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전부 후쿠시마산" 중국인 '저격' 안내판 내건 日주점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중국의 반일감정이 격화하는 가운데 일본에서 중국인 손님을 겨냥해 “식재료는 전부 후쿠시마산”이라고 적힌 칠판을 내건 가게가 등장했다.
칠판을 본 일본 거주 중국인이 현장에서 경찰에 신고해 항의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29일 엑스(X·구 트위터)에는 일본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한 주점의 외부 사진이 다수 게재됐다.
이 주점은 이날 가게 밖에 “중국인에게. 우리 가게의 식재료는 전부 후쿠시마산입니다. 생맥주 350엔”이라고 적힌 칠판을 내걸었다.
지난 24일 오염수 방류 이후 도쿄전력에만 중국발 항의 전화 6000통이 걸려오는 등 일본 현지 공공기관·병원·음식점이 중국에서 걸려온 스팸 전화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해당 칠판 사진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공유되며 널리 퍼졌다.
일본 네티즌들은 구글맵 등에 “후쿠시마 출신이다. 사장님을 응원한다”라거나 “앞으로도 힘내라”는 등의 후기와 함께 별점 5점을 남기며 호응했다. 반면 “당당하게 인종차별 간판을 세우고 있다”며 최저점을 남긴 네티즌도 있었다.
간판을 본 중국인이 해당 가게를 경찰에 신고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인 A씨는 “후쿠시마산 재료는 아무래도 좋다. 왜 굳이 ‘중국인에게’라고 쓰나”라며 가게를 경찰에 신고하는 영상을 SNS에 게재했다.
A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점주와 대화를 나눈 뒤 “중국인을 향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후쿠시마산 재료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가게에 들어오기 전에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며 “어떤 글을 쓰는지는 가게의 자유고 경찰이 막지는 못한다”고 안내했다.
이에 A씨는 “중국인으로서 국적 차별이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식재료가 후쿠시마산인 건 맞나. 아니면 사기 아닌가”라고 항의하며 점주에게 내용을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경찰의 중재에 따라 결국 점주는 칠판 문구를 “축 우승. 기타구치 하루카”로 바꾸었다. 기타구치 하루카 선수는 지난 26일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창던지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해당 주점은 칠판에 명언이나 유머 등 매번 다른 문구를 적어 가게 밖에 내거는 것으로 유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염수 방류가 확정된 지난 22일에는 “후쿠시마현에서 처리수(오염수의 일본 명칭) 방뇨(放尿). 생맥주 350엔”이라고 쓴 칠판을 가게 밖에 세워두기도 했다.
오염수 방류 직후 중국 내에서는 일본인 학교나 재중 일본 대사관에는 벽돌을 던지는 등 반일 정서가 들끓고 있다.
SNS에서는 불매 품목 리스트가 떠도는 등 불매 운동 조짐이 보이고 있으며, 일본 현지 상점이나 공공기관 등을 향한 무차별 항의 전화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전날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중국 측에 중국 국민의 냉정한 대응을 촉구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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