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아남는 생명 없다"…최재천, 서울대 후배들에 이런 당부
" 제가 평생토록 관찰한 자연에도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더군요. 서울대 졸업생으로서 혼자만 잘살지 말고 모두 함께 잘 사는 세상을 이끌어 주십시오. "
진화생물학자 최재천(69)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29일 모교인 서울대 후기 학위수여식 축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이날 졸업하는 후배들에게 양심과 공정에 바탕을 둔 따뜻한 인재로 성장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공정은 가진 자의 잣대로 재는 게 아니다. 가진 자들은 별생각 없이 키 차이가 나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의자를 나눠주고 공정하다고 말하지만 그건 그저 공평에 지나지 않는다"며 "키가 작은 이들에게는 더 높은 의자를 제공해야 비로소 이 세상이 공정하고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공평이 양심을 만나면 비로소 공정이 된다. 양심이 공평을 공정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라며 "모름지기 서울대인이라면 누구나 치졸한 공평이 아니라 고결한 공정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만들어갈 새로운 세상에서는 무감각하고 모르는 척 밀어붙이는 불공정한 공평이 아니라 속 깊고 따뜻한 공정이 사회의 표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주변은 온통 허덕이는데 혼자 다 거머쥐면 과연 행복할까요"라며 "오로지 정도만을 걷는, 공정하고 따뜻한 리더가 되어달라"고 주문했다.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두려움은 마음 한쪽에 접어두고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일을 공동체와 협력해 이뤄내길 바란다"며"우리나라와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공동체를 위해 새로운 도전과 혁신의 노력을 계속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서울대 학위 수여식에선 학사 978명, 석사 1200명, 박사 656명 등 총 2834명이 학위를 받았다.
축사한 최 교수는 서울대 동물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생태학 석사 학위를, 하버드대에서 생물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94년 귀국해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직하다 2006년부터는 이화여대 석좌교수로 활동 중이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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