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교육 불통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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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들까지 발 벗고 나서다니 놀라운 일이다.
전국 초·중·고교 교장 803명이 지난 19일 국회 앞에서 열린 서울 서이초 교사 추모 집회에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개혁에 함께하겠다고 선언했다.
교육부는 교사가 연가·병가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학교장이 학부모 설문조사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재량 휴업일로 지정하는 것 또한 위법이며 최대 파면·해임 징계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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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들까지 발 벗고 나서다니 놀라운 일이다. 전국 초·중·고교 교장 803명이 지난 19일 국회 앞에서 열린 서울 서이초 교사 추모 집회에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개혁에 함께하겠다고 선언했다. 교권 추락과 공교육 붕괴로 벼랑 끝까지 몰린 교사들의 고통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자신의 이름과 학교명을 공개하고 집단행동에 동참한 것이다. 이들은 “선생님을 외롭게 떠나보낸 것에 대한 책임감과 미안함으로 오늘 이 자리에 섰다”면서 위기에 빠진 교육 현장을 외면하지 않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법과 제도의 개혁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교장들이 교사들의 자발적인 집회에 지지 의사를 밝힌 건 처음이다. 이는 교장에 대해 일반인이 가진 편견을 깨뜨리는 일대 사건이기도 하다. 웃자고 하는 ‘꼰대 테스트’에서 최상위 레벨인 ‘조선 시대 훈장님’ 다음으로 ‘교장 선생님’이 손꼽힐 정도로 보수적인 분들 아니었던가. 실제로도 학교 안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교장들이 교권 보호에 나서기는커녕 문제를 회피하고 심지어 교사에게 떠넘기려고 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기도 했다. 그렇게 가장 보수적인 집단으로 통했던 교장들조차 비극이 이어져선 안 된다며 교사들 편에 서서 목청을 높였으니 신선한 충격이었다. 한편으론 공교육과 교권의 붕괴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교권 추락을 막겠다는 교장들의 응집력은 선언문 발표 직전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17일 청주대에서 열린 전국 초등교장 하계연수회에 참여한 4500여명의 교장은 검은 옷과 검은 마스크를 맞춰 착용했다. 그리고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슬퍼하고 교권 확립에 앞장설 것을 밝혔다. 그런데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정책 브리핑 과정에서 사달이 났다. 이 장관이 늘봄교육과 디지털교육에 대해 브리핑을 했는데 현장에 있던 많은 교장이 원성 섞인 야유를 보냈다.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동료 교사의 죽음을 애도하고 그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오히려 학교와 교사의 부담을 키우는 정책을 설명했다는 이유였다. 교장들은 ‘교권확립 법령개정’이 적힌 팻말을 들고 이 장관에게 “물러가라”고 외쳤다. 일부 지역 교장단은 단체로 행사장을 이탈했다. 교육부 장관과 교육 현장 간 불통의 골이 고스란히 드러난 장면이었다.
교장들과 불협화음을 빚었던 이 장관은 ‘9·4 공교육 멈춤의 날’을 놓고도 교장, 교사는 물론 각 시도교육청 등과 각을 세우고 있다. 서이초 교사 사망 49재에 맞춰 하루 파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교사들이 8만여명을 넘어서고 9월 4일을 재량 휴업일로 지정한 학교가 500여개교에 육박하는 상황인데 교육부는 초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교육부는 교사가 연가·병가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학교장이 학부모 설문조사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재량 휴업일로 지정하는 것 또한 위법이며 최대 파면·해임 징계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조희연(서울)·서거석(전북)·최교진(세종) 교육감이 이미 교사들의 집단행동을 지지한 상황에서 재량 휴업을 허용할 경우 교육청 감사와 형사고발을 경고해 사태를 악화시켰다.
이 장관은 지난해 9월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후 첫 기자회견에서 “교육 현장 주체들과 적극 소통하겠다”면서 “교육 주체들에게 자율과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교육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한 최상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금 상황은 그때의 다짐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교사도 교장도 교육감도 교육부의 적이 아니다. 불통으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학교를 안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고 공교육을 바로 세우려는 의지가 있다면 소통하고 타협할 수밖에.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김상기 콘텐츠퍼블리싱부장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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