인생을 정리하는 시기가 아니라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힘을 쏟아야 함을 보여준다.

최근의 연구도 우리 사회가 고령자 건강과 일자리 정책에 이전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영유아 사망률 감소가 기대수명을 크게 늘렸고 우리 사회의 인구 구조를 젊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우리 사회는 고령화됐고, 고령자의 가파른 사망률 개선은 우리 사회 고령화에 더 크게 기여하고 있다. 따라서 고령자가 좋은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생산적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정책을 우리 사회가 버킷리스트에 담아 카트와 같은 일반 서민과 동행할 필요가 있다.

초고령화 단계에 진입하는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고령화의 파고를 이겨내려면 다양한 성향의 세대가 힘을 모아야 한다. 그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알 수 없는 내일이 있다는 건/ 설레는 일이야 두렵기는 해도/ 산다는 건 다 그런 거야/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라는 노랫말처럼 미래는 언제나 예측불허이고, 그리하여 노후에도 기꺼이 도전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꿔본다. 우리가 그렇게 만들 수가 있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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