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슬기로운 공원생활

2023. 8. 30.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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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가 치솟는 사건이 이어진다.

잘 안 풀리거나 내다보이지 않을 때, 몸이 찌뿌둥하거나 날이 우중충할 때, 또 분노가 일 때 공원에 간다.

말 그대로의 생활(生活). 공원은 요술방망이가 아니다.

분노 속에서도 산책하고 자연을 접하며 웃음을 잃지 않음으로써 변화를 이끌고 위기를 극복하는 슬기로운 공원생활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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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분노가 치솟는 사건이 이어진다. 사회적 분노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분노로 인해 분노가 치솟는 분노할 상황. 불현듯 공원엘 간다. 잘 안 풀리거나 내다보이지 않을 때, 몸이 찌뿌둥하거나 날이 우중충할 때, 또 분노가 일 때 공원에 간다. 물론 아무 이유 없이도 공원에 간다. 그때마다 공원은 위로하며 과도하게 부푼 감정과 왜곡을 가지치기해준다. 공원은 도시에 속하면서도 도시와 다르므로 가치 있다. 공원은 고요하며 여유롭고 느슨하며 평화롭다. 공원은 옛 소도처럼 치유력을 가진 도시 속 바깥이다.

공원주의자에게 공원은 숙명이다. 3년째 회사 앞 양천공원을 출퇴근길에 가로지르고, 오후마다 이 공원 저 공원을 무시로 오간다. 주말에 집을 나서면 이상하게 모든 길이 공원과 광장으로 통한다. 공원에는 늘 추억이 넘친다. 공원은 아이가 집을 떠나 처음 만나는 큰 세상이다. 여기서 걷고 뛰고 놀고 공 차고 자전거 타고 농구 하며 자란다. 아이는 어른이 돼 공원에서 다시 아이를 키우거나 문득 노인이 돼 공원을 걷거나 머문다. 사람은 바뀌지만 공원은 그대로다. 공원의 시간은 도시와 달리 흐르므로 추억이 오래 머문다. 또 공원마다 너그러움이 있어 어떤 사람이건 동식물이건 배제되거나 소거되지 않는다. 공원은 도시와 자연의 경계에서 모든 존재를 포용하면서 꽃피운다.

좋은 공원에는 따스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과 깊은 그늘과 건강한 땅과 시원한 물이 있다. 또한 걷기 좋은 길과 편안한 의자가 있다. 나무와 꽃과 풀이 곤충과 새와 동물과 함께 살고, 이 모든 걸 사람들이 돌본다. 말 그대로의 생활(生活). 공원은 요술방망이가 아니다. 치열한 경기 중에 잠시 물러앉은 벤치 같은, 추억이 쌓이고 서로에게 너그러운 도시의 빈틈이다. 분노 속에서도 산책하고 자연을 접하며 웃음을 잃지 않음으로써 변화를 이끌고 위기를 극복하는 슬기로운 공원생활을 권한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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