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무의 휴먼 & 펫] 가장 두려운 존재
최근 ‘사순이’라 불리던 암사자(사진)가 농장에서 탈출해 5m 떨어진 숲속에 숨어 있다 사살된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시민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발표했다.
400여 년 전 모리셔스에는 날개가 퇴화해 날지 못하고 튼튼한 다리로만 뛰어다니는 도도라는 새가 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멸종된 상태다. 사람을 본 적이 없는 도도는 섬에 상륙한 유럽인을 신기한 듯 쳐다보다 무자비하게 살육됐다. 반면 열대림의 수많은 동물은 진화 과정에서 인간 존재의 두려움을 경험했기에 인간과 거리를 두며 종을 보존할 수 있었다.
중국 고전 『예기(禮記)』에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고사가 있다. 공자가 태산 기슭을 지나다 세 무덤 앞에서 울고 있는 여인을 보고 그 사연을 물어보니 호랑이에게 시아버님과 남편, 아들까지 죽임을 당했다고 했다. 그럼 왜 이런 무서운 산중에 살고 있느냐고 물으니 인간 세상이 호랑이보다 더 무서워 산속에 숨어 살고 있다고 답했다. 인간과 맹수, 어느 쪽이 더 두려운 존재일까.
사람들은 암사자가 사람을 해칠 수 있으니 사살이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방법이 최선이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사순이는 어린 시절부터 사람과 함께 살아서 사람을 친근하게 여겼다고 한다. 게다가 국제멸종위기종인 ‘판테라 레오’종이라고 한다. 우선 마취총으로 생포를 시도해보고 그것이 불가능한 경우 사살을 고려했어야 했다. 그 과정이 조금 번거롭더라도 생명을 다루는 행동이기에 신중히 접근해야 하지 않았을까. 이번 사순이의 사례를 보면 사람의 두려움만 이야기할 뿐 암사자의 생명에 대한 배려는 보이지 않았다.
인간의 행위로 50만 종 이상이 멸종되고 야생 포유류의 83%가 멸종된 이때 겨우 살아남은 몇 종의 야생동물을 두려운 존재라는 이유로 이렇게 대해도 되는지, 또 지금 지구에서 가장 두려워하고 경계해야 할 존재가 누구인지 묵상해본다.
박종무 평생피부과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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