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비싸도 청약 몰리는 그곳, ‘철근 누락’ 사태에 주목받는 후분양 아파트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2023. 8. 29.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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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9호선 중앙보훈병원역 1번 출구로 나와 조금 걷다 보면 한 학교가 나온다. 선린초다. 학교를 지나 곧바로 등장하는 골목길을 따라 우회전하니 소규모 신축 아파트가 눈에 들어온다. 포스코건설이 ‘둔촌동삼익빌라’를 재건축해 지은 ‘더샵파크솔레이유’다. 이곳은 서울에서 공급하는 아파트 중 드물게 후분양 방식으로 성공적으로 사업을 마무리해 업계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1순위 청약에서 평균 경쟁률 15.68 대 1을 기록하며 전 타입 1순위 마감으로 분양을 마쳤다.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일부 가구가 계약하지 않아 지난 4월 무순위 청약이 진행됐다. 총 36가구 모집에 1267건의 접수가 몰렸고 평균 경쟁률 35.19 대 1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마감됐다.

기존 분양 시장은 청약을 먼저 받고 착공을 나중에 시작하는 소위 ‘선분양’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단지는 먼저 착공에 들어간 후 입주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후분양 방식으로 분양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둔촌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후분양 방식은 수분양자가 분양받을 아파트 실물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단지 내 녹지 면적이나 커뮤니티 시설 규모와 시설은 물론 동간 거리에 따른 조망권과 채광 조건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철근 누락’ 등 부실 공사 논란이 계속 이어지면서 주택 수요자는 물론 공급자 또한 ‘후분양제’ 방식을 채택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후분양 아파트는 공정률이 60~80% 이상 진행된 시점에 예비 수요자가 해당 아파트를 확인하고 분양을 신청하는 구조다. 골조가 세워진 이후 분양이 진행되기 때문에 부실시공이나 하자 등 문제가 생길 확률이 선분양 아파트에 비해 낮은 편이다.

지난 7월 서울 강동구에서 후분양으로 공급한 ‘현대수린나’는 평균 36.94 대 1, 최고 4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 주택형이 청약 1순위에서 마감됐다. 특히 이 단지는 전용 84㎡ 타입을 8억원 중반대로 공급하는 등 기존 신축 아파트 대비 분양가가 저렴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었다.

다만 일반적으로 후분양 아파트는 건설사나 시행사가 먼저 사업 자금을 조달해 주택을 짓는 구조다. 따라서 현대수린나 등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대체로 분양가가 비싸다는 것은 단점이다. 그럼에도 부실시공의 대안이 됨과 동시에 시공사와 수분양자 모두의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분양 방식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후분양 공급 물량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올 하반기 쏟아지는 후분양

이전과는 대조적인 분위기 눈길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수도권에서 후분양 아파트 공급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우선 서울에서는 하반기 청약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단지 중 하나인 ‘래미안원펜타스’가 10월 후분양으로 나올 예정이다. 신반포15차를 재건축한 이 단지는 총 641가구 중 292가구를 일반분양한다. 지하철 9호선 신반포역이 도보권이고 한강이 가깝다는 장점이 있다.

대우건설이 올해 9월 선보이는 ‘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 역시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한다. 상도11구역을 재개발한 이 단지는 내년 3월 입주 예정이다. 분양 후 6개월 내 입주가 가능하다. 전체 711가구 모두 일반에 분양된다.

동부건설은 8월 경기 용인에 ‘용인센트레빌그리니에’를 공급 중이다. 당첨자 발표일은 9월 5일이며 계약은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진행된다. 이 단지는 지하 2층~지상 최고 19층, 3개동, 전용면적 84~130㎡ 총 171가구 규모다. 특이한 점은 입주 시기다. 준공 예정일이 올해 10월로 사실상 계약과 동시에 입주가 가능한 상황이다. 다른 후분양 단지보다 입주 시기가 더 빠르다.

경기도 광명에서는 광명2구역을 재개발한 ‘트리우스광명’이 후분양으로 나온다. 당초 이름은 ‘베르몬트로광명’이었지만 분양 직전 ‘트리우스광명’으로 단지 이름을 바꿨다. ‘트리우스’는 Triangle(삼각형)+House(집)의 합성어로 건축의 3대 요소(구조, 기능, 미)를 모두 갖춘 고급 아파트를 의미한다. 총 3344가구 대단지로 이 중 726가구를 일반분양한다.

이 밖에도 경기도 화성 동탄레이크파크자연&e편한세상(1227가구), 인천 서구 왕길역로얄파크씨티푸르지오(1500가구) 등도 후분양이 예정돼 있다. 지금까지 후분양 단지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던 것과 대조되는 풍경이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를 재건축하는 ‘래미안원펜타스’는 오는 10월 후분양으로 공급된다. (윤관식 기자)
건설사-수요자 윈윈 될까

일부 물량 높은 분양가 유의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되는 아파트 물량이 늘어나는 이유는 분명하다.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후분양을 원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을 공급하는 건설사나 시행사 입장에서 후분양을 선택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이 필요 없어 고분양가 심사를 피할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더라도 분양 가격 산정에 반영되는 택지비나 공사비 등이 지속적으로 올라 선분양보다 높은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다. 일부 건설사는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대놓고 조합원들에게 후분양을 제안해 인기를 얻었을 정도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분양 경기 침체 영향도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후분양이 늘어나는 이유는 분양가를 올리려는 목적도 있겠지만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분양을 미뤘던 단지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최근 일부 수도권을 중심으로 청약 성적이 잘 나오면서 준공 시점이 다가온 단지들이 후분양 형태로 분양에 나서는 것”이라고 귀띔한다.

부실시공을 우려하는 실수요자 역시 후분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후분양은 아파트 공사 진행률이 60% 넘는 시점에서 분양을 진행하는 만큼 부실시공 우려가 적고 이와 관련한 분쟁을 줄일 수 있다. 수요자들은 분양 전 ‘하자 여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공사비 인상에 따른 입주 지연 우려가 거의 없다. 또 중도금 대출 기간이 짧아 이자 부담이 적은 것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부실시공의 대안으로 ‘후분양’ 방식이 떠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의할 점도 적잖다. 후분양은 분양부터 입주까지 기간이 짧아 수개월 안에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청약 수요자에게 자금 마련 부담이 큰 편이다.

공사비용이나 금융비용 등 인플레이션이 반영되면서 선분양과 비교해 ‘분양가 이점’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올해 4월 전용 84㎡가 13억원대에 달해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e편한세상용인역플랫폼시티’도 후분양 단지였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후분양이 마냥 최적의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수익성을 이유로 후분양을 택하다 경기 침체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일부 지방에서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했던 단지들은 높은 분양가 탓에 처참한 청약 성적표를 받기도 했다.

후분양 제도가 아파트 품질을 담보하는 절대 조건이 될 수 없다는 분석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골조가 올라온 상황만 보고 부실 공사 여부를 단정 짓기 어렵다. 특히 청약할 때는 사실상 견본주택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하자로 불리는 사안들은 마감 공사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마감 공사가 진행되지 못한 수준에서 진행되는 후분양제는 건축물 품질 확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4호 (2023.08.30~2023.09.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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