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됐든 '10조' 챙겼다...전북이 '잼버리 책임론' 발끈하는 이유 [로컬 프리즘]
새만금 잼버리 대회가 파행으로 끝나면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논란의 핵심 요소로는 사회간접자본(인프라)이 꼽힌다. 지지부진한 새만금 갯벌 매립과 인프라 확충 수단으로 잼버리를 이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실에 따르면 잼버리 대회를 앞두고 전북도가 인프라 예산으로 약 10조원을 챙겼다고 했다. 새만금 국제공항(8077억원)과 새만금~전주 간 고속도로(1조2449억원) 등 수두룩하다.
‘인프라 챙기기’는 과거 굵직한 국제대회를 치를 때 자주 볼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1988년 서울올림픽이나 1993년 대전엑스포가 그랬다. 서울올림픽을 앞두고는 한강종합개발과 올림픽대로 건설 등을 했다. 현재 시원시원하게 뚫린 대전 시내 도로망도 엑스포를 앞두고 갖췄다. 이 때문에 국제대회가 도시 발전을 앞당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단,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을 때 얘기다.
그런데 이번 잼버리는 새만금공항 같은 주변 사업도 논란이지만, 대회장 자체를 인프라 확충 수단으로 삼은 게 더 큰 문제였다. 수년 전 매립한 곳이 있는데 굳이 다른 곳을 급하게 메워 대회를 치렀으니 말이다.
잼버리 대회 터(8.84㎢) 매립 공사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1월 시작, 지난해 12월 끝났다. 대회를 8개월 앞두고서였다. 매립에 쓴 돈은 1846억원으로, 잼버리 총 사업비 1171억원보다 훨씬 많았다. 잼버리를 계기로 갯벌을 더 매립해 보자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여기에 전북도 의중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 바람에 상·하수도 설치는 물론 야영장 조성까지 줄줄이 늦어졌다. 나무 한 그루 심을 수 없어 ‘폭염 지옥’이 됐다. 매립한 지 얼마 안 돼 염분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배수가 잘 안 되는 대회장에는 잡초만 무성했다. 모기나 해충이 들끓기 안성맞춤이었다. 불결하거나 부족한 화장실·샤워장 문제도 매립이 늦어진 것과 관련이 있다. 지난 5월 초 비가 많이 왔을 때 이미 대회장 곳곳이 물에 잠긴 적이 있다.
책임론이 제기되자 전북 지역 사회는 “대회 예산 집행권은 대부분 조직위에 있다”라거나 “새만금공항을 흔들려는 시도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라는 반응이다. 새만금 인프라 확충에 지장을 받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다른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이런 현상의 배경 가운데는 독특한 지역 정치 지형이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전북 시장·군수 14명 가운데 11명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당시 민주당은 광역·기초의원 지역구 의석 238석 중 86.13%(205명)를 차지했다. 국회의원도 10명 가운데 8명은 민주당, 1명은 진보당이다. 이전 선거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견제 세력이 없이 지내다 보니 문제가 생겨도 감각이 무뎌진 듯하다. 잼버리가 이런 전북에 변화를 몰고 오길 기대해본다.
김방현 내셔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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