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감독 절반 중도퇴진, 롯데의 21번째 선택은…

배영은 2023. 8. 3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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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감독(왼쪽)은 1994년부터 1998년 6월까지 4년 넘게 롯데를 이끌어 구단 역사상 최장수 감독으로 남아 있다. 2015년 제16대 감독을 역임했던 이종운 수석코치(오른쪽)는 래리 서튼 감독(가운데)이 사퇴한 뒤 감독대행으로 다시 롯데 지휘봉을 잡게 됐다. [중앙포토, 뉴시스, 사진 롯데 자이언츠]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또 시즌 도중 물러났다. 제20대 사령탑인 래리 서튼(53) 감독이 지난 28일 건강 문제로 사의를 표명했다.

일찌감치 조짐은 보였다. 서튼 감독은 이달에만 두 차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더그아웃을 비웠다. 결국 27일 KT 위즈전에서 7연패 한 뒤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롯데 구단은 ‘자진 사퇴’한 감독에게 잔여 연봉을 모두 지급하기로 했다. 감독의 퇴진에 구단의 뜻이 반영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롯데의 감독직은 대대로 ‘독이 든 성배’로 통한다. 롯데는 KBO리그 최초로 감독을 20차례나 선임한 팀이다. 감독의 평균 재임 기간이 2년을 간신히 넘는다. 1982년 나란히 창단한 두산 베어스(전신 OB 포함) 감독은 이승엽 현 감독을 포함해 총 11명이다. 롯데보다 9명이 적다.

그동안 롯데를 거쳐 간 야구인은 서튼 감독까지 총 17명이다. 강병철 감독이 제2대, 6대, 12대 감독을 맡아 세 차례나 같은 팀 지휘봉을 잡았다. KBO리그 역사에서 유일한 사례다. 양상문 감독도 두 차례(11대, 18대) 롯데 감독을 역임했다.

신재민 기자

그중 3년 이상 자리를 지킨 감독은 강병철, 김용희, 제리 로이스터, 조원우 감독 등 4명이다. 42년 역사에 네 명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7대 김용희 감독이 4년 반(1994년~1998년 6월) 동안 팀을 지휘한 게 최장수 기록이다. 시즌을 다 마치지 못하고 중도 퇴진한 감독이 거의 절반(9명)인데, 그 안엔 1년을 못 채운 감독도 3명이나 포함돼 있다.

한 차례라도 임기를 연장한 감독 역시 4명(강병철·김용희·김명성·조원우)에 불과하다. 특히 2010년 이후 계약 기간을 모두 채운 사령탑은 조원우 감독(2016~2017년)이 유일하다. 그런 조 감독도 3년 재계약 첫해인 2018시즌을 마친 뒤 성적 부진으로 1년 만에 물러났다.

야구 관계자들은 “롯데는 감독을 조급하게 만드는 구단”이라고 평가한다. 팬들의 열정과 관심은 전국에서 첫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뜨거운데, 롯데의 성적과 경기력은 대체로 안 좋았다. 한국시리즈 우승도 1992년이 마지막이다. LG 트윈스(1994년)나 한화 이글스(1999년)보다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팀 성적이 부진할 때 팬들은 직접 야구를 하는 선수보다 벤치에 앉아 있는 감독을 더 자주, 더 쉽게 비난한다. 롯데 수뇌부는 종종 그런 ‘팬심(心)’에 편승해 일희일비했다.

롯데 감독을 역임한 한 야구 지도자는 “하루하루 마음이 편치 않았다. 성적이 안 좋을 때는 가족의 신변까지 위협받을 정도로 욕을 많이 먹어서 사퇴를 고민했다. 반대로 결과가 좋을 때는 갑자기 달라진 평가와 찬사에 도리어 씁쓸함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다른 팀 감독 출신인 야구 관계자도 “성적을 못 내는 감독은 야구계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다. 하지만 성적을 못 내는 ‘롯데 감독’은 아마 전국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일 것”이라며 뼈 있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롯데는 이제 제21대 감독을 찾아야 한다. 2015년 롯데 감독이었던 이종운 수석코치가 당분간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끈다. 1992년 마지막 우승 이후 31년간 롯데의 레전드부터 외국인까지 다양한 유형의 감독이 거쳐 갔지만, 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도 롯데에는 예외였고, 특정 시기에 반짝하는 ‘기세’는 더 큰 좌절로 이어졌다. 방향성을 잃은 롯데의 스물한 번째 선택이 그래서 더 중요해졌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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